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제한 낙태 허용 등을 담은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이수진 의원 대표 발의)과 국정과제로 채택된 낙태 약물 도입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중앙의료원(의료원장 민창기 이냐시오)은 11월 28일 가톨릭대 성의회관에서 제5차 가톨릭 의료윤리 심포지엄 ‘생명의 시작과 가톨릭 의료윤리’를 개최하고, 모자보건법 개정안의 법적·윤리적 측면에서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심포지엄 발제에서 방선영 변호사(올리바·서울대교구 가톨릭생명윤리 자문위원)는 약물 낙태가 안고 있는 의학적 위험을 먼저 짚었다. 그는 “필수 관리 요건 없이 약물 낙태가 이뤄질 경우 치명적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2023년 미국산부인과학회 역시 약물 낙태가 시술 낙태보다 합병증 위험이 더 크다는 점을 경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물 낙태가 초래할 심리적·인권적 문제를 우려했다. 방 변호사는 “여성이 태아 배출 과정을 직접 목격하고 감당해야 하는 만큼 정신적 트라우마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강압이나 속임수에 의한 약물 투여 등 새로운 위험 양상을 초래하고, 여성을 의료의 보호망 밖으로 밀어내는 ‘의료적 방임’이자 ‘인권의 후퇴’”라고 비판했다.
불법 유통 피해를 막기 위해 약물을 양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단속을 강화해야 할 문제이지, 제도적으로 양성화해 보장하는 것은 논리가 뒤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약 문제를 합법화로 해결하자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방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이 2019년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는 자기낙태죄의 목적이 태아 생명 보호에 있고 적합한 수단임을 인정했다”고 설명한 그는 “개정안은 이러한 보호 의무를 완전히 방기하고 있으며, 헌재가 일정 부분 처벌 필요성을 밝힌 바와 달리 사실상 ‘전면 허용’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개정안이 법체계의 기본 구조와도 어긋난다고 했다. 그는 “일반법인 형법 개정 없이 특별법인 모자보건법만으로 낙태 전면 허용을 시도하는 것은 편법적”이라며 “시기·사유 제한이 없는 구조는 정합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방 변호사는 낙태 수술의 건강보험 적용과 ‘임신 중지’라는 용어 사용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낙태가 국민건강보험법이 규정하는 ‘질병의 치료’나 ‘건강증진’ 범주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용어 변경을 통해 비범죄화 흐름을 앞당기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기 결정권의 올바른 실현을 강조했다. “태아의 생명을 희생시키면서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겠다는 것은 결국 타인의 인간적 가치를 부정하는 일”이라며 “여성이 낙태를 선택하지 않도록 돕는 입법과 사회적 환경을 마련하는 데 국가가 힘써야 한다”는 제언이다.
민창기 의료원장은 심포지엄 축사에서 “최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통해 인공 유산을 합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며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연약한 생명을 더욱 위협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성구현실장 김평만(유스티노) 신부는 “인간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본래의 책무를 망각하고 외벽 흔드는 매우 중대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심포지엄을 주관한 가톨릭중앙의료원 윤리위원회 의료윤리전문소위원회의 중앙의료윤리사무국장 박은호(그레고리오) 신부는 인사말에서 “수정되는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변하지 않는 인간 생명의 가치를 확인하는 자리로 이번 시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