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종교구장 서상범(티토) 주교는 2026년 사목교서를 발표하고, “군종교구 ‘7성사 여정’의 다섯 번째 해인 2026년에는 ‘혼인성사’를 묵상하며 사랑의 보금자리인 가정이 더욱 성화되고, 장병과 가족 구성원 모두가 주님 안에서 행복을 누리길 기원한다”고 했다.
서상범 주교는 “혼인은 단지 외적인 결합만이 아니라, 날마다 각자의 희생을 통해 서로를 내어주는 신비로운 일치의 과정”이라며 “이 결합은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어 당신 자신을 내어주신 것과 같은 사랑 안에서 이뤄진다”(에페소 5,25 참조)고 강조했다.
서 주교는 이어 “혼인성사를 통하여 이룩된 가정은 생명을 잉태하고 신앙을 전수하는 ‘작은 교회’”라며 “가정에서 아버지는 하느님의 자비로움을, 어머니는 성모님의 자상함을 자녀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서 주교는 2026년 ‘사목 지침을 위한 실천 사항’을 권고했다. 실천 사항으로는 ▲혼인장애로 성사 생활이 제한된 가정을 위한 ‘혼인성사’ 거행 ▲외짝 교우 가정의 비신자 배우자를 위한 ‘교리교육·세례성사’ 거행 ▲가정미사 봉헌 ▲온 가족, 장병 저녁기도 및 축복받기 등 7가지를 제시했다.
다음은 사목교서 전문.
“‘작은 가정교회’를 이루는 혼인성사의 해”
찬미예수님!
교회 전례력으로 새해 첫날인 대림 제1주일(가해)을 맞이하여, 군종교구민 여러분께 사랑의 인사를 전합니다. 2026년은 군종교구 ‘7성사 여정’의 다섯 번째 해로, 교구 사목표어를 “‘작은 가정교회’를 이루는 혼인성사의 해”로 정하였습니다.
우리 교구는 지난 4년 동안, 성체성사(2022년), 세례성사(2023년), 고해성사(2024년), 그리고 견진성사(2025년)를 묵상하며 신앙의 여정을 걸어왔습니다. 혼인성사를 묵상하는 2026년에는 사랑의 보금자리인 가정이 더욱 성화되고, 장병과 가족 구성원 모두가 주님 안에서 행복을 누리시기를 기원합니다.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태 19,6)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모습을 닮은 사람을 창조하시며 남자와 여자가 결합하여 한 몸을 이루게 하셨습니다.(창세 1,26;2,24) 이렇게 하느님께서 제정하신 성사인 혼인은 그 자체로 지극히 숭고합니다.
이러한 혼인의 본질은 ‘불가해소성’과 ‘단일성’ 안에서 드러납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부부의 일치는 혼인성사를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함으로써 강화되고 정화되며 완성된다.’(1644항)라고 언급합니다. 또한 혼인은 단지 외적인 결합만이 아니라, 날마다 각자의 희생을 통해 서로를 내어주는 신비로운 일치의 과정입니다. 이러한 결합은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어 당신 자신을 내어주신 것과 같은 사랑 안에서 이루어집니다.(에페 5,25 참조) 예로부터 부부의 결합을 ‘천생연분’ 즉, 하늘이 정하여 준 인연이라고 하였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하늘이라 표현한 분은 바로 하느님이시고, 그분이 나의 배우자를 안배해 주셨으며 사랑의 결실이자 선물로 자녀를 허락하신 것입니다. 이 얼마나 숭고하고 은혜로운 일입니까!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창세 1,28)
혼인성사를 통하여 이룩된 가정은 생명을 잉태하고 신앙을 전수하는 ‘작은 교회’입니다. 그러므로 가정에서 아버지는 하느님의 자비로움을, 어머니는 성모님의 자상함을 자녀들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우리는 대가족 제도의 아름다움 속에 최소 2~3세대가 함께 모여 살았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경륜을 전수 받으며, 부모님의 사랑 속에 자녀들이 건강하게 성장하였습니다. 비록 물질적으로는 빈곤하였지만, 가족의 따스함은 모든 부족함을 채워주기에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는 안타깝게도 핵가족, 1인 가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물질주의와 개인주의가 팽배해 가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부모는 가정 안에서 신앙의 본보기가 되고, 자녀는 부모를 공경하는 문화가 회복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여라.”(신명 5,16)
병사들이 머무는 군대 역시, 또 하나의 가정입니다. 부대 안에서 모든 간부는 병사들과 소통하며 그들을 따뜻이 보살핍니다. 함께하는 공동체로서 품위 있고, 온기 가득한 병영이 될 때 그곳에서 생활한 사람들이 제대 후에, 가정과 사회 그리고 세상을 건강하게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입니다.
