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결성된 사단법인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회장 김현아 딤프나, 이하 부모회)는 그해 12월 국회에서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탈시설지원법)이 최초 발의되자 이에 맞선 기나긴 싸움을 시작했다. 2021년 7월부터 탈시설 반대 집회를 지속적으로 이어왔고, 2023년부터는 탈시설에 대한 올바른 이해 확산과 장애인 주거복지 정책의 해법을 모색하는 정책토론회를 꾸준히 개최해 왔다.
그러나 탈시설지원법은 올해 10월 재발의됐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비롯한 탈시설 정책 강행 주체들은 ‘모든 시설은 인권침해 공간’이라는 획일적 전제 아래 수백 개 자립생활센터를 세우고, 수만 명의 활동 지원 인력을 배치하며 탈시설 산업의 주도권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의사 표현이 어렵고 보호자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중증 발달장애인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부모회의 입장에 대한 사회의 이해와 연대가 절실하다.
중증 자폐성 장애가 있는 34세 아들을 둔 김현아 회장은 “무엇보다 탈시설지원법의 문제점과 거주시설 혁신의 필요성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해당 법안에는 중증 발달장애인·보호자의 자립 결정권과 시설 거주 희망자에 대한 대책은 없으며, 법안 추진 과정에서 당사자와 보호자의 의견 수렴 절차도 없었다”며 이는 장애인복지법 제5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장애인들이 탈시설 후 이전하게 될 자립지원주택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24시간 상주 인력과 의료·행동 지원 전문 인력이 없어 응급 상황에 즉시 대응할 수 없는 구조이기에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또 “무연고 장애인의 경우 대리 보호자조차 없어,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탈시설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서울시의 탈시설 시범 사업에서 나타난 피해 사례를 언급했다.
“지역사회로 나간 ‘시설 밖 장애인’은 통계에도 잡히지 않아요. 서울시의 경우 장애인 1200명이 시설을 떠났는데, 2024년 전수조사에서 확인된 수는 700여 명에 불과했습니다. 500명은 어디로 갔나요? 그들이 정신병원의 돈벌이 수단이 되거나 무보수 노동 현장에 넘겨져도 추적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한국에는 ‘장애인요양법’이 없어 중증 장애인이 요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중증 장애인 거주시설뿐이다. 그러나 탈시설지원법은 모든 장애인의 지역사회 전환을 전제로 해, 24시간 돌봄·의료·행동중재가 필수인 중증 발달장애인들에게는 생존의 위협이 될 수 있다.
김 회장은 집중지원시설을 확충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가칭) 장애인 거주시설 선진화법안’의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안은 ▲장애 유형·중증도별 전문시설 지정과 전문 서비스 제공 ▲맞춤형 생활환경 조성 ▲복지, 의료, 교육이 연계된 통합 지원체계 구축 ▲운영위원회 활성화와 부모·이용자 참여 기반 확대 등을 명시하고 있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는 2021년부터 탈시설 정책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부모회와 뜻을 함께하고 있다. 부모회가 전개한 서울시 탈시설 조례 폐지 서명운동과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안’(자립지원법) 폐지 청원 운동에도 많은 신자가 힘을 보탰다.
김 회장은 “탈시설 불이행 시 형사처벌까지 규정한 탈시설지원법안의 문제점을 알리고 반대 여론을 확산할 수 있도록 서명운동에 더 많은 참여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