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에 대해 대부분 사람은 ‘어떤 물건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을 생각한다. 그러나 천주교의 나눔은 물건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말씀을 묵상하고 성찰해 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을 더 의미한다. 이러한 나눔은 주로 성당의 어떤 단체활동 전후, 또는 특정 모임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눔은 일상생활에서 언제든 누구와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소속된 해설단은 한 달에 한번 회합을 하며 독서와 복음에 대해 묵상하고 단원들과 나눔하는 시간이 있다. 같은 독서, 같은 복음이지만 묵상 내용은 단원마다 다르며, 서로 다른 묵상 나눔을 통해 또 다른 배움을 느끼게 되고, 그 배움은 기쁨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단체활동을 하지 않는 교우들은 누구와 언제 어떻게 나눔의 기쁨을 느낄 수 있을까?
나는 캠핑을 무척 좋아해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캠핑을 간다. 아이들이 성인이 된 지금은 각자 일정 때문에 아내와 둘이 ‘부부 캠핑’을 하게 된 지 벌써 오래됐다. 아내와 둘이 캠핑 가는 것을 아는 주변 지인들이 물어본다. “아내랑 둘이 무슨 재미로 캠핑을 가?” 나의 대답은 늘 이렇다. “캠핑을 가는 이유는 아무것도 안 하려고 가는 거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게 돼.”
캠핑을 가면 아내와 이야기할 시간이 많아지고, 주제도 다양하다. 나와 아내의 생각을 꺼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님의 뜻이겠지. 계획이 있으시겠지”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생각은 다르지만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에게서 배움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가끔 지인 부부들과 함께 캠핑하는 경우도 있다. 장작불을 피워놓고 술 한잔 하다 보면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 자녀 이야기, 주변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하게 되고, 각자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 지인이 비신자라도 나와 아내는 그런 생각들을 성경 말씀과 연관 지어 이야기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배움을 맛보게 된다. 비단 캠핑이 아니라 퇴근 후 동료·선후배들과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하면서 소소한 토론을 하게 된다. 이때 나누는 이야기들 역시 성경 말씀과 연관 지어 생각하게 되고, 나눔을 통한 배움을 경험한다.
나눔은 성당이나 어떤 단체 모임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 누구와든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눔을 위해서는 상대방 이야기를 잘 듣는 것, 내 생각을 잘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하느님 말씀을 떠올릴 줄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평소 묵상과 성찰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한데, 가장 좋은 묵상과 성찰은 미사 참여를 통해 독서와 복음을 새기는 것이며, 성경을 읽고 하느님 말씀에 대한 직접적·간접적 경험을 쌓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통해 크고 작은 배움과 기쁨을 느낄 수 있다.
하느님 말씀의 묵상과 성찰을 다른 이들과 나누는 것은 생각보다 큰 행복이며 나를 성장시키는 배움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마음속으로 지혜의 길을 찾고 그 신비를 깊이 묵상하는 사람은 행복하다.”(공동번역 「성서」 집회 14,21) “우리의 길을 성찰하고 반성하여 주님께 돌아가세.”(애가 3,40)
김기형(요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