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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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계획 안에 있는 인간사랑-몸 신학 교리] 그대는 닫힌 정원, 봉해진 우물(아가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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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서 사랑의 이중창에는 누이와 오라버니로 불리는 ‘형제적’ 구성과 “그대는 닫힌 정원, 봉해진 우물”(4,12)이라는 구성이 있다. ‘닫힌 정원, 봉해진 우물’은 불가침성을 말한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이 표현을 언어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진리의 아름다움이라 표현한다.


‘닫힌 정원, 봉해진 우물’의 은유적 표현은 여자의 몸이 갖는 신비에 대한 깊은 존중을 표현한 것이다. 여성인 ‘나’의 전 구조 안에 가장 깊숙이 선물의 본질적인 진정성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 표현은 연인과의 일치가 갖는 심오한 측면과 의미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 은유는 닫힌 정원을 여는 열쇠가 여자에게 있음을, 매우 고귀한 가치를 지닌 여자의 신비를 말한다. 남자는 문을 두드려 열어줄 것을 청할 순 있지만 부수고 쳐들어가 침범할 수는 없다. 여자에게 자신을 선물로 제공하며, 자신의 열망을 명백히 밝힌다. “내게 문을 열어 주오, 나의 누이 나의 애인, 나의 비둘기, 나의 티 없는 이여!”(아가 5,2) 신부는 여성성의 신비에 대한 주인으로서, 자기 자신을 남자의 눈앞에 내어놓는다. 친교의 일치를 살기 위한 전제는 바로 선물의 자유다.


이 은유적 표현은 인간이 인간에게 밝혀진 것 외에 또 다른 신비가 존재한다는 것과 외부에서 강제적으로 침범할 수 없는 내적인 불가침성을 발견하도록 한다. 참된 사랑은 신비를 훼손하지 않고 인격의 신비에 근접해야 한다. 아가서에서 여자는 남자-신랑의 가장 깊은 체험 안에서 결코 훼손되지 않는 신부-누이이며, 자기의 여성성을 지닌 내밀한 신비의 주인이다. 아가서의 연인들은 서로를 손상시키지 않고, 혼인적 행위를 통해 결합을 이루고 있다.


사랑의 대화 안에서 ‘닫힌 정원’이 신랑의 몸과 영혼 앞에서 열린다. 그리고 깊은 존경과 경이로움 속에서 서로에 대한 존중과 종속을 통해 드러난 그녀의 신비를 지킨다. 선택과 선물의 자유 안에서 그녀는 그에게 문을 열고 자신의 신비를 드러낸다. 신랑은 이 신비를 온전히 알고, 그녀에게 부드럽게 다가가 그녀의 신뢰가 헛되지 않았음을 확신시키고, 그녀가 열어준 정원에 대하여 경이로움을 표한다. “나의 누이 나의 신부여, 나의 정원으로 내가 왔소. 내 몰약과 발삼을 거두고 꿀이 든 내 꿀송이를 먹고 젖과 함께 내 포도주를 마신다오.”(아가 5,1)


사랑의 노래에서 소유격 ‘나의’가 자주 불린다. 인격의 내적 진리에 부합하는 의탁의 심오함 전체가 담겨있음을 단언하는 의미이다. 진정한 사랑은 스스로 배우자에게 소속되길 원하고, 상호 속함 안에서 심오한 진리를 표현한 것이다. 서로에게 속한다는 것은 서로에게 자신의 운명이 지어졌음을 말한다.


인간의 삶은 우선 주어진 선물이다. ‘낳음’ 받았고 완성을 향해 열려 있다. 이는 큰 질서를 지녔고, 애덕의 훈련을 통해 성숙된다. 특히 정결의 덕은 인격체가 모든 성적인 욕망과 정서를 남편과 아내 사랑의 관계 안으로 통합하도록 돕는다.


부부관계에서 성적 결합은 이런 고귀한 의미를 지닌다. 이 결합을 통해 자신도 타자도 더 잘 알게 된다. 내가 받아들인 그 사람에게만 자신을 선물로 기꺼이 내어주는 몸의 언어다. 그때 부부는 사랑의 일치에 의해 그들 몸의 일치를 이해할 수 있고, 타자의 몸과 그 몸에 쓰인 성에 대해 존중하는 방법도 배운다.


부부 관계는 하느님 안에서 존재(ut in Deo sit)로 향하는 최종 목적이 있다. 사랑은 두 인격(하느님의 위격과 인간의 인격) 사이에서 가장 뛰어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친교이며, 일체 속 관계의 완성이다.



글 _ 김혜숙 막시마(그리스도 왕직 재속 선교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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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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