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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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중에 예수님께서 계실지도 모르잖아요”

[카리타스, 희망이 되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본지 희년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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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병원 신경외과 장재칠(프란치스코) 교수가 본지와 인터뷰한 뒤 촬영하고 있다.


30여 년 진료 봉사해 온 순천향대병원 장재칠 교수

레지던트 시절 매주 봉사하시던 담당 교수 권유로 시작
“날 기다리는 환자들 눈빛 보면 도와야겠다 의욕 솟아”




“성가복지병원 기도문 중에 ‘여기 계신 환자 중에 예수님께서 계실지 모른다’는 구절이 있어요. 예수님께서 이 땅에 부자로 오시지 않잖아요. 기도문처럼 예수님께서 이분들 안에서 오실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진료 봉사에 나서고 있습니다.”

서울 성북구 소재 성가복지병원(성가소비녀회 산하)에서 1994년부터 지역 내 어려운 환자들을 꾸준히 진료해온 장재칠(프란치스코, 순천향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의 말이다. 대한신경외과학회장까지 맡으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장 교수는 꾸준히 성가복지병원을 찾는다. 다만 30여 년의 시작은 우연찮은 기회였다.

“레지던트 2년 차 때 제가 모시던 교수님께서 성가복지병원에 봉사를 매주 나가셨습니다. 그 교수님의 ‘장 선생, 한 번 나가보세요’라는 말에 봉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때는 응급실에서 하루를 나와 있던 게 마냥 좋았어요. 그러던 게 지금 30여 년이 됐습니다. 예전에는 매주 혹은 격주로 어르신들을 진찰했지만, 최근엔 바빠져 한 달에 한 번 나가게 되네요.”

의사가 된 것도 ‘봉사’에 뜻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장 교수는 “의사 집안인데, 어느 날 아버지께서 ‘남을 도우면서 살고 싶지 않느냐’고 물어보셨다”면서 “‘남을 도우며 살면서 제일 편한 게 의사다’라고 하셨다”고 웃어 보였다.

장 교수가 매달 성가복지병원을 찾도록 이끈 것은 환자들의 ‘눈빛’이었다. “때로는 힘에 벅찰 때도 있었죠. 그런데 막상 병원에 와서 환자 분들이 저를 기다리는 ‘눈빛’을 보면 힘들다는 생각보다 어떻게든 이분들을 도와야겠다는 의욕이 생겼어요. 한 시간 반 걸려 약을 받으려고 오시는 분도 계실 정도라 함께해야죠!”

15년 전 세례를 받게 됐다. 장 교수는 “선종하신 김성곤(프란치스코) 초대 원장께서 ‘장 선생, 세례받아야지’라고 하실 때마다 ‘나중에 받을게요’하면서 미뤘는데, 그때까지 일종의 부채의식이 있었다”며 “김 원장님이 선종하신 뒤 ‘프란치스코’ 성인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다”고 했다. 이어 “프란치스코 성인이나 김 원장님 같은 사람이 되진 못하더라도 성인처럼 아주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장 교수는 “후학들이 물질보다 값진 것의 가치를 알았으면 좋겠다”면서 “요즘 세대가 개인을 중시하는 측면이 있지만, 다른 사람을 살필 수 있어야 하고 소외된 이들을 돌볼 기회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가난한 이들을 대하는 시선도 점차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드러냈다. “누구든 하루아침에 나도 가난해질 수 있어요. 어려운 이웃을 무의식 중에 다르게 바라보는 차별의 눈빛만 달라져도 이 세상은 달라질 겁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


☞ 올해 희년을 맞아 본지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와 공동기획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세상을 변화시키는 희망의 순례자’로 희년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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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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