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회의에서 공동 협력과 정의로운 전환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반면 화석연료 퇴출에 대해서는 견해차가 커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국 외교부와 기획재정부 등은 23일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하 COP30)에서 전 지구적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공동 협력의 메시지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11월 10일부터 22일까지 열린 총회에는 협약 당사국을 포함해 국제기구, 산업계, 시민단체 등 5만여 명이 참석했다. 올해는 파리협정 채택 10주년이 되는 해로 의장국 브라질은 기후위기의 긴급성을 고려해 그 이행을 가속해야 한다는 취지로 ‘무치랑(Mutir?o, 공동 협력을 의미하는 브라질 토착 언어) 결정문’을 주도했다.
결정문에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제출이라는 파리협정 정책 주기를 올해부터 본격 운영하고, 2035년까지 기후 위기 대응 재원을 현 수준의 3배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의 ‘이행 가속화’를 목표로 하는 플랫폼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밖에 과학, 형평성, 신뢰, 다자 협력에 기반해 함께 기후위기에 대응하자는 공동 협력의 중요성, 기후정책과 무역 간 연계 고려 등이 포함됐다.
이 과정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적응 목표 진척을 측정하는 지표 후보군 채택을 놓고 이견이 있었다. 협의 끝에 59개 지표로 구성된 ‘벨렝 적응 지표’를 채택했다. 적응 지표는 기후 변화, 사회 변화 등 외부 환경에 대한 회복력이나 취약성을 평가하는 지표를 말한다. 이번 지표 채택으로 그간 정량화가 어려웠던 적응 분야의 진척 측정이 가능해지고, 감축에 비해 더디게 진행된 적응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한 기후행동 과정에서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기후 위기 대응 과정에서 근로자와 여성, 원주민 등 모든 사람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정의로운 전환’ 개념이 들어간 ‘벨렝 정치 패키지’가 채택됐고, 당사국들은 공정하고 포용적인 전환 이행 촉진을 목적으로 하는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을 개발할 것에 합의했다.
한편 화석연료 퇴출에 대해서는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의장국 브라질은 화석연료 퇴출 로드맵 마련에 힘을 모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산유국들이 완강히 반대 입장을 피력해 협의 진행에 난항을 겪었다. 1차 초안에는 ‘화석연료 전환’이 포함됐지만 20일 2차 의장 초안에서는 삭제됐다.
한국은 이번 회의에서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겠다고 공표하고, ‘탈석탄 동맹(PPCA)’에 가입해 기후변화 대응에 함께할 것을 약속했다. 탈석탄 동맹은 2017년 COP23에서 석탄 발전의 신속한 ‘단계적 폐지’를 위해 영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조직한 국제 연합체다.
환경운동연합은 이같은 결정에 대해 “중앙 정부가 탈석탄 동맹에 가입함으로써 석탄 발전으로 신음하던 지역의 숙원이 조속히 실현될 여지가 생겼다”며 “탈석탄 동맹이 OECD 국가들에게 2030년까지 석탄발전소의 단계적 폐지를 권고하는 만큼 최소한 이에 준하는 수준으로 국내 탈석탄 목표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레오 14세 교황은 11월 17일 COP30 정상회의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안타깝게도 가장 취약한 처지에 있는 이들이 기후변화, 산림파괴, 환경오염의 참담한 영향을 가장 먼저 겪기 때문에 피조물을 돌보는 일은 인간성과 연대의 표현이 된다”며 “평화를 가꾸고 싶다면, 피조물들을 돌보라”고 전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