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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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구장 2026년 사목교서]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평화의 소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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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가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평화의 소공동체’를 주제로 한 2026년 사목교서를 발표하고, 시노달리타스 실천 단계 이행을 위한 ‘친교와 경청의 공동체’로 거듭날 것을 천명했다.


문 주교는 특별히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언급하며 “젊은이들을 향한 관심을 새롭게 불러일으키고 그들과의 동행에 발맞춰야 할 때”라며 “이 시대의 신앙공동체가 젊은 세대와 함께 하느님 나라의 희망을 일구어가는 새로운 모형임을 선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젊은 세대는 불안정한 경제와 관계 단절 속에서 흔들리지만, 정의와 평화에 대한 갈망은 여전히 살아있다”며 “젊은이는 미래가 아닌 ‘지금 여기’의 교회”라고 강조했다.


또한 “말씀 중심으로 젊은이와 가정, 어르신과 이주민이 함께하는 ‘세대 통합적 소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며 “문화와 예술의 사목적 역할을 확대해 디지털 시대의 선교적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의 공동체 실현을 위해 순교 정신 함양을 우선적으로 요청한 문 주교는 “평화를 말하기보다 먼저 평화를 살아내야 한다”며 “4·3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제주 공동체는 그 기억을 통해 치유로 나아가며 용서와 화해의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가정의 돌봄 ▲생태적 회심과 제주 보전 ▲이주민·약자 연대 ▲세대 간 친교 ▲노인 사목 강화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교회 등을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제시했다.

