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구장 정신철(요한 세례자) 주교는 ‘2026년 교구장 사목교서’를 발표하고,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준비 여정으로 각자의 마음을 열고 모든 이들에게 다가서는 ‘환대’를 삶의 여러 분야에서 실천해 영적 쇄신을 이룰 것을 당부했다.
정 주교는 “WYD 세 가지 주제인 ‘환대’, ‘순례와 만남’, ‘선교’가 청년들만이 아니라 모든 신자의 쇄신을 내포하고 있다”며 “교구는 앞으로 3년간 세 주제어에 집중해 서울 WYD를 준비하고 우리 모두의 영적 쇄신 노력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 주교는 특히 환대를 강조하며 “단순히 손님을 맞는 의례적 태도가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타인을 맞고 그들의 존엄성을 인정하며 진정한 만남과 대화로 서로를 풍요롭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관심, 분열과 갈등 등 사회에 만연한 병리적 현상에 공동책임을 느끼며 인간과 인간 사이의 연결과 연대를 회복하자”고 전했다.
정 주교는 ▲신앙 안에서의 ▲가정 안에서의 ▲본당 공동체에서의 ▲청소년·청년들을 위한 ▲사회를 향한 ▲타 종교인들을 위한 환대 실천을 강조하며 “성체조배와 고해성사로 주님을 우리 안에 환대하고, 대화와 경청의 가정 문화를 가꾸고, 처음 성당에 온 사람부터 냉담 신자까지 모든 이를 반기는 공동체를 만들자”고 말했다. 또 “청년 스스로가 청년 사목 주체임을 느끼도록 공간적 개념 이상의 환대 장소와 분위기를 조성하자”고 덧붙였다.
정 주교는 가난하고 소외되고 법적 보호 밖에 놓인 이들을 교회 밖에 존재하는 진정한 환대 대상으로 강조하며 “그들을 향해 활짝 마음을 열자”고 말했다. 이어 “이웃 종교인들과도 ‘다름’보다 서로 공통된 가치를 찾아나가는 대화의 여정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끝으로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묵시 3,20) 계시는 주님께 환대의 문을 활짝 열어 드리자”고 전했다.
다음은 사목교서 전문.
“사람들을 들어오게 하여, 내 집이 가득 차게 하여라.”(루카 14,23)
- 환대하는 공동체의 해 -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2025년 희망의 희년을 마무리하며, 우리 모두 하느님을 향한 희망으로 가득 찬 순례자이기를 기원합니다. 이 지상 여정의 순례는 하느님을 향한 길이기에, 하느님을 만날 것이라는 희망 안에서 믿음을 늘 새롭게 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되어야겠습니다. 우리 한국 천주교회는 하느님의 큰 축복을 받았습니다. 교회 역사 안에서 선교사 없이 평신도 스스로 신앙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줍니다. 이는 전 세계 그 어떤 교회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사건입니다. 우리 신앙 선조들이 신앙을 받아들인 모습은 하느님을 향한 열린 마음과 하느님의 역사하심에 모든 것을 내어 맡긴 인간 본성의 놀라운 예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축복을 받았기에, 한국 천주교회는 모진 박해와 고난에도 모든 교회의 모범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축복을 다시 한번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그것은 2027년 세계청년대회가 바로 우리나라에서 열린다는 사실입니다. 그리스도교 국가에서만 개최되던 세계청년대회가 지금까지의 관례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다종교 국가이자,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열린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민족과 우리 교회에 내려주시는 큰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열린 마음으로 하느님의 뜻에 모든 것을 내어 맡겨 축복과 은총의 시간을 열었듯, 우리도 세계청년대회의 준비 과정에 마음을 활짝 열어 하느님이 주시는 은총을 충만히 받아 누리는 시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세계청년대회는 크게 환대, 순례와 만남 그리고 선교라는 주제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환대’는 준비하는 과정을, ‘순례와 만남’은 청년대회 동안에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선교’는 청년대회 이후 뒤따라야 할 우리 삶의 증거를 뜻합니다. 이러한 주제들을 볼 때, 세계청년대회는 단순히 청년들만을 위한 시간이 아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준비 과정과 본 행사 기간, 그리고 대회 이후의 시간까지, 모든 일련의 과정은 교리교육적 주제들과 모든 신자의 신앙 쇄신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앞으로 3년간 우리 교구는 세계청년대회의 주제어들에 집중하며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함과 동시에 우리 모두의 영적 쇄신을 위한 노력에 집중할 것입니다. 특별히 세계청년대회의 첫 번째 주제어 ‘환대’는 올 한 해 교구 모든 구성원이 함께 묵상하고 실천해야 할 내용입니다. 