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트 시절 매주 봉사하시던 담당 교수 권유로 시작
“날 기다리는 환자들 눈빛 보면 도와야겠다 의욕 솟아”
“성가복지병원 기도문 중에 ‘여기 계신 환자 중에 예수님께서 계실지 모른다’는 구절이 있어요. 예수님께서 이 땅에 부자로 오시지 않잖아요. 기도문처럼 예수님께서 이분들 안에서 오실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진료 봉사에 나서고 있습니다.”
서울 성북구 소재 성가복지병원(성가소비녀회 산하)에서 1994년부터 지역 내 어려운 환자들을 꾸준히 진료해온 장재칠(프란치스코, 순천향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의 말이다. 대한신경외과학회장까지 맡으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장 교수는 꾸준히 성가복지병원을 찾는다. 다만 30여 년의 시작은 우연찮은 기회였다.
“레지던트 2년 차 때 제가 모시던 교수님께서 성가복지병원에 봉사를 매주 나가셨습니다. 그 교수님의 ‘장 선생, 한 번 나가보세요’라는 말에 봉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때는 응급실에서 하루를 나와 있던 게 마냥 좋았어요. 그러던 게 지금 30여 년이 됐습니다. 예전에는 매주 혹은 격주로 어르신들을 진찰했지만, 최근엔 바빠져 한 달에 한 번 나가게 되네요.”
의사가 된 것도 ‘봉사’에 뜻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장 교수는 “의사 집안인데, 어느 날 아버지께서 ‘남을 도우면서 살고 싶지 않느냐’고 물어보셨다”면서 “‘남을 도우며 살면서 제일 편한 게 의사다’라고 하셨다”고 웃어 보였다.
장 교수가 매달 성가복지병원을 찾도록 이끈 것은 환자들의 ‘눈빛’이었다. “때로는 힘에 벅찰 때도 있었죠. 그런데 막상 병원에 와서 환자 분들이 저를 기다리는 ‘눈빛’을 보면 힘들다는 생각보다 어떻게든 이분들을 도와야겠다는 의욕이 생겼어요. 한 시간 반 걸려 약을 받으려고 오시는 분도 계실 정도라 함께해야죠!”
15년 전 세례를 받게 됐다. 장 교수는 “선종하신 김성곤(프란치스코) 초대 원장께서 ‘장 선생, 세례받아야지’라고 하실 때마다 ‘나중에 받을게요’하면서 미뤘는데, 그때까지 일종의 부채의식이 있었다”며 “김 원장님이 선종하신 뒤 ‘프란치스코’ 성인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다”고 했다. 이어 “프란치스코 성인이나 김 원장님 같은 사람이 되진 못하더라도 성인처럼 아주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장 교수는 “후학들이 물질보다 값진 것의 가치를 알았으면 좋겠다”면서 “요즘 세대가 개인을 중시하는 측면이 있지만, 다른 사람을 살필 수 있어야 하고 소외된 이들을 돌볼 기회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가난한 이들을 대하는 시선도 점차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드러냈다. “누구든 하루아침에 나도 가난해질 수 있어요. 어려운 이웃을 무의식 중에 다르게 바라보는 차별의 눈빛만 달라져도 이 세상은 달라질 겁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
☞ 올해 희년을 맞아 본지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와 공동기획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세상을 변화시키는 희망의 순례자’로 희년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조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