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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신앙] (50) 먼지가 되어(전성호 베르나르도, 경기 효명고 과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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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록밴드 캔자스(Kansas)는 1977년 ‘Dust in the wind (바람 속 먼지)’라는 곡을 발표했다. 이 곡은 밴드의 한 멤버가 미국 원주민들의 시를 모은 시집에서 ‘우리는 그저 바람 속의 먼지입니다’란 문장과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코헬 1,2)라는 구약 성경 구절을 떠올리며 쓴 가사라 한다. 캔자스는 이 노래에서 ‘All we are is dust in the wind (우리는 모두 바람 속의 먼지입니다) / Dust in the wind (바람 속에 흩날리는 먼지) / Everything is dust in the wind (모든 것이 바람 속의 먼지입니다)’라며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서정적인 멜로디로 표현했다. 이 곡은 1978년 빌보드 인기 순위 6위까지 올라갔으며 전 MBC 라디오 DJ였던 김기덕씨가 네티즌들의 투표를 통해 선정하고 펴낸 책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100곡」(2002년)에도 포함되어 있다.

먼지란 사전적 의미로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고 가벼운 고체 입자’로 바람에 의해 운반되고 중력에 의해 지표면에 퇴적된다. 먼지란 단어 자체는 굉장히 하찮은 뉘앙스를 주지만 인류의 시작은 캔자스의 노래에 나오는 것처럼 먼지였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주요 원소는 질량을 기준으로 산소(65)·탄소(18.5)·수소(9.5)·질소(3.3)가 96 이상을 차지하는데, 질량비가 아닌 개수로 가장 많은 것은 수소이며 몸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수소는 우주를 구성하는 비율이 75나 될 정도로 우주에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데 그 이유는 별의 주요 구성 원소가 수소이기 때문이다. 빅뱅과 우주의 진화 과정 이론에 의하면 생명체의 몸을 구성하는 수소는 우주에서 왔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그의 저서 「코스모스」에서 인간의 몸을 이루는 원소들이 별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우리는 모두 별의 먼지(star dust)다’라고 하였다. 그는 이 말을 통해 인류는 우주와 연결된 존재이므로 별처럼 빛나는 존재여야 하며 동시에 광활한 우주 속에서 겸손해야 함을 강조했다.

구약 성경도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창세 2,7),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창세 3,19)고 하였듯이 인간의 시작과 끝은 먼지다. 그 옛날 권력과 부를 누리던 왕후장상(王侯將相)과 평범한 민초(民草)들도 결국 생을 마감할 때는 먼지로 돌아갔다.

11월 2일 주일은 교회가 정한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이다. 나 역시 언젠가는 미래의 누군가에게 과거의 존재로 기억될 것이다. 정호승(프란치스코) 시인은 그의 시 「햇살에게」에서 ‘이른 아침에 / 먼지를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제는 내가 /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하였다.

그의 시처럼 나도 먼지이리라. 먼지로 시작하여 결국 먼지로 돌아갈 나의 삶이여! 캔자스의 노래처럼 속세의 풍파(風波) 속에서 흩날리는 먼지인 나는 어떤 존재로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가? 세상을 흐리게 하고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황사나 미세먼지 같은 존재가 아니기를, 겸손하고 별처럼 빛나는 별의 먼지이기를 간구한다.



전성호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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