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6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안동교구장 2026년 사목교서] “함께 걸으며 복음을 살아갑시다.” - 관계의 회심으로 새로워지는 교회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관계의 회심으로 새로운 교회를 만들고 복음의 기쁨 나누자”

 

 

안동교구장 권혁주(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는 2026년 사목교서를 발표하고 관계의 회심으로 새로워지는 교회로 나아가기 위해 모두 함께 걸으며 복음을 살아갈 것을 요청했다.

 

 

권 주교는 먼저 새로운 도전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오늘의 교회 현실에서, 복음의 생명력을 회복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젊은 세대의 이탈, 중간 세대의 피로감, 예비자 감소 등 교구가 직면한 현실을 짚어내며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지탱하던 신앙적 연대가 약해진 징표”라고 강조했다. 또 단기적 활성화나 제도적 보완이 아닌, 신앙의 근원을 다시 바라보는 보다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안동교구는 이에 따라 지난 몇 해 동안 통합 생태적 교회를 위해 걸어온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의 의미를 되짚는 동시에, 2026년 교구 사목의 방향을 다시 세웠다. 권 주교는 “하느님과의 친교를 깊게 하고, 서로의 삶을 지탱하며, 피조물과 조화를 이루는 움직임 안에서 교회는 다시 생명을 얻게 된다”며 “본당과 여러 공동체가 걸어가는 모든 사목이 새롭게 정돈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복음적 관계의 회복, 즉 ‘관계의 회심’으로 새로워지는 교회가 되자고 역설했다. 권 주교는 “하느님께서 보여 주신 관계의 방식은 다가감, 경청, 돌봄”이라며 “하느님을 닮은 교회는 만남과 친교의 장소가 돼야 하며, 그 안에서 복음은 자연스럽게 살아난다”고 설명했다. 관계의 회심은 교회를 새롭게 하는 가장 깊은 사목적 변화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권 주교는 “본당은 만남의 공간으로, 사제는 동반자이자 위로자로서, 평신도는 서로의 벗으로 살아가자”며 “관계의 회심은 교회가 새롭게 존재하는 방식 자체이며, 작은 일상 안에서 복음을 살아내면 교회는 한층 더 따뜻하고 살아 있는 공동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사목교서 전문.

 

 


 “함께 걸으며 복음을 살아갑시다.”

- 관계의 회심으로 새로워지는 교회 -  

하느님께서 맡기신 여정 안에서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교구는 지난 몇 해 동안 통합 생태적 교회를 위해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창조 질서 안에서 회심을 실천하고, 하느님께서 맡기신 생명과 피조물을 돌보는 문화를 키워 왔습니다. 또한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며, 청년들과 함께 교회의 미래를 꿈꾸고 세대 간의 신앙적 연대를 새롭게 일구는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이 두 여정은 단순한 일회적 과제가 아니라, 앞으로도 우리 교구가 계속 이어가야 할 근본적인 사목의 방향이며, 동시에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시대적 소명입니다. 이 두 여정 - 생태적 회심과 세대의 연대 - 은 서로 다른 길이 아니라, 관계의 회심이라는 한 뿌리에서 자라난 길입니다. 하느님과 피조물, 세대와 세대, 이웃과 이웃이 서로 존중하고 연결될 때, 그곳에서 교회는 복음의 생명력을 회복하게 됩니다.  

오늘의 교회 현실 속에서

한편, 오늘 우리 교구는 새로운 도전의 한가운데에 서 있습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젊은 세대의 이탈, 중간 세대의 피로감, 예비자 감소는 우리 교구가 직면한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사회 구조의 변화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 이면에는 “교회에조차 자주 침투하는 개인주의 문화와 사람들의 심화된 고립감”과 같은 시대적 흐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신앙은 점점 공동체적 체험보다는 개인의 내면적 영역에 머물게 되었고, 서로를 지탱하던 신앙적 유대와 연대가 느슨해졌습니다.

그 결과, 하느님과의 관계뿐 아니라 이웃과의 관계, 피조물과의 관계까지도 단절되고 있습니다. 신앙이 ‘함께 걷는 여정’이 아니라 ‘혼자 가는 선택’으로 머물 때, 교회는 자연히 생명력과 따뜻함을 잃게 됩니다. 결국 신자 감소와 세대의 단절은 단순한 수치 변화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관계의 약화에서 비롯된 신앙의 쇠퇴를 드러내는 징표가 됩니다. 이것이야말로 오늘의 교회가 깊이 성찰해야 할 부분이며, 교회의 존재 방식 자체를 다시 묻게 하는 지점입니다.  

