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 숙식하며 유대 깊어져… 세계 평화 협력 한뜻
한국 교회 신자들 기도·활동 굉장한 힘… 많은 것 배워
“한일주교교류모임에서 한국과 일본의 주교님들이 해마다 한 번, 3박 4일간 함께 지내는 것은 한일 간 평화를 위해서뿐 아니라 가톨릭교회의 보편성과 하느님 안에서 한 가족을 이루기 위해 매우 뜻깊은 일입니다.”
11월 17~20일 일본 야마구치현과 히로시마에서 제27회 한일주교교류모임을 주관한 히로시마교구의 교구장 시라하마 미쓰루 주교는 “회의도 중요하지만, 함께 숙박하고 식사하며 한국 주교님들을 개인적으로 더 깊이 알 수 있었고 서로의 유대가 깊어졌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시라하마 주교는 “주교님들께서는 지난해 한국과 일본이 다시금 경계를 넘어 하나 되어 평화를 이루는 도구가 되기 위해 최초의 피폭지인 히로시마에서 한일주교교류모임을 개최하기로 결정하셨다”며 “히로시마의 상처를 직접 눈으로 보고 그 문제를 배우며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함께 모색하는 매우 뜻깊은 회의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 교회는 한국 사회에서 비교적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일본 교회는 정말 작은 교회”라며 “한국 교회 신자들은 기도도 열심히 하고, 활동도 활발해 굉장한 힘을 지닌 교회라는 인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시라하마 주교는 또 “일본 사회 안에서 일본 가톨릭교회가 쉽게 성장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 한국 교회로부터 늘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며 “한국에서 파견된 수많은 사제가 일본에서 큰 활약을 해주고 계신다”고 덧붙였다.
시라하마 주교는 양국 주교단이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계기로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뿐 아니라 전 세계 청년들이 친교를 이루고 세계 평화를 위해 협력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으자는 뜻도 서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일 주교들이 함께 나눈 이야기들이 앞으로 구체적인 행동과 실천으로 이어지면 좋겠다”고도 기대했다.
시라하마 주교는 11월 20일 히로시마교구 주교좌 세계평화기념성당에서 열린 한일주교교류모임 파견미사 강론에서 “일본이 한반도를 침략해 35년에 걸친 식민지 지배로 한반도 사람들에게 엄청난 손해와 고통을 안겨드린 데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에는 약 14만 명이나 되는 한반도 출신 사람들이 살고 있었는데, 대부분이 강제 노동에 동원된 분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히로시마 원폭으로 인한 조선인 희생자는 7만 명 중 20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시라하마 주교는 “한일주교교류모임은 이러한 과거의 아픈 역사를 제대로 바라보고 증오와 대립을 극복하고 평화의 길을 걷기 위해 시작됐으며 그 역할을 충실히해왔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