부모의 재력, 학력, 사회적 지위에 상관없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존재 자체는 소중하며,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부모의 내리사랑과 자녀의 존경과 효성의 마음이 합쳐질 때, 성가정의 기초는 튼튼해집니다. 병사 여러분도 머지않아 좋은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여라. 그러면 너는 주 너의 하느님이 너에게 주는 땅에서 오래 살 것이다.”(탈출 20,12)라는 말씀을 마음에 잘 새기며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2026년도, 사목지침을 위한 실천 사항을 다음과 같이 권고합니다.
1. 혼인장애로 성사 생활이 제한된 가정을 위한 ‘혼인성사’ 거행.
우리 주위에 보면, ‘쉬는 신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주일을 몇 번 거르다가 한동안 성당을 등진 경우도 있고, 성사혼이나 관면혼을 받지 못하여 ‘혼인장애’에 해당된 경우도 있습니다. 동료, 이웃 가운데 ‘혼인장애’로 성사 생활을 하지 못하는 분들을 성당으로 인도하고, 본당신부님들은 이분들을 위해 정성껏 성사를 집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2. 외짝 교우 가정의 비신자 배우자를 위한 ‘교리교육/세례성사’ 거행.
주일미사에 신자인 가족을 자동차로 데려다주고 돌아가는 분들을 가끔 목격합니다. 본당신부님들은 이분들을 독려하여 교리교육과 세례성사를 베푸시면 좋겠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손을 잡고 성당에 나오는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3. 혼인의 의미와 부부의 사랑을 돈독하게 하는 ‘합동 혼인 갱신식’ 거행.
매 주일 가족이 함께 성당에 나오거나, 주말에만 방문하는 부부를 위해서 ‘합동 혼 인 갱신식’을 거행하기를 권고합니다. 시기는 교구장의 사목방문 때나 본당별 날짜를 정하여 거행하시면 좋겠습니다. 서로 묵주반지를 끼워주며, 부부애와 가정의 소중한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갱신 예식 중에 교구장 명의의 ‘성가정 축복장’을 수여할 계획입니다.
4. 온 가족이 매달 첫 주일 교중미사에 참례하며 ‘가정미사 봉헌’.
각 본당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온 가족이 함께하는 가정미사를 봉헌하면 좋겠습니다. 신자들은 적은 액수라도 미사 봉헌을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가정미사 중에 부부가 독서를 봉독하고, 자녀들이 복사를 서면 은혜가 더욱 충만할 것입니다.
5. 온 가족, 장병 저녁기도 및 축복받기.
예전에 군종교구는 저녁 8시 50분에 가족이 모여 저녁기도를 바치는 아름다운 풍습이 있었습니다. 저녁기도가 끝나는 9시에, 교구장 주교와 사제들이 신자들을 위하여 정성껏 십자가를 그으며 ‘강복’을 드립니다. 병사들도 9시가 되면 주모경을 바치고 강복을 청하도록 합시다.
6. 병사: 한 주간에 한 번 이상, ‘부모님께 안부 전하기’. (전화/문자)
모든 인간관계가 그러하듯 부모와 자녀 사이의 애정도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요즘은 휴대전화를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으니, 가끔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거나 문자를 남기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녀의 전화를 받으시는 부모님은 얼마나 행복해하실까요?
7. 제대 후, 결혼할 때 성당에서 ‘혼인성사’ 하기/ ‘자녀 출산’ 장려.
저는 매 주일 본당을 방문할 때 세 자녀 이상 가정에 ‘다자녀 축복장’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다자녀 가정에 더 풍성한 축복을 주십니다. 축복장을 수여할 때 이를 바라보는 병사의 눈길은 따스합니다. 아무쪼록 우리 병사들도 혼인할 때 성당에서 혼인성사도 하고, 자녀들의 축복도 풍성히 받으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군종교구민 여러분!
여러분 모두를 사랑합니다. 힘내어 새해를 살아갑시다. 2026년 새해는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주신 생명과 축복의 시간입니다. 가족 구성원이 일치하고 생활관의 전우들이 서로 사랑하면, 사회가 밝아지고 세상이 더욱 평화로워질 것입니다. 혼인성사로 인한 하느님의 크신 축복이 여러분 가정과 부대에 가득하시기를 기도합니다.
2025년 대림 제1주일에
천주교 군종교구장 서상범 티토 주교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