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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을 위한 곡 [류재준 그레고리오의 음악여행]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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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는 민주주의의 본고장으로 여기는 영국을 비롯해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벨기에·룩셈부르크·스페인·네덜란드가 입헌군주제를 유지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태국·캄보디아·말레이시아가 대표적이다. 왕권이 약해지면서 왕정은 소멸하거나 입헌군주제로 체제를 바꾸었다. 17세기 명예혁명을 통해 의회가 왕권을 견제하는 제도를 만든 영국이 최초의 입헌군주국이다. 대다수 입헌군주국 국민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것은 전통에 대한 강력한 지지다. 모든 이가 왕에 대해 충성심과 존경심을 보내는 것은 아니지만, 왕이라는 존재를 존중하고 전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는 왕이라는 개념에 대해 일반인의 시선이 점차 호의적이지 않게 변한다는 점이다. 지금의 국왕이 퇴임할 경우 왕정이 유지될 것이라고 믿는 지지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특히 거액의 세금이 들어가는 이 제도가 평등권을 현저히 침범한다고 많은 이가 주장한다.

실제 노르웨이에서는 연간 1800만 달러의 왕가유지비용을 세금으로 쓰고 있다는 점에 대해 여론이 매우 좋지 않다. 왕족들은 일반인과 결혼하거나 개인의 삶을 누릴 수 없다는 점에서 족쇄라고 이야기하지만, 일반인으로서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가진 자의 배부른 소리다. 현재 유럽에서 절대왕권을 휘두르고 있는 나라도 있다. 리히텐슈타인의 아담 2세는 의회입법에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국민들이 지지하고 있다.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은 1925년 비오 11세 교황이 ‘그리스도왕’의 의미를 성대히 기리기 위해 제정한 가톨릭의 대축일이다. 성공회에서는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 루터회에서는 왕이신 그리스도의 날, 감리교회에서는 왕국주일로 지킨다. 대축일을 지정했을 때가 20세기 초라는 것을 감안하면 당시로선 최고의 영예를 드리고자 ‘왕’이라고 칭했을 것이다.

성경이 쓰인 시대에도 대부분 사회적 지위의 정점은 왕이었기 때문에 주님을 왕이라고 지칭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라틴어에서 주님을 뜻하는 다른 존칭인 도미네(domine)는 주인님, 또는 나리라는 뜻으로 계급이 엄격했던 당시 사회상을 반영한다. 하지만 근래 주님을 ‘왕’ 또는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에 반감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 왕이라는 지위가 이전 같은 공감대를 담보하지 못하면서 주님께 붙일 만한 호칭인지 궁리하는 것이다. 주님께 바치는 극존칭이 어떤 것이 좋을까 고민해야 할 새로운 시대가 온 셈이다.

역사적으로 왕을 찬양하기 위해 작곡된 음악은 많다. 특히 유명한 것은 ‘신이여 왕을 보우하소서’라는 작품으로, 영국 국가로도 쓰인다. 여성군주가 등극하면 킹을 퀸으로 바꿔 부른다. 파가니니는 이 노래를 현란한 기교와 화려한 화음으로 편곡한 작품을 남겼다. 바이올리니스트 살바토레 아카르도는 이 난곡을 동요처럼 자연스럽게 연주한다.

살바토레 아카르도가 연주한 파가니니 ‘God save the Queen op.9’

//youtu.be/A2ze_gFw-0w?si=rFXq4FvSEclv7bxK



세속의 왕이 왕좌를 물려받는 예식인 대관식을 위해서도 많은 작곡가가 작품을 남겼다. 특히 엘가의 ‘대관식 행진’은 위엄과 장중함이 돋보이는 걸작이다.

//youtu.be/FnrgjK6OrWI?si=VjmyV8BcfV5R2sxY



작곡가 류재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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