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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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넓어지는 대신 얇아지는 것을 택하는 사회

오석준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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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말하는 ‘결혼’을 가톨릭교회가 ‘혼인성사(聖事)’라고 하는 데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요?

혼인성사는 남녀의 단순한 ‘법적 결합’이 아니라, 하느님의 이름으로 ‘부부가 서로를 사랑하며 일생을 함께하겠다’는 것입니다. 서로에게 평생의 사랑과 신의를 지키겠다는 약속을 하느님 앞에서 맺는 것이며, 그리스도와 교회의 일치, 신앙의 성화(거룩해짐)를 상징합니다.

결혼하는 부부에게 혼인성사는 서로에게 하느님 사랑과 은총을 드러내는 표징이자 전달하는 통로가 되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조건 없이 상대에게 나를 내어주는 ‘자기증여’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니 가톨릭교회 안에서의 혼인마저도 ‘성사’보다는 ‘결혼식’에 더 가까운 듯합니다. 또 하루에도 수많은 미디어 채널에서 이혼 위기 부부·자발적 미혼모 등이 등장하며 그들의 내밀한 모습까지 소비됩니다. 심지어 그들의 삶의 방식을 미혹적으로 그려내기도 합니다. 사실혼·동성결혼을 두 팔 벌려 지지하지 않으면 마치 시대에 뒤떨어진, 인권 의식이 결여된 사람 취급을 받습니다.

그러나 이런 모습들은 얼핏 보면 다양한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면서 우리 사회가 넓어지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지지기반을 계속 잡아 늘여 얇디얇은 사회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잡아 늘이기만 하다간 우리 사회는 언젠가 금이 가고 찢어질지 모릅니다.

우리는 분명 다른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존중해야 하지만, ‘혼인은 남녀가 더 사랑하기 위해 하는 것’이며 ‘혼인성사를 통해 부부는 자녀출산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가톨릭교회 가르침은 변할 수 없습니다. 이는 하느님이 세우신 그 진리를 결코 인간이 입맛에 맞게 바꿀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사랑의 기쁨」에서 “약혼한 이들은 혼인을 하나의 여정이 아니라 성소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오석준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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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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