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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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교구 성당 순례] 배곧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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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유입이 빠른 신도시의 활기 속에서도 고요한 영적 숨결을 간직한 성당이 있다. 경기도 시흥 배곧신도시 한가운데 자리한 수원교구 제2대리구 배곧성당(주임 김정환 비오 신부)은 바다와 맞닿은 도시 특유의 넓고 시원한 풍경을 품으며, 현대적 건축미와 가톨릭교회 전통의 깊이를 자연스럽게 담아낸 공간이다. 사방이 열린 대지 위로 성당 뒤편의 넓은 주차장과 신도시 아파트 단지들이 어우러지며, 개방성과 공동체의 따뜻함을 동시에 드러낸다. 독특한 공간적 매력을 품은 성당을 직접 찾았다.




신도시의 성장과 함께 자란 열린 공동체


‘배곧’은 ‘배우는 곳’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한글학자 주시경 선생이 ‘조선어강습원’을 ‘한글배곧’이라 부르며 사용한 데서 유래한다. 2015년부터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이 지역은 젊은 세대 중심의 대규모 신도시로 빠르게 성장했고, 본당 역시 자연스럽게 지역의 신앙·커뮤니티 중심지로 자리했다.


본당은 2017년 6월 설립돼 신도시의 성장과 발맞춰온 ‘젊은 공동체’다. 초대 본당 주임 김정환 신부와 신자들의 손길이 성당 곳곳에 스며 있으며, 현대적 건축 양식 속에서도 가톨릭적 상징성과 고전미를 조화롭게 드러낸다. 우뚝 솟은 종탑과 삼각 지붕, 곡선형 통유리 외관은 세련된 도시 풍경과 잘 어울리면서도 종교적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낸다. 성당 전면에는 김 신부가 직접 디자인한 ‘승리의 십자가’가 자리하고 있다. 예수님의 가시관을 형상화한 십자가는 고난을 통해 완성된 구원을 상징한다.


성당 입구에는 주보성인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동상이 방문자를 맞이한다. 동상 뒤로는 작은 성모 동산이 있다. 성모 동산을 감싸고 있는 사시사철 푸른 나무는 항구한 성모 신심을 상징한다. 설립 초기, 본당이 가장 먼저 한 일도 성모님을 공동체 한 가운데 모신 것이었다.




빛과 색으로 드러나는 성전의 영적 공간


성당은 크게 성전동과 나눔동으로 나뉜다. 나눔동은 유리 통창을 통해 성당 안팎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설계해 ‘열린 공동체’라는 본당의 방향성을 반영한다. 1층의 ‘cafe1984’는 신자들이 미사 전후 머무르며 친교를 나누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성전동으로 향하는 계단에는 24개의 작은 유리창이 이어지는데, 유은미(엘리사벳) 작가가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 악보를 색채로 변환해 유리화로 표현한 작품이다. 성전으로 오르는 발걸음 자체가 성모 신심을 묵상하는 여정이 되도록 한 것이다.


성전 로비는 중세 교회 건축에서 기도와 마음가짐을 가다듬는 공간의 의미를 이어받아 어둡고 차분하게 조성됐다. 이곳에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성모님의 기쁨·고통을 묵상하도록 한 유리화가 자리한다. 어두운 공간 속에서 유리화가 더 빛을 발하는 ‘달드베르 공법’을 활용해 깊은 영적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성전 안으로 들어서면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밝은 색감과 장엄한 구조가 조화를 이루며 마치 천상에 들어온 듯한 공간이 펼쳐진다. 성전 양쪽 벽은 파노라마 형태의 유리화로 꾸며져 있는데, 뒤편의 짙은 파란색이 제대 쪽으로 갈수록 점차 하얀 빛으로 변화하며 구원의 여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제대 십자가는 이콘 양식으로 제작됐고, 좌우에는 성모 마리아와 요한 사도 이콘이 배치돼 있다. 제대 뒤 ‘제단벽 부조’는 마태오복음 17장 4절의 ‘초막’ 장면을 모티브로 한 세 폭 구성으로, 가운데 초막에는 감실이 자리하고 있다. 제대 앞에는 주보성인의 유해감실도 있다. 김정환 신부가 2019년 폴란드 크라쿠프 전임 교구장 드츠비츠 추기경에게 서한을 보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혈액 유해를 받아 조성한 것이다.




‘찾아가는 사목’이 만든 성장


배곧신도시에 성당을 짓고 공동체를 세우기까지는 김정환 신부의 간절한 기도와 신자들의 헌신이 더해졌다. 신도시 특성상 처음에는 기반이 거의 없어 신자 간 유대가 형성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김 신부는 이를 위해 먼저 ‘찾아가는 사목’에 나섰다.


2017년 당시 약 770가구를 직접 방문해 세족례를 진행했다. 한쪽 발은 신부가 씻어주고, 다른 한쪽 발은 가족이 서로 씻어주는 방식이었다. 또한 성모 동산의 성모상을 축소 제작해 가정에 선물하며 공동체의 일체감을 북돋웠다. 이 과정에서 신자들의 은사와 성향을 파악해 봉사자를 적재적소에 배치했고, 이는 본당 단체 구성의 기반이 됐다. 사제와 신자들은 이렇게 신뢰를 쌓았고 공동체의 유대감은 차츰 두터워졌다.


본당은 성당 건축을 마무리한 뒤에도 남아 있는 건축 부채를 갚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겨자씨 예탁금’을 통한 기부금 영수증 발행, 승리의 십자가 디자인을 활용한 에코백·머그잔·이콘 키링 제작 등 다양한 방법으로 모금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신자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본당을 만들겠다는 김 신부의 의지와 공동체의 연대가 빚어낸 결과다.



변경미 기자 bgm@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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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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