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보인다!” 10월 30일 주교 현장 체험으로 경북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을 찾은 주교단의 시선이 ‘큰 고양이’에 쏠렸다. 100여 년 전 남녘 땅에서 자취를 감추기 전까지 수천 년 동안 우리 민족과 공존했던 범이다. 천진한 미소를 띤 주교들은 위엄 있는 자태로 걷는 범을 스마트폰 사진에 담느라 바빴다.
자연 서식지와 비슷하게 조성한 이곳 ‘호랑이숲’엔 5살 쌍둥이 남매인 태범(수컷)과 무궁(암컷)이 살고 있다. 한 수목원 직원 말에 의하면, 이들은 에버랜드 동물원의 대스타였던 판다 ‘푸바오’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린단다. 심지어 생일 잔치까지 열어주는 열성 팬들도 있다고.
이처럼 범은 오늘날 사랑과 귀여움을 받는 국가 마스코트 같은 존재다. 하지만 우리 산천을 누비던 옛날엔 사람 목숨을 위협하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조선 시대 호환(虎患)은 화재나 수해와 맞먹는 재난이었고, 조정에선 범을 사냥하는 특수부대(착호갑사)까지 꾸렸다.
인간과 범. 두 최상위 포식자가 더불어 살기에 한반도는 너무 비좁았다. 17세기 들어 오랜 생존 경쟁이 종착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인구 증가와 농지 개발로 서식지가 줄면서 범의 숫자가 급감했다. 그 얼마 남지 않은 개체 수마저 일제강점기 해수구제사업으로 멸종하면서 범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런데 정작 현재 일본에서 야생 곰이 사람을 공격하는 사건이 잇달아 충격을 주고 있다. 올해만 전국에서 172명이 곰의 습격을 받았고, 그중 10명이 사망했다. 곰 사냥을 두고 여러 의견이 오간다. 아예 멸종시켜야 한다는 과격한 목소리도 등장한다. 그 논쟁이 한국으로도 이어져 지리산에 방사된 곰한테까지 불똥이 튀는 모양새다.
어느 한쪽이 사라지는 대신, 평화로이 공존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은 없을까. 한일 양국의 곰이 범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