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WYD 지역조직위가 청년들과 함께 특별 연구팀을 조직해 수행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위한 청년 기초 인식 조사’에서 발제자들이 주목한 점은 “청년 세대가 신앙생활을 할 경우 실제로 정서적 도움을 받는다”는 유의미한 통계가 엿보였다는 것이다.
‘업무와 학업, 취업 준비 등으로 번아웃(소진)됐던 경험’을 조사한 지표에서 천주교 신자 청년이 48.1, 비신자 청년이 40.7로 신자 청년이 과거에 번아웃을 경험한 적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의 ‘스트레스와 고립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에는 신자 청년이 ‘덜 고립됐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에 참여한 서울대교구 정규현 신부(마르티노·국내연학)는 “‘청년 비신자 집단과 신자 집단의 고립에 대한 인식’ 항목에서 비신자 청년의 30가 삶이 어려울 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주변에 없다고 응답했지만, 천주교 청년은 14.8에 불과해 2분의 1 수준으로 다른 항목들에 비해 차이가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비신자 청년에 비해 신자 청년이 고민을 해소할 ‘조력자’를 찾기 수월했다는 말이다.
이 외에도 경제적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 주변인과의 비교, 스펙의 버거움 등 항목에서 비신자 청년에 비해 신자인 청년들의 지수가 낮았다. 이 결과는 취업과 미래에 대한 압박 등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청년 신자가 교회 공동체를 찾아오고 도움을 받아, 비신자 청년에 비해 스트레스와 고립감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정 신부는 “교회 공동체가 개인 간 혹은 사회와의 관계 단절을 예방할 수 있는 장이자, 번아웃으로부터 돌봐줄 수 있는 ‘돌봄의 공동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역조직위 장지혜(루시아) 연구원은 “통계를 종합하면 스스로를 경제적 하층으로 인식한 청년들보다 상층으로 인식하는 청년일수록 교회 공동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얻은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진리와 사랑, 생명 관련 이슈 등에 대한 응답에서는 신자 청년이 비신자 청년보다 교회 가르침에 가까운 응답을 했다. 대표적으로 ‘인간의 생명은 수정되는 순간부터 존중되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문항에서 신자 청년의 80.8, 비신자 청년의 71.1가 동의했다.
다만 이 중에서도 사형제, 인공 수정, 혼전 성관계 등에 대해 신자 청년들도 최소 87 이상이 ‘문제가 없다’거나 ‘허용해도 된다’고 응답했고, 남북 평화 문제에서도 비신자와 신자 청년 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정 신부는 “몇몇 문항을 제외하면 청년들은 종교 유무보다 성별, 문화와 정치적 신념에 따라 응답에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또 진리 가치에 대해 신자 청년들의 이타적 희생 의사가 비교적 뚜렷하게 청년 일반보다 높았지만, 과반수가 개인 수준의 상대주의적 가치관을 수용하고 있는 등의 지표를 보면 신자 청년들이 현대 사회에서 체득하고 있는 인식 틀에 대한 심화된 연구가 앞으로 더욱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이번 심포지엄의 바탕이 된 청년 인식 조사는 양적 연구와 질적 연구로 나뉘어 수행됐다. 양적 연구는 2025년 7월부터 8월까지 비신자 청년 1973명에게 총 88개 문항을, 신자 청년 2278명에게 총 111개 문항을 설문 조사했다. 질적 연구는 2025년 2월부터 5월까지 청년 패널 41명과 청년 사목 전문가 9명을 활용해 집단 인터뷰 조사로 이뤄졌다. 조사 기간은 2025년 2월부터 8월까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