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들이 기후위기를 극복하고자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희망하고 실천하는 현장을 순례했다.
종교환경회의(상임대표 원불교 오광선 교무)는 10월 22일부터 24일까지 ‘위기의 에너지, 희망의 전환, 함께 만들기’ 주제로 ‘2025 종교인 생명평화순례’를 마련하고, 충남 지역 화력발전소와 대전 대덕구 미호동 에너지 자립마을 등을 차례로 찾았다.
전국의 화력발전소 61기 중 29기가 충청남도에 몰려 있다. 전기 수요가 높은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내기 위해서다. 때문에 화력발전소가 다수 자리한 당진과 태안, 보령, 서천 지역은 대기와 바다 오염은 물론이고 유해 물질로 인한 주민들의 건강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22일 종교인들은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김충현 씨 사망사고가 일어난 태안화력발전소를 방문했다.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두 사람은 홀로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 생명평화순례단은 합동 추모 예식 뒤, “탈석탄 정책에 공감하고 기후행동에 나선 비정규직 발전 노동자들을 지지하며, 차별 없는 고용 보장과 안전한 직장 환경을 갖추는 것이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의 시작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주민들이 힘을 모아 희망을 찾은 현장도 방문했다. 대전 대덕구 미호동 에너지 자립마을은 2021년 11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주민주도형 마을 단위 RE50+ 달성을 위한 마이크로그리드 실증사업’으로 시작됐다.
100여 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은 사용하는 전력량 5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도록 분산 에너지 시스템을 갖췄다. 화석 연료에 기대지 않고 에너지 전환을 이루며 탄소 배출 감소 노력을 이어온 마을은 현재 전력 75를 재생에너지(태양광)로 충당했다.
마을의 에너지자립 여정을 듣고 마을을 둘러본 생명평화순례단은, 지역의 희생을 강요하는 중앙집중형 화석 연료 기반 에너지 대신,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서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과제임에 공감했다.
생명평화순례단은 마지막 일정으로 당진을 찾았다. 1999년 창립한 당진환경운동연합은 오랜 투쟁 끝에 석탄화력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막아냈고, 민간 석탄화력 대신 태양광 발전소(당진에코파워) 건설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최근 한국동서발전은 당진화력발전소 9·10호기에 석탄에 암모니아를 혼합해 태우는 방식의 혼합 연소 발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탄소배출이 줄어든다는 발전소의 주장이지만, 환경단체들은 대기오염물질이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생명평화순례단은 성명을 통해 “암모니아 혼합 연소를 무탄소 친환경 발전이라 주장하는 것은 석탄화력발전을 유지하려는 전형적인 ‘그린워싱’”이라며, “우리 종교인 일동은 당진화력발전소가 주민과 지역사회 그리고 지구의 회복을 최우선에 두고 정의로운 무탄소 에너지 전환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