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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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엄마이자 친구

[카리타스, 희망이 되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본지 희년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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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달레나공동체 이옥정(콘세크라타) 대표가 여성들과 함께 했던 날을 이야기하고 있다.

1985년 문 연 막달레나공동체 이옥정 대표

‘먹을 걸 나누자’ 마음으로 시작
함께 밥 먹고 힘들 때 손 잡아주고
새 삶 찾을 수 있게 길 안내

“‘생계형 피해자’ 고령 성매매 여성
힘 닿는 데까지 도울 것”



“40년이 지났지만, 제 마음은 항상 처음과 같습니다. 맨 처음 생각한 것이 ‘먹을 걸 나누자’였죠. 그리고 여성들과 진정으로 ‘친구’가 돼주는 거였어요. 친구라면 밥을 같이 먹는 게 중요하죠. 지금도 둥근 밥상에서 같이 밥을 먹습니다.”

1985년 서울 용산역 앞 성매매 집결지에서 시작된 사단법인 막달레나공동체. 지금은 용산 일대가 재개발돼 위치를 옮겼지만, 공동체는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다른 곳으로 떠도는 ‘철새’가 되지 않도록 음으로 양으로 계속 동반하고 있다. 11월 26일 40년간 피해 여성들의 친정 엄마이자 친구가 돼준 이옥정(콘세크라타)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는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변함없는 친구다. 그럼에도 이들을 구해냈다는 생색이나 티를 전혀 내지 않았다. “의무감이 아니라 외로운 이들을 두고볼 수만은 없다는 ‘오지랖’ 때문”이라고 했다.

“친구가 되려면 다른 건 없어요. 가까이 가면 돼요. 부당하게 잡혀가면 경찰서에도 가고, 가족을 찾아주고, 남편한테 폭력을 당하면 같이 싸웠죠. 초기엔 혼자 목숨을 끊는 여성들도 있었는데, 그래서 미사 때 기도지향을 넣어줬어요. 무엇보다 함께 밥 먹고 힘들 때 손잡아주고자 한 게 어느덧 40년이 됐네요.”

이 대표와 공동체 식구들은 여성들이 회복할 수 있는 환경과 공간을 만들어줬다. 그리고 변화가 일어났다. 이 대표는 “용산 집결지가 철거되고 여성들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도록 주거 문제부터 해결해주고자 노력했다”며 “임대 아파트 분양 신청을 돕고 보증금을 보태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만의 공간’ ‘내 이름으로 된 계약서’가 있으니 다른 일을 찾아보고, 세례받고 방 하나를 기도방으로 꾸며주기도 했다”고 했다.

그렇게 새 삶으로 이끌어준 이 대표와 그들과의 인연은 계속되고 있다. 이 대표는 “이후에 나름대로 잘 사는 사람도 1년에 한 번쯤은 연락이 온다”며 “전화가 오면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가슴이 내려앉을 때도 있지만 ‘힘들면 애들 데리고 와라. 할머니 집에 가자고 해라’하고 말해주곤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없는 이들에게 친척이자 직장 선배가 돼주며 잃어버린 인생을 딛고 잘 살도록 계속 챙겨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막달레나공동체 이옥정(콘세크라타) 대표가 서울 은평구 공동체 집에서 벽면에 걸린 사진들을 소개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 막달레나공동체 벽면에 새겨진 문구.
서울 은평구 막달레나공동체 벽면에 새겨진 문구.

40년 동안 여성들의 새 삶과 안전을 책임졌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이 있다. ‘박카스 할머니’로 불리는 고령 성매매 여성들이다. 이 대표는 이들이 돈벌이하러 나온 것이 아닌 ‘생계형 피해자’라고 했다. 이 대표는 “남편 사업이 망하거나 이혼한 자녀의 손주를 책임져야 해서 나온 분들도 있다”며 “한국 사람들은 나이가 적든 많든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이렇게까지 한다”고 목이 메기도 했다.

이 대표는 “힘닿는 데까지 가장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을 여성들을 돕겠다”고 했다. 지금도 곳곳에 있을 피해 여성들이 언제든 공동체로 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외롭게 싸우고 있는 여성들은 본인 스스로 겁이 나고 두려워서 숨어있다고 생각해요. 걱정 말고 나오길 바랍니다. 죽은 사람은 못 살리지만, 산 사람 살리는 건 훨씬 쉬운 일 아닙니까. 우리는 여러분 편이니 오길 바라요.”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


☞ 올해 희년을 맞아 본지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와 공동기획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세상을 변화시키는 희망의 순례자’로 희년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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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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