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진 후 가을의 서쪽 밤하늘에는 계절의 변화에 맞춰 여름철 별자리들이 지평선 밑으로 사라진다. 그렇게 밤하늘 무대에서 퇴장하는 주인공 중에는 헤라클레스 별자리가 있다. 그리스 신화 속 힘 센 영웅 헤라클레스는 모든 힘 센 남성들의 워너비이자 영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슈퍼 히어로들의 원조다. 헤라클레스처럼 강한 존재는 힘이 약한 존재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다. 자연의 생명체들에게는 강한 힘을 소유하느냐 아니냐가 생존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렇다면 힘이란 무엇일까?
물리학은 힘(force)을 물체의 운동 상태나 형태를 변화시키는 원인으로 정의한다.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종류의 힘이 존재하지만 우주의 시작인 빅뱅 이후 우주를 지배하는 힘은 크기순으로 강력·전자기력·약력·중력 네 가지로 구분한다.
강력(强力)은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와 중성자를 강하게 결합하게 하는 힘으로 우주에서 가장 강한 힘이다. 강력이 없다면 원자가 생성될 수 없으므로 우리 몸을 비롯해 우주에는 아무것도 존재할 수가 없다. 전자기력(電子氣力)은 두 전하(전기적 성질) 사이에서 나타나는 힘으로 서로 다른 전하를 띠는 입자는 잡아당기고, 같은 전하를 띠는 입자는 밀어낸다. 전기 없는 현대 문명을 생각할 수 없듯이 우리가 주변에서 경험하며 느낄 수 있는 대부분의 힘은 전자기력이다.
약력(弱力)은 방사성 붕괴를 일으키는 약한 핵력으로 대륙이동을 일으키는 지구 내부 열에너지의 원인이다. 뉴턴에 의해 유명해진 중력(重力)은 질량을 갖는 두 물체가 서로 잡아당기는 힘으로 컵에 물을 따를 때처럼 일상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힘이다. 우주의 모든 것들은 시간과 공간을 배경으로 이러한 기본적인 네 가지 힘이 상호작용하여 존재한다.
시야를 좁혀 우주가 아닌 인간 사회로 포커스를 맞춰보자. 현대의 헤라클레스가 되고픈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나타나는 또 다른 네 가지 힘이 있다. 권력·재력·폭력, 그리고 무력이다. 권력(權力)은 남을 지배하거나 복종시킬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공인된 힘이다. 재력(財力)은 재산과 재물에 의해 행사할 수 있는 힘으로 권력과 재력은 종종 서로의 이익을 위해 상호작용하는 경우를 목격한다. 권력과 재력은 어떤 이들에겐 선망의 대상이자 삶의 목표가 되기도 한다.
폭력(暴力)은 남을 제압할 때 사용하는 거칠고 사나운 물리적인 힘 또는 수단으로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대상으로 하며 인종과 민족 간 폭력, 학교 폭력, 가정 폭력, 데이트 폭력 등 그 모습은 다양하다. 무력(武力)은 병력과 무기를 바탕으로 하는 군사적 힘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을 통해 그 모습을 알 수 있으며, 인류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전쟁과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을 통해 무력의 공포와 결과의 허무를 경험했다.
우주에 존재하는 힘은 우주의 본성과 신성에 부합하며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지만 인간에 의해 나타나는 힘은 인간의 야만성과 욕망에만 부합하며 파괴와 소멸만을 가져온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의 헤라클레스들이여! ‘세상은 강한 자가 아니라, 약자의 목소리를 듣는 곳에서 진보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깊이 새겨 들으라.
전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