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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외 이웃 위해 주식 30만 주 기부한 ㈜씨젠 천경준 회장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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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잘못 없이 세상에 내던져진 아이들, 가족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어르신들보다 더 취약한 이들이 또 있을까요? 고립 속에 놓인 이들이 하느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존엄한 인간이라면, 그리스도인의 응답은 분명합니다. 더 크게, 더 많이 나누는 것이지요. ‘우리가 깨어 있는 동안 나눔을 실천하자’는 아내의 뜻에 저도 흔쾌히 동참할 수 있었습니다.”


㈜씨젠 천경준(마티아·78) 회장은 11월 11일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대표이사 윤병길 요한 세례자 신부)에 아내 안정숙(카타리나·75) 씨의 보유 주식 30만 주를 기부하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협약식에 아내를 대신해 참석한 천 회장은 “무의탁 영유아와 독거노인을 위한 사업에 기금이 사용되기를 바란다”는 안 씨의 뜻을 전했다.


이번 기부는 안 씨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씨젠 계열 재단도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오고 있지만, 안 씨는 “나눔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할 소중한 기회이며, 그분의 손길을 거절할 수 없고 언제든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라며 남편을 설득했다. 기부한 주식의 가치는 11월 14일 기준 약 78억4500만 원에 달한다.


부부의 기부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가톨릭계 학교인 효성여중(현 효성중) 재학 중 입교한 안 씨는 신앙 안에서 다양한 기부를 이어왔다. 가톨릭평화방송을 통해 소외된 이웃을 돕는 손길을 보태왔다. 아내의 자선 활동을 오랫동안 지켜봐 온 천 회장도 40년 전 결혼 10주년을 맞아 입교한 뒤,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에게 지금까지 20억 원이 넘는 장학금을 기부해 왔다.


이러한 나눔은 단순한 자선이 아니라 진심 어린 공감에서 나온 실천이었다. 천 회장은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가족의 사업 실패로 아버지의 유산을 잃고 가난한 유·청소년기를 보냈다. 천 회장은 “내가 똑같은 상처를 입지 않았다면, 자기 탓이 아닌 고통 속에 남겨진 이들에게 다가갈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고통받는 인류와 함께하셨던 주님을 따라, 내가 행할 수 있는 위로와 응원의 손길을 전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주식 기부 이후에도 부부의 나눔은 이어진다. 일찍이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에 유산 기부 공증을 마친 천 회장은 “우리가 진정 무엇을 위해 이 세상에 살아가는지, 삶을 어떻게 아름답게 완성할 수 있는지 일깨워주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삶의 중심에 두고 묵묵히 따를 뿐”이라고 전했다.


“가톨릭 신앙은 인간에게 혼자 잘 먹고 잘살라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가난하고 약한 사람을 지켜주고 더불어 살아가는 진정성 있는 삶의 지평을 제시하죠. 그래서 우리의 기부가 더 많은 기업인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이해하는 마중물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 사랑 덕에 우리는 이기심에 눈이 멀어 고립되지 않고, 누군가의 희망으로 다시 태어나 참된 자유를 얻는다는 것을요.”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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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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