현실 앞에서 우리가 식별하는 길

이러한 현실을 마주하며 우리는 교회가 어디에서 다시 힘을 얻고, 어떻게 복음의 생명력을 회복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묻게 됩니다. 지금의 상황은 겉으로 드러난 변화만으로 설명되기보다,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지탱하던 신앙적 연대가 약해지면서 나타난 징표로 보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적 활성화나 제도적 보완이 아니라, 신앙의 근원을 다시 바라보는 보다 근본적인 성찰입니다.  

이러한 성찰 안에서 교회는 우리에게 분명한 빛을 비추어 줍니다.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2021년-2024년)의 여정은 교회의 생명력이 관계 안에서 자라난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오늘의 교회가 관계를 새롭게 하는 자리에서 출발해야 함을 일깨워 줍니다.

우리 교구가 걸어온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역시 하느님, 이웃, 그리고 피조물과의 관계 안에서 존중과 공감, 돌봄을 회복하자는 초대를 지속해 왔습니다. 이 흐름은 우리가 지금 선택해야 할 방향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우리 신앙의 생활이 관계 안에서 새로워져야 함을 보여 줍니다.

그러므로 2026년, 우리 교구는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고 회복하는 자리에서 사목의 방향을 다시 세우고자 합니다. 하느님과의 친교를 깊게 하고, 서로의 삶을 지탱하며, 피조물과 조화를 이루는 움직임 안에서 교회는 다시 생명을 얻게 됩니다. 이러한 관점 속에서 본당과 여러 공동체가 걸어가는 모든 사목이 새롭게 정돈되기를 바라며, 우리의 일상적 만남과 작은 실천이 복음의 기쁨을 드러내는 길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관계 안에서 드러나는 교회의 생명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최종문서 49항은 이렇게 선언합니다. “교회의 생명력을 유지하고 교회 구조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은 관계들이다.” 그리고 50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렇게 덧붙입니다. “시노드 교회가 되려면 관계의 진정한 회심이 필요하다.” 이 두 문장은 오늘 우리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합니다. 교회의 쇄신은 제도나 형식의 변화보다 관계의 쇄신에서 시작됩니다. 교회의 생명은 조직이나 구조의 완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맺는 관계, 이웃과 나누는 관계, 그리고 피조물과 이어지는 관계 안에 있습니다. 우리가 서로의 관계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낼 때, 교회는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살아 있는 복음의 공동체가 됩니다. 하느님 안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공감과 돌봄으로 관계를 회복할 때, 교회는 세상 안에서 복음의 향기를 다시 품게 됩니다.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특별사목교서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제11항 역시 이 길을 분명히 제시합니다.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서로를 존중하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하며, 보살피지 못하고, 함께 걸어가지 못하는 모습이 있다면 과감히 회개하고 변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2026년 우리 교구는 바로 이러한 가르침에 응답하며 복음적 관계의 회복, 곧 관계의 회심으로 새로워지는 교회가 되고자 합니다.  

관계의 회심이란  

‘관계의 회심’은 하느님을 새롭게 만남으로써 삶의 모든 관계가 복음 안에서 다시 세워지는 변화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회심이 그 모범입니다. 다마스쿠스로 향하던 길에서 주님께서는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사도 9,4) 하고 바오로를 부르셨습니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상처 입히던 이들의 고통이 곧 주님의 아픔임을 깨닫고, 하느님과의 관계가 새롭게 열리는 은총을 체험합니다. 이 은총의 만남은 바오로가 사람을 보는 눈과 교회를 향한 마음 전체를 바꾸어, 그를 박해자에서 복음을 전하는 사도로 변화시키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바오로의 회심은 하느님과의 관계가 새로워질 때, 이웃과 공동체와의 관계 역시 새로워진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는 성령께서 주시는 은총이며, 그 은총 안에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방식으로 서로를 만나고,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보여 주신 관계의 방식  

