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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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우리 성지순례 갈까요?

김기형 요셉 (공학박사, 인천환경공단 청라사업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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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벗어나 신앙심을 고취하고 새로운 종교적 경험을 얻기 위한 성지순례의 사전적 의미는 “순례자가 종교적 의무를 지키거나 신의 가호와 은총을 구하기 위하여, 성지 또는 본산(本山) 소재지를 차례로 찾아가 참배하는 일”이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성지는 발음은 같지만 다른 두 개의 의미가 있다. 성지(聖地, Holy Land)는 예수 그리스도가 살던 곳이자 그리스도교의 발상지인 팔레스티나 일대를 가리키는 용어이고, 성지(聖址. Holy Site)는 성모 마리아, 성인, 순교자 등과 관련해 교회사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는 유적지를 말한다.

나의 첫 성지순례는 성지(Holy Land) 순례가 아니라 성지(Holy Site) 순례였고, 그 장소는 세례받기 위해 교리 공부하는 기간 중에 방문했던 강화도 갑곶성지였다. 성지순례는 처음이었기에 단순하게 “천주교와 관련된 성스러운 곳을 둘러보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다. 야외에 모셔둔 십자가 예수님도 첫 성지순례에서 처음 뵈었는데, 성당 안에서 먼발치로만 뵙던 예수님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좀더 고통스러운 모습의 예수님이셨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마도 그 당시 가정에 대한 나의 미안함과 죄스러움, 그리고 괴롭고 힘들어하던 아내의 모습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느낌은 성지를 방문할 때 나의 기분이나 마음 상태, 방문한 성지의 분위기와 느낌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그렇게 서로 다른 느낌의 예수님을 뵐 때마다 다른 내용의 다짐을 하게 된다.

세례를 받은 이후 아내와 나는 가끔 성지순례를 가곤 한다. 성지순례를 주 목적으로 특정한 성지를 찾아 방문하는 경우도 있고, 여행할 때 경로에 있는 성지를 찾아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성당에서 활동하는 단체와 함께 일 년에 두 번 정기적으로 성지순례를 하기도 한다. 어느 경우든 순례를 통해 성지를 방문하면 십자가의 길을 하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십자가의 길을 하지 못하는 경우엔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 앞에서, 또는 성모 마리아상 앞에서 묵주기도를 바친다. 십자가의 길 14처에서 바치는 기도문과 묵주기도문은 정해져 있어 같은 기도문이지만, 나의 경우 성지순례에서 이 기도들을 바칠 때의 마음가짐은 매번 다르다. 똑같은 기도문인데 왜 다른 마음을 가지게 될까?

우리가 하느님 말씀을 듣기 위해 기도할 때 기도 전에 나에 대한 성찰이 선행되는데, 성지순례를 하면 어떤 마음으로 성지를 방문했든 이유를 불문하고 그 성지에서의 느낌과 분위기에 따라 다른 시각으로 나에 대한 성찰이 이뤄지는 것 같다. 나 자신에 대해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성찰이 이뤄지면, 평상시와 다른 기도가 바쳐지고, 하느님으로부터 전혀 뜻밖의 대답을 듣게 된다. 성지의 아름다운 경치는 하느님의 대답과 함께 얻게 되는 덤이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특별한 의미가 있는 성지를 방문해 그 의미를 새기면서 하느님을 만나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통해 나를 인간적으로 성숙하게 만들고, 동시에 신앙적으로 하느님께 더 다가가는 방법이 될 것이다. 국내 성지는 이 굿뉴스 홈페이지(maria.catholic.or.kr/sa_ho/holyplace.asp)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행을 많이 한 사람은 아는 것이 많고 경험이 많은 사람은 지각 있게 말하리라.”(집회 34,9) “우리의 길을 성찰하고 반성하여 주님께 돌아가세.”(애가 3,40)


 


김기형 요셉 (공학박사, 인천환경공단 청라사업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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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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