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는 리미니의 산 프란체스코 성당 파사드를 설계할 때 네이브와 아일의 높이 차이로 인해 발생한 문제에 적합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였습니다. 이후 그는 고딕 양식의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 파사드를 르네상스 양식으로 전면 재시공하면서 같은 문제에 부딪혔는데, 높이 차이로 생겨난 경사 부분을 그리스 신전의 소용돌이 문양이 있는 곡선으로 처리함으로써 난제를 해결하였습니다. 하지만 알베르티 이후 르네상스 건축가들에게는 여전히 바실리카 형태의 선형 공간에 로마 고전주의의 파사드를 접목하는 것이 풀릴 듯 풀리지 않는 숙제였습니다.
16세기의 르네상스 건축가들에게 있어 전형적인 성당의 형태는, 그릭 크로스의 중앙집중형 평면에, 고대 로마 신전의 페디먼트와 그것을 받치는 독립 원기둥으로 구성된 파사드였습니다. 그러나 초기 그리스도교 성당의 형태는 고대 로마의 신전이 아니라 공공건물인 바실리카에서 유래하였습니다. 그런데 선형 공간인 바실리카식 성당은 내부 공간의 높이가 부분마다 달랐기 때문에, 그 공간에 고대 로마 신전의 위엄 있는 파사드가 결합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안드레아 팔라디오는 한 세기 전 알베르티가 제시한 해결 방법 대신에 고대 로마의 신전 파사드 두 개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해결책을 내놓았습니다. ‘산 프란체스코 델라 비냐 성당(Chiesa di San Francesco della Vigna)’과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Basilica di San Giorgio Maggiore)’의 파사드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의 파사드를 보면 중앙 상부의 삼각형 페디먼트를 기단 위의 대형 원기둥들이 받치고 있는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이 자체로 신전의 위엄 있는 파사드를 연상케 합니다. 그리고 원기둥들 뒤로 기다란 띠가 지나가는 것이 보이는데, 그 띠는 상당히 큰 페디먼트의 밑변에 해당합니다. 원기둥이 받치는 상부의 페디먼트가 성당 네이브의 폭에 해당한다면, 벽기둥이 받치는 하부의 큰 페디먼트는 건물의 폭, 곧 3랑식 평면 전체의 폭과 같습니다. 팔라디오는 이렇게 신전의 파사드를 응용하여, 두 개의 삼각형 페디먼트를 위아래에 배치함으로써 파사드의 높이 차이 문제를 해결하였습니다.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의 평면은 지금까지 봐 왔던 바실리카식 선형 평면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그릭 크로스의 중앙집중형 평면이라고도 말할 수 없습니다. 이 성당에서 평면의 선형성은 네이브와 제단 부분이 이어지면서 발생합니다. 네이브는 3랑식 3베이에 불과하여 선형성이 매우 약하게 나타나고 있으나, 제단 부분에서 제단과 사제석과 성가대석이 길게 늘어남에 따라 평면 전체의 선형성이 드러납니다.
동시에 성당은 중앙집중형의 평면 구성도 보여주는데, 크로싱을 중심으로 종방향의 트란셉트가 1베이 있고 그 끝에 반원 아치의 앱스가 있어서 그릭 크로스의 중앙집중성이 나타납니다. 또한 크로싱 상부에는 돔이 있는데 비잔틴 건축의 펜던티브가 사용되었습니다. 따라서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은 바실리카식 선형 평면과 르네상스의 중앙집중형 평면이 혼합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성당 내부는 장식이 절제되고 바탕에 흰색 면이 많아 추상적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다만 성당에는 고딕 요소가 적지 않게 담겨 있습니다. 먼저 선형 평면 자체가 르네상스 양식이 아닌 고딕 양식에서 주로 사용하는 형태이며, 르네상스 건축가들이 조각의 요소로 보는 몰딩이 구조 부재와 일체를 이룬 것도 고딕 양식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팔라디오가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에서 보여준 바실리카 형태의 공간과 고대 로마의 신전 파사드를 결합하는 해결책은 십 년 후에 지은 ‘레덴토레 성당(Basilica del Redentore)’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합니다. 팔라디오는 이 성당의 파사드에 로마 신전의 페디먼트를 삼중으로 배치합니다. 먼저 중앙 상부에 페디먼트가 네 개의 기둥으로 받쳐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것은 네 기둥이 모두 기단으로 받쳐진 원기둥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기단 없이 두 개는 원기둥이고 두 개는 사각기둥의 형태입니다. 그리고 큰 페디먼트 아래의 두 원기둥 사이에 작은 페디먼트가 두 개의 가느다란 원기둥으로 받쳐져 있습니다. 이 작고 독립적인 신전 파사드는 이전에는 출입문 상부에 반원형 아치로 처리했던 부분입니다. 삼중 페디먼트의 마지막은 건물 전체의 폭에 해당하는 것인데 성당의 중앙 부분에는 나타나지 않고 바깥 부분에만 형성되어 있습니다.
레덴토레 성당의 평면은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처럼 3랑식 3베이의 형태를 보이지만, 사실상 아일 부분은 복도 기능을 갖지 않고 작은 경당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평면의 이런 구성이 입면의 파사드에 반영되어 파사드의 양쪽 부분이 벽감 없이 매우 좁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 결과 레덴토레 성당의 파사드는 3랑식이 아닌 1랑식 평면의 성당이 보여주는 중앙 부분이 강조된 파사드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평면의 선형성은 네이브와 제단의 두 부분으로 나뉘지 않고 제단 부분이 간소화되어 한 공간으로 통일성을 이루었습니다. 이것은 선형성이 약한 두 공간의 연속으로 선형성을 보였던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에 비해서, 한 공간으로서의 선형성이 구축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두 성당의 성가대석이 있는 제단 부분이 확장되고 선형성을 띠게 된 것은 산 마르코 대성당에서 시작되는 전례 행렬과 관련이 있습니다. 매년 베네치아의 총독은 산 마르코 대성당에서 성가대와 함께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으로 대운하를 건너서 장엄 행렬을 하였고, 베네딕도회 수사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이보다는 작은 규모지만 레덴토레 성당에서도 총독은 매년 대운하를 건너 행렬하였고, 프란치스코회 성가대와 함께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팔라디오가 중앙집중형이 아닌 선형의 성당을 설계하고 특별히 성가대석의 규모를 크게 만든 것은 베네치아의 전통적인 전례 거행과 연관된 것입니다.
팔라디오는 그의 저서 「건축 4서」에서처럼, 건축물들의 기본 원리를 찾아 체계를 세우고 그것을 실제 상황에 적용하는, 이론과 실천의 저울 바늘이 눈금의 중앙을 가리키는 균형감 있는 건축가입니다. 팔라디오 스타일이 존재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글 _ 강한수 가롤로 신부(의정부교구 건축신학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