여기서 환대는 단순히 손님을 맞이하는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태도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환대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사랑과 자비를,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는 신앙의 자세입니다. 이는 봉사와 사랑의 실천으로 드러나며, 관대함과 포용으로 나타납니다. 아브라함이 떡갈나무 아래에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모신 것(창세 18,1-15)처럼, 환대는 마음을 열고 신앙의 눈으로 하느님을 맞아들이는 것이며(히브 13,1-2 참조), 모든 이들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는 것입니다(마태 25,35; 마태 18,5 참조). 모든 이들을 환대하셨던 선종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환대는 복음의 구체적인 표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환대는 열린 마음으로 타인을 맞이하고, 그들의 존엄성을 인정하며, 진정한 만남과 대화를 통해 서로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올 한 해 우리 모든 교회 구성원이 깊이 묵상할 ‘환대’는 개인적 신앙을 넘어 우리 각자의 마음을 열고 모든 이들에게 다가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통해 무관심, 분열과 갈등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병리적 현상들에 공동책임을 느끼며, 인간과 인간 사이의 연결과 연대를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교회 공동체는 다음 여러 분야의 환대를 생각하며 이를 삶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신앙 안에서의 환대: 각자의 마음에 주님을 진심으로 모실 수 있기 위해 노력하는 한 해를 보냅시다. 성체조배와 고해성사를 통해 하느님을 우리 마음 안에 환대합시다.
가정 안에서의 환대: 가정은 환대를 배우는 첫 번째 장소입니다. 부모는 자녀의 가치를 존중하고, 가족 구성원이 서로를 환대하고 받아들이는 대화와 경청의 가정 문화를 만들어 봅시다. 특별히 이를 통해 세대 간, 가족 간의 신앙 교류로 한 발짝 더 다가갑시다.
본당 공동체에서의 환대: 차가운 이미지의 본당 공동체에서 벗어나 모든 이들을 환대하는 신앙 공동체로 거듭납시다. 처음 성당에 온 미신자들로부터, 냉담자들, 그리고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 나아가 본당 단체들 사이의 신앙 교류를 통해 환대의 공동체를 만들어 봅시다.
청소년들과 청년들을 위한 환대: 2027년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면서, 청소년들과 청년들을 위한 환대의 장소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는 공간적 개념을 넘어 이들 스스로가 청년 사목의 주체임을 느끼게 해 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모든 교회 구성원이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합시다.
사회를 향한 환대: 진정한 환대의 대상은 교회 울타리를 넘어 사회 안에 존재합니다. 소외된 이들, 가난한 이들 그리고 법적인 보호의 울타리 밖에 놓인 사람들과 이주 노동자, 다문화 가족, 장애인 등, 우리의 환대를 기다리는 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향해 활짝 마음을 엽시다.
타 종교인들을 위한 환대: 세계청년대회는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젊은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축제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다양한 그리스도교 교파, 나아가 타 종교들과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환대의 지평을 넓혀가야 합니다.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면서도 ‘다름’보다는 서로의 공통된 가치를 찾아나가는 대화의 여정을 만들어 봅시다.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는 이 여정은 행사를 위한 시간이 아니라, 복음의 정신으로 돌아가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을 형제로 받아들이는 신앙을 쇄신하는 과정입니다. ‘시노달리타스’의 정신에 따라 서로를 존중하고 경청하며, 모든 이들이 하느님 안에 하나이지만 서로 다양하다는 것을 느끼고 체험하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세계청년대회의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인 ‘환대’를 깊이 묵상하면서 올 한 해 “문 앞에서 서서 문을 두드리고”(묵시 3,20) 계시는 주님께 환대의 문을 활짝 여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2025년 11월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인천교구 교구장
정신철 요한 세례자 주교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