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집을 지은 엄청난 이점 중의 하나는, 내 침대에 누워 밤하늘의 별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일에 지치고 모든 인간에게 엄청난 피로가 느껴질 때, 나는 우주를 생각한다. 요즘 나는 자주 하늘을 올려다본다. 좋은 앱들도 많이 있어 그중 몇 개를 무료로 내려받으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어떤 별자리의 무슨 별인지도 쉽게 알 수가 있다.
한때 많은 상처를 받은 날 밤, 설핏 잠에서 깨어났는데, 유독 밝은 별이 내 창 너머에 떠 있었다. 한밤중 일어나 앱을 작동시켜 바라보니 ‘시리우스’ 별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지구상에서 인간의 맨눈으로 알아보는 가장 밝은 별이라고 했다. 그때 맑은 별빛 하나가 사람을 얼마나 위로해 줄 수 있는지 아는 행운도 얻었었다. 마치 하느님의 따사로운 눈빛과도 같았으니까.
어젯밤 누워 바라본 별들은 ‘작은곰자리’였다. 작은곰자리의 대표별 북극성은 여전히 그 영롱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맑은 밤하늘의 별자리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내 창문가로 사라지곤 했다. 우리 지구의 자전과 공전이 얼마나 빠른지 실감하는 순간이 그것인지도 모른다. 지구의 자전 속도로 서울에서 부산에 가면 14분 36초, 공전 속도로 가면 11초 만에 부산으로 갈 수 있다. 놀랍지 않은가.
놀라운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무심히 외우곤 했던 태양계의 행성들 ‘수금지화목토천해’(마지막의 명인 명왕성은 오래전 행성의 지위를 잃었다)의 배치를 보면 더 그렇다. 다들 아시겠지만, 지구보다 오래된 달은 이 우주를 떠돌다가 먼저 지구 곁으로 와서 마치 시중을 들 듯이 지구의 위성으로 자리 잡았다. 이 달로 인해 지구의 자전축이 안정되어 기후가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놀랍다. 게다가 달은 밀물과 썰물을 일으켜서 해류를 움직이게 하고 열을 골고루 분배하는데도 기여한다고 한다.
달은 그렇다고 치자, 그러면 목성과 토성은? 놀랍게도 어쩌면 쓸데없이 크기만 하게 보였던 이 덩치 큰 행성은 그 엄청난 인력으로 우주로부터 끊임없이 날아오는 소행성들의 충돌을 흡수해 주고 있으며, 지구의 공전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칼 세이건은 그의 명저 「코스모스」에서, ‘이 우주라는 거대한 곳의 변두리 중 변두리에 있는 창백한 푸른 점인 지구에 있을 뿐인 우리가 얼마나 보잘것 없는가?’라고 했지만, 나는 이 상상할 수조차 없는 거대한 우주를 생각하면서 집안의 구석진 조용한 침실, 작은 서랍 속에 마치 내가 가보로 물려받은 소중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보존하듯이 인간을 창조하여 소중하게 보존하시는 하느님의 세심한 손길을 생각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지침과도 같이 과학을 탐구하는 것, 우주를 알아가는 것, 신체의 비밀을 연구하는 것 모두 사실은 하느님을 읽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과학을 많이 사랑한다.
하지만 한가지 풀리지 않는 문제도 있다. 파티마 발현 때도 그렇고, ‘기적의 메달’이라 불린 파리에서의 발현 때도 그랬다고 하고, 그리고 메주고리예에서도 그랬다는데, 머리에 열두 개의 별이 후광처럼 빛나던 성모님(요한 계시록에서도 마찬가지다)께 꼭 여쭤보고 싶은 게 있다.
그 별이 별처럼 생긴 멋진 헤어핀인지 아니면 정말 별인지. (개인적으로 여러 번 생각했는데 성모님처럼 진실하신 분이 가짜 별을 달고 오실 리가 없지 않을까.) 내게는 가능성이 없겠지만 혹자가 성모님을 뵙게 되거든 꼭 물어봐 주시기를 이 자리를 빌려 부탁드린다.
가을이 깊어 간다. 물빛과 더불어 밤하늘 빛도 더 맑고 깊어진다. 오늘 밤도 별을 봐야지 싶으니, 어둠은 더 이상 내게 어둠이나 두려움은 아니지 싶다.
글 _ 공지영 마리아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