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교육청에서 인정한 종교 교과서에 진화론의 진위가 밝혀진 것이 없다고 기술돼 파문이 일고 있다.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3일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광주교육청 인정 교과서 「현대사회와 종교」는 천지창조를 담은 구약성경 창세기 구절로 시작한다. 교과서에는 '창조론은 당연한 논리요, 합리'라고 서술하면서 진화론에 대해서는 '종의 기원에서 말하는 것처럼 무언가로부터 진화되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인지 진위가 밝혀진 것이 없다'고 쓰였다.

또 창조론과 진화론을 비교 설명하는 대목에선 '과학적 사고가 마치 변하지 않는 진리인 것처럼 믿기도 한다'며 진화론이 변할 수도 있고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고 언급하며 진화론을 사실상 부정하고 있다.

개신교를 편향적으로 치우쳐 쓰인 대목도 있다. 개신교는 '주요한 사회문제에 대해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종교'라고 치켜세운 반면,개신교 외 종교가 언급된 경우는 자유와 인권 부분에서 불교·유교를 언급하는 데 그쳤다.  또 '헌금을 생활 규범'이라고 제시하는 문장이 서술됐는가 하면 이혼·조손 가정과 미혼 부모 등을 불명예이자 일종의 사회적 위험 요소로 규정하는 등 차별적 시선이 포함됐다.

해당 교과서는 지난해 12월 31일 ‘2025학년도 적용 학교장 개설 교과목 인정도서’로 승인받았다. 인정도서는 국정·검정도서가 없을 경우 교육부 장관이나 교육감의 인정을 받은 교과서다. 파문이 확산하면서 인정도서 검증 체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천주교 종교 교과서를 집필한 동성고등학교 교장 조영관 신부는 "교과서 검증 단계는 매우 체계적이고 엄중하게 이뤄져 승인이 단 번에 이뤄지는 경우도 드물다"며 "해당 교과서는 편향성이 크게 나타나는데 어떻게 인정 받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해당 교과서는 광주의 한 개신교계 고등학교가 종교수업 자료로 활용해 왔으며, 이 학교 외에 채택한 곳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초 주교회의 교육위원회는 종교 교과서 「청소년의 삶과 종교(중학교)」, 「삶과 종교(고등학교)」를 발행했다. 두 교과서는 주교회의 승인과 서울특별시교육청·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승인을 받은 최초 종교 교과서다. 2023년부터 편찬된 해당 교과서들은 다양한 종교에 이해와 문화, 사회적 역할 등을 같은 비중으로 서술했다. 천주교 종교 교과서는 불교·개신교계 학교에서도 활용되면서 최근 재인쇄에 들어갔다. 

조영관 신부는 "종교 교과서는 모든 종교의 긍정적인 부분을 균형적으로 다뤄야 한다"며 "종교가 갖는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학생들에게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의원은 "교육 당국은 종교 교과서가 균형성을 갖추고 다양한 관점을 반영할 수 있도록 절차·기준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