하느님께서 당신 사랑을 드러내신 방식은 우리에게 복음적 관계의 기준을 제시하며, 그것은 세 가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첫째, 다가감입니다. 하느님은 언제나 먼저 다가오시는 분이십니다. 죄의 어두움 속에서도 아담을 부르시고(창세 3,9), 말씀이 사람이 되어 우리 가운데 오셨습니다(요한 1,14). 시노드 최종문서 50항도 “관계를 돌보는 것은 하느님 아버지께서 예수님과 성령 안에서 당신 자신을 계시하신 방식”이라고 말합니다. 먼저 다가가는 사랑은 관계의 첫걸음이며, 교회 역시 이 하느님의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둘째, 경청입니다. 하느님은 그들의 신음 소리를 들으시고(탈출 2,24), 예수님께서는 “경청하시지 않거나 대화를 시작하시지 않고서는 아무도 그냥 보내시지 않[으셨습니다].”(51항). 그분은 만나는 이들의 필요와 믿음에 귀 기울이셨습니다. 우리 또한 이웃의 말뿐 아니라, 그 마음의 울림에 귀 기울일 때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만나러 오시는 방식에 동참하게 됩니다. 경청은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함께 머무르고 공감하는 사랑의 표현입니다.

셋째, 돌봄입니다. 하느님은 광야에서 “사람이 제 아들을 업고 다니듯”(신명 1,31) 당신 백성을 이끄시고, “독수리 날개에 태워”(탈출 19,4) 데려오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다.”(요한 10,11)고 하시며 돌봄이란 단순한 관심이 아니라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임을 보여 주셨습니다. 시노드 최종문서 111항에서 교회는 “익명의 사람들이 이름을 부르고 형제적 관계를 맺게 하도록 부르심[받았고,] 이를 위하여… 사목의 새로운 형태들을 탐구하고 구체적인 돌봄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요청합니다. 돌봄은 시혜를 넘어선 함께 짊어지는 사랑이며, 이웃의 상처와 짐을 함께 나누는 행위입니다.

하느님을 닮는 교회 ― 사목의 근본적 변화

교회가 하느님을 닮을 때, 사목의 방향도 근본적으로 새로워집니다. 이 변화는 거대한 개혁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만남 속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배우는 일상적 회심입니다. 사목은 더 이상 ‘관리의 구조’에 머물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걸으셨듯이, 사목도 함께 걷는 동반의 여정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교회는 단순히 행사를 조직하는 공간이 아니라, 만남과 친교의 장소가 되어야 합니다. 프로그램보다 사람이 우선되고, 일정보다 관계가 먼저 세워질 때, 그 안에서 복음은 자연스럽게 살아납니다. 그리고 완벽한 계획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하느님의 현존입니다. 한 번 더 인사하고, 한 번 더 찾아가며, 한 번 더 위로하는 그 순간, 복음은 다시 생명을 얻습니다. 이것이 바로 관계의 회심의 실제이며, 교회를 새롭게 하는 가장 깊은 사목적 변화입니다.

안동교구의 실천 방향

2026년, 우리 교구가 나아가야 할 길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여 주신 방식 그대로 다가가고, 경청하며, 돌보는 삶을 살아내는 것입니다.

본당은 ‘만남의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본당은 신앙생활의 중심일 뿐 아니라, 누구나 와서 쉬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집이 되어야 합니다. 닫힌 공간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초대하고 위로하는 열린 공동체로 거듭나야 합니다. 사제는 ‘동반자이자 위로자’로서의 사명을 새롭게 인식해야 합니다. 신자들의 삶 속에 발을 담그고, 그들의 기쁨과 슬픔 속에 함께 머무는 사제, 하느님의 마음으로 다가가고 경청하며 위로하는 사제가 될 때, 교회는 목자의 향기를 다시 느끼게 될 것입니다. 평신도는 ‘서로의 벗’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교회는 성직자만의 공간이 아니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평신도의 공동체입니다. 서로의 짐을 나누고, 서로를 일으켜 세우며, 작은 일상 안에서 복음을 살아내는 벗들이 많아질 때, 교회는 한층 더 따뜻하고 살아 있는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관계의 회심은 교회가 새롭게 존재하는 방식 자체입니다. 하느님께서 가까이 오셨듯이, 우리도 서로에게 다가갑시다. 하느님께서 귀 기울이셨듯이, 우리도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합시다. 하느님께서 품으셨듯이, 우리도 서로를 품읍시다. 그 길 위에서 교회는 다시 살아 움직이며, 복음의 기쁨이 우리의 얼굴과 삶 안에 드러날 것입니다.  

‘관계의 회심으로 새로워지는 교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 모두 “함께 걸으며 복음을 살아갑시다!”

2025년 11월 30일(대림 제1주일)  
천주교 안동교구장 권혁주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5-11-24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11. 26

1요한 3장 18절
자녀 여러분, 말과 혀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리 안에서 사랑합시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