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교구장 손희송(베네딕토) 주교는 2026년 사목교서를 발표하고, 교구가 올해부터 보내고 있는 ‘7년 신앙 여정’의 두 번째 해인 2026년에는 “기도와 성가를 통해 주님의 손길을 느끼는 기쁨을 맛보자”고 제안했다.
손희송 주교는 “교회의 주인이신 예수님이 기도하는 분이셨으니 그분을 믿고 따르는 이들도 당연히 기도해야 한다”며 “그러므로 교회는 곧 기도하는 공동체”라고 말했다. 손 주교는 사제가 없거나 부족한 가운데에서도 충실히 기도했던 한국 순교자들을 예로 들며 “우리도 그분들처럼 성실히 기도하는 가운데 주님을 만나 더욱 굳건하게 믿고 희망하며 사랑을 실천해 ‘그분의 얼굴’을 세상에 드러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주교는 이어 성가의 중요성도 언급하며 “전례 중에 함께 부르는 성가는 신자들의 마음을 모아 공동체 의식을 더욱 굳건하게 해주므로 각 본당은 특히 주일 미사 때 성가를 통해 신자들이 주님을 가깝게 느끼고 서로 한마음이 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써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손 주교는 마지막으로 “2026년 한 해 동안 의정부교구의 모든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 특별히 젊은이들이 기도와 성가에서 주님을 만나는 기쁨을 길어 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다음은 사목교서 전문.
Ⅰ. 2026년 천주교 의정부교구 사목 교서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1테살 5,17) +찬미 예수님!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그리고 수도자, 성직자 여러분, 지난 5월 8일, 새 교황으로 선출되신 레오 14세께서는 첫 번째 교황 강복을 하시기 전에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라고 인사하셨습니다. 평화는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건네신 첫인사입니다. 그리스도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에 스며들어 가정과 교회와 사회에, 그리고 온 세상에 전해지기를 기원합니다. 1. 저는 2025년 사목 교서에서
‘미사에서 주님을 만나는 기쁨으로 서로 친교를 나 누고 이웃에게 선교하며 세상에 봉사하는 교회를 향하여’라는 사목 지침으로 7년의 신앙 여정을 함께하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여정의 첫해에는 주님과 만나는 기쁨을 체험하기 위해 성경을 부지런히 읽고 묵상하면서 주님의 목소리를 듣고자 노력했습니다. 주님 말씀에 귀 기울이면서 기쁨을 찾는 신앙 여정을 함께 걸어오신 모든 사제, 수도자, 신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우리 모두 계속해서 그 기쁨을 누리면서, “당신 말씀은 제 발에 등불, 저의 길에 빛입니다.”(시편 119,105)라고 고백할 수 있으 면 좋겠습니다. 2026년은 7년 신앙 여정의 두 번째 해입니다. 이 한 해 동안에는 특별히 기도와 성가를 통해 주님의 손길을 느끼는 기쁨을 맛보도록 노력합시다. 우리는 함께 기도하면서 주님을 찬양하는 가운데 그분 사랑의 손길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교회가 기도하고 찬양할 때에, ‘단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겠다.’(마태 18,20)라고 약속하신 바로 그분께서 현존”(<전례 헌장> 7항)하시기 때문 입니다. 교회는 그 시작부터 기도를 통해 주님 능력의 손길을 체험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에 사도들은 성모님과 함께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하였고(사도 1,14 참조), 그런 그들에게 오순절에 성령께서 오셨습니다(사도 2,1-3 참조). 성령 강림으로 시작된 예루살렘의 첫 신자 공동체 역시 기도에 전념하였고, 그런 가운데 주님께서는 사도들을 통해 이적과 표징을 보여주셨습니다(사도 2,42-43 참조). 2. 교회는 기도하는 공동체입니다. 무엇보다도 교회의 주인이신 예수님이 기도하는 분이셨습니다. 그분은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쳐주셨고(마태 6,9-15 참조), 몸소 밤늦게 홀로 한적한 곳에서, 때로는 이른 아침 제자들이 아직 잠자고 있을 때 홀로 기도하셨습니다. 열두 사도를 뽑는 중요한 결정을 앞두시고는 “산으로 나가시어, 밤을 새우며 하느님께 기도”(루카 6,12 참조)하셨습니다. 마지막에는 죽음을 앞두고 겟세마니 동산에서 피땀을 흘리며 기도하셨고(루카 22,39-44 참조), 이 기도의 힘으로 성부의 뜻에 따라 십자가의 길을 가셨습니다. 주님이 기도하셨으니, 그분을 믿고 따르는 이들도 당연히 기도해야 합니다. 