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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과 ‘거리두기’는 이제 그만…말씀과 친해질 때는 ‘바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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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는 1985년부터 연중 시기 마지막 주간(올해는 11월 23일부터 29일까지)을 ‘성서 주간’으로 정해, 신자들이 일상에서 성경을 더욱 가까이하고 자주 읽으며 묵상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한 해 동안 선포된 구원의 말씀을 되새기고, 새로 시작되는 전례주년 안에서도 변함없이 말씀을 ‘매일의 양식’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성서 주간을 맞아 신자들은 어떻게 성경을 접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말씀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다.


 

일주일에 성경 읽는 시간은…천주교 38.9분, 개신교 64.4분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광야에서 유혹자에게 이렇게 응답하셨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마태 4,4)

 

 

그리스도인의 삶은 곧 말씀과 함께하는 삶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신자들은 성경을 얼마나 자주 읽고 있을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이 2024년 1월 발표한 ‘종교 경전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개신교 신자 중 62가 평소 정기적으로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데 비해, 천주교 신자는 10명 중 3명꼴인 36에 그쳤다. 특히 ‘매우 그렇다’는 응답은 천주교 신자(5)가 개신교 신자(20)의 4분의 1에 그쳤다.

 

 

읽는 시간에서도 차이는 뚜렷하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2023년 6월 출간한 「2023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의식조사」를 보면, (미사 또는 예배를 제외하고) 천주교 신자가 일주일에 성경을 읽는 시간은 38.9분, 개신교 신자는 64.4분이었다. 하루 기도 시간이 천주교 신자 25.3분, 개신교 신자 24분으로 거의 비슷한 것을 감안하면 성경 읽기만큼은 천주교 신자들의 실천이 부족하다는 점이 드러난다.

 

 

올해 9월 발행된 「한국교회 트렌드 2026」은 개신교 신자의 성경을 읽는 시간은 4년 전에 비해 12분가량 늘어난 76분이라고 밝혔다. 천주교 신자의 두 배 수준이다.


 

 

성경 읽기의 ‘벽’, 어떻게 넘을까

 

 

성경은 시대와 문화적 배경이 현대와 다르며 상징적인 표현도 많아 신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거룩한 독서를 위한 성경 주해 총서」(바오로딸) 중 「시편 1-41편」 등 성경 관련 다수 책을 쓴 전봉순 수녀(그레고리아·예수 성심 전교 수녀회)는 성경 해석에 너무 매몰되지 말 것을 조언했다.

 

 

전 수녀는 “역사 비평학적으로 말 한마디 한마디를 따지며 읽는 건 신학자나 성서학자들에게도 어려운 일”이라며 “모르는 부분이 있더라도 성령의 도움을 청하며 성경을 읽어 나가면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 “‘말씀을 하루의 양식으로 삼는 자세가 여전히 천주교 신자들에게는 부족한 듯 보인다”며 “말씀보다는 전통과 전례 중심 신앙생활에 익숙한 것도 성경 읽기에 소홀한 한 원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천주교 신자들은 성경 읽기 외에도 매일 미사나 시간 전례, 묵주기도, 성체조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신심을 다질 수 있다. 반면 개신교는 ‘오직 성경(Sola Scriptura)’ 원리에 바탕을 둔 신앙생활을 강조하며, 예배 또한 설교와 성경 강해 중심이다. 구역과 셀 단위 성경 공부 ‘QT(Quiet Time, 조용한 시간)’가 보편화돼 있고 성경 출판과 애플리케이션, 말씀 묵상집 시장 규모도 크다.

 

 

본당 신자들과 매주 ‘주임신부와 함께하는 렉시오 디비나’를 열고 있는 최병조 신부(요한 사도·수원교구 성남동본당 주임)는 “천주교는 개신교와 달리 전승이 강하고, 성모 신심이나 성체 신심이 있어 성경을 읽지 않아도 신앙생활이 충족되는 면이 있다”며 “하지만 그렇다고 성경을 멀리하면 유사 종교의 성경 해석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성경은 능동적인 전례 참여를 높이는 바탕일 뿐 아니라 교회의 보편적 가르침과 교리의 뿌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1994년 세례를 받은 후 1997년부터 성경 공부를 꾸준히 해 온 이대범(발렌티노·서울대교구 구의동본당) 씨는 지금도 매일 성경 여덟 쪽과 「매일 미사」 독서·복음을 읽고 묵상한다. 이 씨는 “말씀을 미리 읽지 않으면 미사 참례 때도 신부님 강론이 귀에 잘 안 들어온다”며 “성경을 가까이하면서 믿음도 굳건해지고, 자신감 있게 전교할 수 있으며, 신앙생활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말씀에 맛 들이는 다양한 ‘길’

 

 

성경 읽기에 여전히 인색한 신자들을 위해 교회는 성경을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많은 본당에서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는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거룩한 독서)는 독서와 묵상, 기도, 관상 4단계로 이루어진다. 깨달음과 나눔, 실천까지 이어진다.

 

 

성서 40주간은 신·구약 성경을 40주 이내에 읽을 수 있도록 분량을 나누고, 읽은 내용에 대한 안내와 강의를 듣는다. 3년 과정의 성서 100주간은 교육보다는 성경을 통독하며 묵상 나누기에 중점을 둔다.

 

 

연령대 맞춤형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교구별로 활성화된 청년성서모임은 각 본당에서 창세기, 탈출기, 마르코복음, 요한복음 과정마다 소그룹을 결성해 봉사자와 함께 성경을 읽고 나누는 모임이다. 공부를 마치면 연수를 통해 과정을 마무리하며 기수별 친교도 다진다. 초고령화 사회를 맞아 각 본당은 ‘어르신 성경 대학’을 열어 신자들이 노년 여정을 의미 있게 준비하도록 돕고 있다.

 

 

비대면 온라인 성경 강좌도 다양하다. 수원교구 사이버 성경학교(cyberbible.casuwon.or.kr)에는 사제, 수도자 등 전국 여러 강사진의 ‘첫걸음 과정’, ‘일반 과정’, ‘단과 과정’ 등이 마련돼 있다. 

 

 

대구대교구는 2021년 마련한 ‘주교님들과 함께하는 온라인 성경통독 40주간’ 영상 콘텐츠를 교구 유튜브에 공개해 신자 누구나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성바오로딸수도회에서 운영하는 바오로딸 성경학교(uus.pauline.or.kr)는 우편이나 온라인 강좌로 성경을 공부할 수 있는 과정이며 11월부터 등록할 수 있다.

 

 

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는 ‘정기강좌 3년 과정’과 청년·직장인 못자리, 각 본당에서 신약성경 한 권을 1년 동안 공부하는 ‘나눔터 그룹 과정’ 등을 운영하고 있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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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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