다음은 사목교서 전문.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평화의 소공동체” 우리는 지금 시노달리타스의 여정 안에서 본격적인 ‘이행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청과 대화, 식별의 단계를 거쳐 이제는 함께 실천하는 교회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무엇보다 시노달리타스는 더 이상 대화와 경청의 단계에 머물지 않습니다. 이제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구체적인 삶의 현장 속에서 ‘실천과 증언’으로 새롭게 드러내야 할 때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합니다. 한마디로 소외된 사람 없이 모두가 함께 숨 쉬는 포용과 연대, 함께 빛을 나누는 평화의 소공동체가 되는 것입니다. 2027년에는 서울에서 세계청년대회가 열립니다. 우리는 앞으로 2년간의 준비 속에 교회의 희망인 젊은이들을 특별히 생각하고자 합니다. 그들의 삶과 신앙 여정에 있어 교회가 무엇을 실천해야 할 것인지 성찰하려 합니다. 오늘날 젊은 세대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불안정한 경제, 관계의 단절,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흔들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 안에는 정의와 평화, 생명과 연대에 대한 갈망이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전임 교종이신 프란치스코께서는 젊은이들을 가리켜 “복음의 증인”(Christus Vivit, 175항)이라 부르시며, 교회가 그들과 함께 걸어가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제주 공동체 역시, 젊은이들을 향한 관심을 새롭게 불러일으키고 그들과의 동행에 발맞춰야 할 때입니다. 따라서 제주교구는 2026년도 사목 방향을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평화의 소공동체’로 정하고 이 시대의 신앙공동체가 젊은 세대와 함께 하느님 나라의 희망을 일구어가는 새로운 모형임을 선언하고자 합니다. 그 안에서 교회는 일방적인 가르침의 주체가 아니라, 서로 배우며 성장하는 ‘친교와 경청의 공동체’로 거듭나야 하는 것입니다. 젊은이는 단지 교회의 미래가 아니라, ‘지금 여기’의 교회입니다. 그들의 생생한 언어와 감수성 안에 성령께서 새롭게 일하십니다. 우리 교회는 젊은이들과 함께 걷는 공동체로 거듭나야 합니다. 그들이 신앙 안에서 자신의 삶을 발견하고, 젊은 교회 안에서 ‘함께 있음’의 기쁨을 체험하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제주교구는 오랫동안 소공동체의 사목을 우선적인 내용으로 해왔습니다. 그러기에 새로운 방식으로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소공동체 재활성화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말씀을 가장 첫 자리에 두는 가운데 젊은이와 가정, 어르신과 이주민이 함께 기도하고 대화하는 ‘세대 통합적 소공동체’를 지향해야 합니다. 그리고 문화와 예술의 사목적 역할을 확대하여 디지털 시대의 선교적 역량을 개발해야 합니다. 여기엔 젊은이들이 예술과 미디어, 음악과 문화 활동 속에서 신앙을 창조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오늘의 젊은이는 더욱더 영적 갈증이 크기에 영적 동반과 식별의 여정을 교육하고 교회 공동체의 일꾼으로 양성되어야 합니다. 한편, 우리 교회가 평화의 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겠습니까? 먼저 신앙 선조들이 걸으셨던 평화의 길을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한국 교회는 수많은 순교자들의 피가 밀알처럼 뿌려진 곳에 세워졌습니다. 우리는 항상 순교자의 후손으로서 소명을 되새겨야 합니다. 우리의 신앙 선조들은 말씀의 힘으로 평화를 위해 용기 있게 증언하고 서로를 위한 위로를 함께 나눔으로써 박해와 폭력의 시대를 이겨냈습니다. 그들의 순교 정신은 오늘날 우리에게 불의와 무관심의 한계를 뛰어넘으라는 용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평화는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말씀이 지향하는 삶의 방식입니다. 우리는 평화를 말하기보다, 먼저 평화를 살아내야 합니다. 제주 공동체는 4·3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공동체입니다. 그 기억을 지우지 않고, 오히려 그 기억을 통해 치유로 나아가며 용서와 화해의 복음을 선포해야 합니다. 교회의 모든 활동은 개인의 구원을 넘어 정치와 경제, 문화와 생태, 가정과 사회의 모든 영역 안에서 ‘공동선의 영성’을 실천하는 것이, 오늘 우리가 부름 받은 평화의 길입니다. 오늘날 세상은 폭력보다 소통을, 경쟁보다 협력을, 두려움보다 희망을 필요로 합니다. 교회는 이러한 시대의 요구에 응답하는 평화의 문화를 창조해야 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둘러보면, 가정의 해체와 생명 경시, 기후 위기, 사회적 양극화, 이주민과 약자에 대한 배제, 세대 간의 단절로 암울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바로 이 어둠 속에서 주님께서는 우리를 부르십니다. 그 부르심에 대한 응답은 함께 걸어가는 새로운 형태의 평화 실천입니다. 평화 실천은 우선 가정에서부터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가정은 생명의 요람이며, 가정교회의 첫 교실입니다. 모든 가정이 기도와 말씀, 사랑이 중심이 되어 자녀들에게 생명 존중의 문화를 전하도록 돕고, 상처받은 가정이 치유와 화해의 공동체 안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사목적 돌봄을 강화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생태적 회심과 지속 가능한 제주의 현실을 돌보는 일입니다. 지구의 온난화와 함께 기후 위기와 생태 파괴는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현실입니다. 제주의 자연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창조의 선물이며, 그 생명 질서를 보전하는 것은 신앙인의 의무입니다. 특히 개발과 보존, 경제와 생태의 균형 속에서 공동선을 모색하는 대화와 협력의 문화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주민 및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 역시 중요합니다. 제주는 다양한 이주민과 다문화 가정이 함께 살아가는 섬입니다. 그들의 고통과 외로움을 품는 것은 곧 복음의 가르침인 ‘환대의 사랑’을 실천하는 일입니다. 이주민 사목과 사회적 약자 보호를 통해 참된 형제애를 드러내야 합니다. 젊은이와 노인은 교회의 두 날개입니다. 젊은이는 미래의 희망이며, 노인은 지혜와 믿음의 뿌리입니다. 교회는 젊은 세대가 노인 세대의 신앙과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으며 배우고, 노인들이 젊은이의 열정과 새로움 안에서 기쁨을 되찾는 세대 간의 친교 공동체를 지향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본당과 기관은 세대 통합적 프로그램과 돌봄 사목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주 공동체는 병과 외로움 속에서도 하느님의 얼굴을 드러내는 이들을 ‘은총의 증인’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노인 요양 시설, 재가 돌봄, 병자 영성체, 고통 중의 위로 사목 등 모든 돌봄은 복음의 현장입니다. 이곳에서 봉사자와 신자들은 하느님의 자비를 ‘손의 언어’로, ‘눈빛의 언어’로 전해야 합니다. 오늘날 교회의 존재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할 때 비로소 참된 의미가 드러납니다. 가난한 이들은 교회의 주변인이 아니라 중심입니다. 그들은 그리스도께서 몸소 거하시는 자리가 됩니다. 교회는 항상 가난한 이들을 먼저 기억해야 합니다. 물질적 가난뿐 아니라, 관계의 단절, 마음의 외로움, 사회적 배제 속에 있는 ‘보이지 않는 가난’까지 함께 껴안아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교황님들이 말씀하신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의 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친구”라 부르시며(요한 15,15), 함께 걷는 삶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래서 젊은이들과 교회가 함께 걸어갈 때, 우리는 서로에게 친구가 되고, 세상 안에서 평화의 증언자가 될 수 있습니다. 특별히 한국 교회 상황에서, 순교자들의 신앙과 제주 4·3의 아픈 기억은 우리에게 한 가지를 가르쳐 줍니다. 바로 평화는 기억과 화해, 연대 속에서 자라난다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이 이러한 역사와 신앙을 배우고, 자기 삶 안에서 평화를 이뤄나갈 때, 교회의 미래는 희망으로 가득 찰 것입니다. 오늘도 성령께서 우리를 이끌어 젊은이들과 함께 평화를 살아가는 공동체로, 세상 안에서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을 드러내는 희망의 교회로 세워주시길 기도합니다. 우리는 세상의 어둠을 탓하기보다 그 속에서 빛을 밝히는 사람들로 부름 받았습니다. 젊은이와 노인, 가난한 이와 병든 이, 모든 이들이 함께 손을 맞잡는 평화의 공동체야말로 그리스도의 교회가 세상 안에서 빛나는 표징이 될 것입니다. 다가오는 2027년 세계청년대회는 우리에게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교회의 미래를 준비하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우리는 젊은이들과 함께 평화의 소공동체를 이루어야 합니다. 이 길에서 교황님께서 말씀하신 “희망의 순례자”로서, 젊은이와 어른, 사제와 수도자, 모든 교우가 함께 손을 잡고 걸어갑시다. 마지막으로, 우리 교구의 모든 젊은이들을 주님의 은총에 맡기며, 성모 마리아께 그들의 삶과 꿈을 의탁합니다. 2027년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는 이 시간 안에, 우리 모두가 젊은이들과 함께 평화의 증언자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 가정과 공동체 위에 늘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2026년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제주교구 감목 문창우 비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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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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