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종 브뤼기에르 주교님의 시복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합창단이 주교님의 시복에 미력이나마 적극 동참하고 싶었습니다.”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회합창단(이하 합창단) 윤규한(요셉) 단장은 정구열(베드로) 지휘자, 유하얀(베로니카) 반주자 등 합창단 단원 32명과 11월 4일부터 16일까지 프랑스를 방문해 평생 기억에 남을 공연을 마치고 귀국했다.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회(회장 조화수 바오로)가 주관한 이번 공연은 조선에 170여 명의 선교 사제를 보냄으로써 한국교회 초창기 역사를 만들어 간 파리외방전교회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박해 시기 활동했던 선교 사제들의 희생과 열정, 공로를 프랑스 신앙 공동체와 함께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조화수 회장과 합창단 담당 사제 원종현(야고보) 신부 등도 동행해 힘을 보탰다.
“합창단이 15차례 정도 해외 공연을 다녔지만, 대부분 한인성당 공연이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해외 공연이 재개된 2023년부터는 현지 신앙 공동체에 한국교회의 순교 영성을 알리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습니다. 공연 추진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프랑스 공연을 마치고 나니 단장인 저와 단원들 모두 보람되고 뜻깊은 공연이었다고 공감하고 있습니다.”
합창단은 11월 6일 파리외방전교회 본부 주님공현성당에서 프랑스와 한국교회 사제와 신자들 앞에서 공연했다. 9일에는 브뤼기에르 주교의 고향 교구인 카르카손·나르본교구 나르본대성당 교중미사 중 영성체 후 특송을 맡은 것을 비롯해 파견예식 후에도 성가 3곡을 불렀다. 반응은 뜨거웠다.
“본부 공연은 모두 3부로 구성했는데 1부에서 파리외방전교회가 선교 사제 파견 미사 때 불렀던 곡인 <출발하라 복음의 군대여>를 프랑스어와 한국어로 불렀습니다. 매우 큰 박수를 받았고, 외국인이 그곳에서 <출발하라 복음의 군대여>를 부른 것은 우리 합창단이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나르본대성당의 짧은 공연에서 미사에 참례한 전 신자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던 순간은 모든 합창단원의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아 있다.
“합창이 끝나자 성당을 가득 메운 신자들이 기립박수를 보냈습니다. 줄곧 앉아서 미사를 드리던, 나이 많은 자매님마저 기뻐하며 기립박수를 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특히 조선에서 선교하다 순교한 성 모방 신부님의 후손이라는 프랑스 신자 가족과 나르본대성당에서 만났던 일도 잊을 수 없습니다.”
윤 단장과 합창단원들은 프랑스 방문 일정 중 브뤼기에르 주교와 조선대목구 제2대 교구장 성 앵베르 주교, 제3대 교구장 페레올 주교 사적지도 순례했다. 브뤼기에르 주교의 생가가 있는 레삭 도드를 순례했을 때는 ‘브뤼기에르 주교 생가, 초대 한국 교구장’이라 적힌 프랑스어·한국어 안내판이 인상적이었다. 페레올 주교의 고향인 퀴퀴롱을 순례하면서 중국 복장의 페레올 주교 초상을 봤을 때는 ‘페레올 주교님이 한국 옷을 입은 모습이었다면 프랑스 신자들에게 한국교회를 더 잘 알릴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프랑스 공연을 하면서 브뤼기에르 주교님 시복을 위해서는 물론 신앙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서도 평신도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순교자현양회 합창단 활동을 통해 K-가톨릭을 국내외에 알릴 수 있어 보람되고 기쁘면서 책임감도 느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