물이 수도관을 통해 전해지듯이 주님 사랑의 손길도 기도라는 통로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 집니다. 기도는 감정이나 기분에 좌우되지 말고, 좋든 싫든 기쁘든 슬프든 의지적으로 매일, 꾸준히, 규칙적으로 해야 합니다. 예수님도 제자들에게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하라’(루카 18,1-8 참조)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우리 한국 순교자들이 바로 그렇게 기도했습니다. 그들은 사제가 없거나 부족해서 성사의 도움을 받을 기회가 매우 적었지만, 충실히 아침기도, 저녁기도, 묵주기도 등을 바치면서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이렇듯 꾸준한 기도를 통해 주님을 가까이 체험했기에, 그분 가르침대로 이웃사랑을 실천하며 살다가 그분께 기꺼이 목숨까지 바칠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그분들처럼 성실히 기도하는 가운데 주님을 만나 더욱 굳건하게 믿고 희망하며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그분의 얼굴’을 세상에 드러내야 할 것입니다. 3. 기도는 하느님과의 대화입니다. 그래서 기도 중에 우리는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을 그분께 아뢸 수 있습니다. 신앙인은 각자의 처지에서 하느님께 청원과 탄원, 감사와 찬미의 기도를 바치는 것을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개인으로든, 공동체로든 상황에 맞게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기도를 바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뜻보다 나의 뜻에 더 매달려서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교회가 마련한 기도문은 이런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면서 기도를 배우도록 이끌어줍니다. 교회의 공식 기도문은 온 교회와 각 사람이 하느님을 만나는 가운데 형성된 것입니다. 교회는 이 기도문을 통해서 우리가 자기라는 좁은 울타리를 넘어 하느님과 이웃에게 자신을 개방하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교회는 공적 기도문을 기도서와 전례서에 수록해 놓았습니다. 때로는 글로 고정된 기도나 미사 중에 반복되는 기도문이 따분하게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목숨 바쳐서 지킨 참된 신앙과 지혜가 배어 있는 기도입니다. 그래서 교회의 공식 기도문에 맛들이도록 더욱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4. 기도와 성가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성가 가사는 그 자체로 훌륭한 기도문입니다. “노래하는 사람은 두 번 기도하는 것이다.”라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말씀처럼 성가는 기도가 마음 깊은 곳까지 이르도록 도와줍니다. 감동을 주는 성가는 마음과 정신을 하느님께 온전히 집중하게 해주고 그분의 현존을 가깝게 느끼게 해줍니다. 또한, 전례 중에 함께 부르는 성가는 신자들의 마음을 모아 공동체 의식을 더욱 굳건하게 해줍니다. 각 본당에서는 미사, 무엇보다도 주일 미사 때 성가를 통해 신자들이 주님을 가깝게 느끼고 서로 한마음이 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주시고 노력해 주십시오. 미사에서 기도와 성가를 통해서 신자들이 주님 사랑의 손길을 체험하면서 서로 마음으로 더욱 가까워진다면, 이는 시노드 교회를 이루는 데에 좋은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내적으로 사랑의 주님과 일치하여 서로에게 그분 사랑을 나누려는 마음이 생길 때, 외적으로 시노드 교회, 곧 다양한 사람이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각자의 역할을 존중하면서 화합을 이루는 친교의 공동체를 이룰 수 있습니다. 교회 공동체의 친교는 주님과의 친교에서 힘을 얻어야 가능합니다. 2026년 한 해 동안 우리 의정부교구의 모든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 특별히 젊은이들이 기도와 성가에서 주님을 만나는 기쁨을 길어 올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그 기쁨에서 힘을 얻어 서로를 위하고 아끼면서, 마음과 뜻이 하나가 되는 친교의 교회 공동체를 향해 함께 걸어 나가기를 기원합니다. 교회의 어머니이신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의정부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25년 11월 30일 대림 제1주일
천주교 의정부 교구장
손 희 송 베네딕토 주교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