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희망의 대순례를 취재하며 인상 깊었던 점은 1000명 넘게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를 평신도가 중심이 되어 치러냈다는 점이었다. 물론 행사 준비 과정에는 사제들도 함께했겠지만, 그보다는 평신도의 활약이 훨씬 두드러졌다. 한국 교회에서 대규모 행사를 준비할 때, 보통 사제가 중심이 되어 움직이는 것이 익숙한 현실을 생각하면 매우 신선한 경험이었다.
현장에서 본 실무진의 관계도 인상 깊었다. 문화 차이도 있겠지만, 서로를 ‘상하 관계’로 느끼기보다는 함께 일하는 동료로 대하며 존중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사제들은 평신도의 경험과 판단을 신뢰했고, 평신도들은 주저하지 않고 각자 맡은 역할을 주도적으로 수행했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협력이 희망의 대순례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어 줬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를 앞둔 한국 교회가 반드시 참고해야 할 지점도 이것이다. 한국 교회 일부 공동체에서는 아직도 평신도가 중심에 서는 것을 어색하게 여기거나, 사제가 홀로 모든 것을 책임지고 나아가는 구조다. 그러나 젊은이와 평신도·사제·수도자 모두가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함께 걷는 시노드 교회의 모습에 가까워질수록 작은 행사나 전례 준비부터 세계청년대회와 같은 대규모 신앙 축제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이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준비가 본격화된 지금 한국 교회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동안 아시아 교회는 한국 교회로부터 도움을 필요로 하는 ‘가난한 교회’라는 인상이 강했다. 그러나 이번 희망의 대순례에서 마주한 아시아 교회의 활력과 개방성, 협력의 문화는 오히려 한국 교회가 배워야 할 본보기였다. 들어주고 인정해주며 손을 잡고 기꺼이 협력하는 모습은 한국 교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