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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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교황 “가난한 이웃 돌보는 일, 교회 사명의 불타는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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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교회는 연중 제33주일을 ‘세계 가난한 이의 날’로 지낸다. 이날 교회는 가난한 이들에게 우선적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의무를 되새기고, 예수님이 가난한 이들에게 보여 준 자비와 연민을 본받고자 노력한다. 레오 14세 교황이 즉위 후 발표한 첫 권고 「내가 너를 사랑하였다(Dilexi Te)」는 불평등과 가난한 이들의 고통에 대한 무관심을 비판하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을 다시금 강조한다. 교황 권고가 전하는 가난의 개념, 가난한 이들을 위해 교회가 해야 할 역할을 알아본다.


 

빈곤의 다양한 형태

 

 

교황은 「내가 너를 사랑하였다(Dilexi Te)」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했고, 교회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이 권고의 전체 주제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love for the poor)’이라고 표현될 수 있으며, 교황은 가난한 이들을 돕는 일이 곧 가톨릭교회의 ‘나침반(Compass)’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참되고 가난한 메시아(The True Poor Messiah)’이신 예수님이 목수의 아들로서 구유에서 태어나 가난한 이들, 버림받은 이들, 병자들에게 가까이 계셨다고 소개하는 교황은 이처럼 예수님 삶의 모든 측면에 가난이 스며들어 있음을 전한다. 한다. 이어 “예수님은 우리가 가난한 이들에게 사랑을 베풀지 않으면서 하느님을 사랑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가르치셨다”면서 “가난한 이들과 동반하는 일은 언제나 교회의 중심 활동이었다”고 강조한다.

 

 

물질적 가난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무수한 사람들이 굶어 죽거나 인간답지 못한 조건에서 겨우 생존하는 현실을 무관심하게 바라보는 문화에 맞설 것을 요청하면서도 ‘새로운 형태의 가난(New Forms of Poverty)’에도 깊은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기본적인 생계 수단이 없는 사람들의 빈곤 외에도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자신의 존엄성과 능력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의 빈곤, 도덕적·정신적 빈곤, 문화적 빈곤, 개인적 또는 사회적 허약함이나 취약한 상태에 있는 이들의 빈곤, 권리와 공간, 자유가 없는 다양한 이들의 빈곤도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이와 더불어 부를 증대시키면서도 공정성을 높이지 않는 경제 법칙에 의해 보다 ‘더 미묘하고 위험한(More Subtle and Dangerous)’ 새로운 형태의 빈곤이 나타나고 있는 현실도 경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새로운 형태의 빈곤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은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그리스도인들이 가난한 이들을 잊는다면 ‘교회 삶의 커다란 흐름(The Great Current of the Church''s life)’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우려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교회

 

 

교황은 또한 가난한 이들을 돌봐야 하는 의무를 ‘교회 사명의 불타는 심장(The Burning Heart of the Church’s Mission)’이라고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가난한 이웃에 대한 사랑이야말로 우리가 하느님을 진실되게 사랑한다는 가시적인 증거”라며 그리스도인들의 책임을 상기시킨다.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 복음 선포는 신뢰할 수 없는 것”이라고도 경고하고 있다.

 

 

아울러 신자들이 가난한 이들을 돕는 ‘자선(Almsgiving)’에 대해 언급하며, “자선만으로 세계의 빈곤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최소한 무엇인가는 하는 편이 언제나 낫다”는 표현으로 자선 활동을 포기하지 않을 것을 청했다. 

 

 

자선을 실천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가 생각에만 머물러 있는 것을 피하게 해 주고, 더 어려운 형편에 있는 이들과의 접촉, 만남, 공감의 순간을 마련해 주기 때문에 자선은 우리의 굳어진 마음을 부드럽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아가기를 선택한 이들에게 존경을 표하면서 “이런 삶의 선택은 복음적 삶의 가장 높은 형태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교황은 또한 복음 선포를 사회적 참여로부터 분리하고, 이 문제를 정부에 위임하려는 교회 내 경향을 비판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시장(Invisible Market)’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자유경제 논리를 경계하면서 “모든 인간의 존엄성은 내일이 아니라 오늘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장선상에서 다수의 가난한 이가 개인의 능력이 부족해 가난하다고 보는 왜곡된 관점을 지적한 뒤 “신자 중에도 가난한 이들에게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이들을 돌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가난한 이들을 소홀히 하는 어떤 교회 공동체도 붕괴 위험에 처하며, 비생산적인 회의와 공허한 말로 위장된 ‘영적 세속화(Spiritual Worldliness)’에 빠져 표류하기 쉽다”고 경고했다.

 

 

교황은 권고에서 “불의한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자”고 요구하면서 “기회가 더 적게 주어진 이들이라고 해서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더 낮은가? 그들은 그저 생존에만 만족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 이 물음에 어떻게 대답하는지에 따라 “우리가 도덕적, 영적 존엄을 되찾든지 아니면 ‘오물통(Cesspool)’에 빠지든지 결정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신자들은 비록 어리석거나 순진하게 보일지라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기 목소리를 냄으로써 구조적 병폐를 지적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약자들에게 교육받을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시혜가 아니라 의무이며, 고용 분야에서 열악한 처지에 있는 이들이 좋은 일자리를 찾도록 돕는 일은 사회적 약자를 돕는 가장 중요한 길”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환경과 도시화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가난한 이들이 살고 있거나 시간을 보내는 장소, 주택, 동네, 도시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예수님 시대로부터 오늘날까지 교회 역사를 다시 읽자고 권유한 교황은 초기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나눔 정신을 ‘본받아야 할 모범(an Example to Imitate)’이라 부각시킨 뒤, 보잘것없는 이들을 섬기고, 돌보고, 해방하고, 교육하고, 동행해 온 2000년 교회 역사를 되돌아보고 있다. 

 

 

레오 13세 교황이 천명한 사회교리,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아파레시다 문헌 등을 언급한 교황은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는 일은 늘 교회 활동의 중심에 자리해 있었다“고 전했다.

 

 

교황은 권고의 결론을 통해, 고통받고 곤궁한 이들의 얼굴 안에서 그리스도를 인식함으로써 생겨 나는 빛과 생명에 참여하자고 신자들을 초대하고, 가난한 이들은 사회학적 범주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살(Flesh of Christ)’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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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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