볼리비아 탄광 마을의 축구 경기
Bolivia, 2010.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도 라파즈 외곽에는
산골마다 작은 탄광 마을들이 있다.
이 가파른 곳에 주민들이 함께 만든 운동장은
마을잔치도 하고 장도 서고 결혼식도 하고
집회시위와 기념행사도 하는 공동체의 심장부다.
오늘은 온 마을이 모여 축구 경기를 하는 날.
저마다 싸 온 간식과 옥수수 막걸리 치차를 나누며
응원전을 펼치자 웃음소리가 공처럼 굴러간다.
검은 지하 갱도에서 세상의 불을 캐 올리던 사람들은
가만히 햇살만 받아도, 평평한 운동장을 누비기만 해도,
이렇게 서로 모여 얼굴만 봐도, 감사하며 환해진다.
- 박노해(가스파르) 사진 에세이 「산빛」 수록작
글·사진 _ 박노해 가스파르
※ 서울 종로구 통의동 ‘라 카페 갤러리’(02-379-1975)에서 박노해 시인 상설 사진전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