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5년째 중국인 공동체를 돌보고 있는 동리춘 신부는 반중 시위에 우려를 표하며 “신앙은 마음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이며 미움과 편견의 사슬을 풀어주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반중 정서, 한국 사회는 물론 외국인에 부정적 영향
한·중 교회 형제애 보여줘… 2027 서울 WYD 기대
“요즘 뉴스에서 ‘반중 시위’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저희 중국인들이 보고 싶지 않은 모습입니다. 반중 정서는 중국인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다른 외국인들에게도 실망감을 안겨줍니다.”
한국에서 5년째 중국인 공동체를 돌보고 있는 중국인 동리춘(베드로,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신부는 “중국인 신자들 가운데는 반중 시위로 불안해하거나 밤에 혼자 외출하기를 두려워하는 이들도 있다”며 “중국인으로서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고, 두려움 속에 한국을 떠나는 이들도 있다”면서 사제로서 관련 이슈를 바라본 안타까움을 전했다.
“한국 교회와 중국 교회는 분리될 수 없는 관계입니다. 양국 수교 이후 한국 교회는 중국 교회를 물질적·신앙적으로 꾸준히 도우며 형제애를 보여줬습니다. 신앙은 서로의 손을 맞잡게 하고, 마음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이며 미움과 편견의 사슬을 풀어주는 열쇠이기도 합니다.”
그는 “물론 반중 정서에는 정치적 요인이 크고, 일부 중국인들이 법을 어기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일도 있어 한국인들이 불편함을 느낄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중국인 유학생이나 노동자들은 이동이 잦아 생활 터전이 고정돼 있지 않다”며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도 소수의 신자들은 용기를 내어 신앙을 지켜가고 있다”고 했다.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인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으로, 최소 100만 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가톨릭 신자는 약 200명으로 주일 미사에 참여하는 신자는 이 중 10분의 1에 불과하다.
동 신부는 서울대교구 광희문성지와 수원교구 오전동본당, 부산교구 초량본당 화교공소를 오가며 중국어 미사를 봉헌하고, 중국인 유학생과 교민·노동자들을 만난다. 매달 셋째 주에는 광희문성지에서 주일 미사를 봉헌한 뒤 축일을 맞은 신자들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중국 선교를 다녀온 성직자와 수도자들도 함께한다. 2024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서울 명동대성당 문화관 소성당에서 중국어 미사를 집전해왔다.
“중국 각 지역에서 온 신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모국어로 전례에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소중합니다. 향수를 달래줄 뿐 아니라 신앙을 굳건히 해주는 계기가 됩니다.”
동 신부는 중국 지린성에서 태어나 4대째 신앙인 가정에서 자랐다. 아침저녁으로 가족이 함께 기도하며 살았고, 매주 금요일에는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는 것이 일상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신학교에 입학했다가 뒤늦게 수도 성소를 느껴 2011년 성골롬반외방선교회에 입회했다. 그는 선교회 창설 100여 년 만에 첫 중국인 회원이다. 2019년에 사제품을 받고 파키스탄으로 파견을 준비했으나 코로나19로 비자를 받지 못해 두 번째 선택지였던 한국을 택했다. 2020년 10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 한국에 와 제주대학교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그는 “5년간 지내면서 한국 신자들이 하느님을 섬기고,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윤리·도덕적 가치를 실천하고, 특히 한국 문화 안에서 새롭게 신앙을 표현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면서 “2027년 한국에서 열리는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세계청년대회가 아시아에서 열리는 만큼 중국 교회에도 큰 의미가 있는 역사적인 신앙 축제입니다. 서로 더욱 마음을 열어 이해하고, 중국의 젊은이들 또한 용기를 내어 세계 청년들과 그리스도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에 동참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