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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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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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어떤 친구가 내게 늘 하던 말이 있었다. “네가 그러면 사람들이 너 싫어해”, “사람들이 다 그렇게 말하더라고.” 그러고는 덧붙이곤 했다. “이런 말 너한테 해주는 사람이 나밖에 더 있니.” 그 친구는 이런 말로 나를 파괴하고 움츠러들게 하는 것 외에 모든 좋은 일을 내게 해주었다. 계절별로 좋은 곳에 여행 가자고 해주기, 생일날 케이크를 들고 찾아와 주기, 내가 글을 쓰느라 얼마간 연락을 끊고 있으면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 보고 싶다는 말을 앞세워 우리 집에 큰 선물을 들고 찾아오곤 했다.


다만 그녀는 늘 날 대신하고 싶어 했다. 모든 협상, 모든 섭외 등등. 나는 그 친구를 고마워했고, ‘날 나쁘게 만들어서 그 친구가 좋을 게 뭐 있겠나’라는 얄팍한 계산기를 한 번 돌려본 후 후회 없이 그를 믿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내 비밀 아닌 비밀들을 모두 세상에 발설한 것도 그였고, 있지도 않은 말들을 퍼뜨린 것도 그였으며, 결국 내가 없어진 뒤에서 조금씩 나를 파괴하고 있던 것도 그녀였다. 그 사실을 알기 위해, 나는 그녀가 전해주는 말을 다 믿는 척하며 처음으로 그녀의 말을 녹음했고, 그리고 나를 흉보고 다닌다는 사람들에게 그 말을 전했다. 


그들은 놀라워하며 그런 말을 자신들에게 전해준 것은 바로 그녀였다고 내게 증언했다. 치사했지만, 그것을 다 녹음해서 어느 날 드디어 그 녹음을 그녀 앞에서 틀었다. 그때 그녀의 얼굴과 목소리를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녀는 종잇장처럼 굳어진 얼굴로 내 눈을 피하며 슬프고 피해를 많이 본 아이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영아. … 나 이런 말들이 하나도 생각이 안 나.”


그녀는 어쩌면 쉬운 상대였다. 나중에, 나는 정치적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다. 그러자 그 지지자의 집단이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히기 시작했다.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어떤 유튜브를 시청하게 되었는데, 말하자면 이런 식이었다. “아시죠? 문단에서 공지영이라는 여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하며 킥킥 웃었다. 소송하려고 했지만, 그 모호함은 그런 빌미도 주지 않았다. 계산된 것이었다. 그러면 댓글이 주르르 달렸다. “그 유명 작가의 문란함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요. 내 친구가 문단에 있어 그러는데, 착한 일 한 것도 다 위선이라고. 실상은 그렇게 더럽다고 하더라고요.” 


이것이 현대의 악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방법이다. 모호하게 몇 마디 던지면 수많은 사람의 마음속 시기심과 어둠이 스스로 알아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까지 맺는다. 이것이 두려운 것은 그것이 공격당하는 자들 자신을 자학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수많은 어린 연예인들이 죽어간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내 기사 밑에 달리던 그 끔찍한 악플들 때문에 한때 나 역시 공포에 사로잡혔던 적이 있었다. 그 익명성 때문이었다. 그게 우리 집에 오시는 세탁소 아저씨인지, 아이의 친구 엄마인지, 내 사촌인지 알 수 없어 그게 끔찍했고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러므로 현대 어둠의 세력은 이렇기로 작정하고, 단지 만 명의 알바생만 구하면 나라를 ‘먹을 수도’ 있다. 이런 문제를 파헤친 책이 「다크 심리학」이다. 문득 집어 들고 읽다가, 모든 과거가 떠올라와 한동안 우울해졌다. 


그때 하느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무렵 힘겹게 살아가던 내게 절친했던 후배 둘이 입교를 신청했다. 그들이 말했다. “나는 아직 다 믿지는 않지만, 언니를 보니 뭐가 있긴 있는 것 같아.” 모든 것을 합쳐 선을 이루시는 하느님, 이 가을 하늘만큼 푸르게 찬미 받으소서!



글 _  공지영 마리아(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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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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