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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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언 마음까지 녹이는 ‘밥정’…“단순한 음식 아닌 ‘온기’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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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가 대림 제3주일마다 기념하는 ‘자선 주일’은 고통받는 이들을 기억하며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는 특별한 시기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가난한 이를 ‘굽어보듯’ 시혜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진정 우리가 행해야 할 자선은, 도움이 필요한 이웃과 “함께 울고, 함께 기뻐하고, 내 밥을 함께 나누는”(제42회 자선 주일 담화 중) 지속적인 사랑이어야 하지 않을까. 천주섭리수녀회 성요셉관구 ‘사랑의 이웃집’(담당 김금분 아녜스 수녀)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공감하며 한결같이 곁을 지켜온 담당 수녀와 봉사자들의 헌신에서, 자선의 본질을 마주했다. 이름 그대로 ‘이웃집’처럼, 언제나 변함없이 곁을 내어주는 사람의 온기(溫氣)를.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는 사랑


사랑의 이웃집은 1992년 인천 중구 일대에서 가난한 이들을 돌보던 신윤섭(루치아) 수녀가 한 은인에게서 제공받은 가정집에서 시작됐다. 독거노인과 장애인, 자립이 어려운 복지 사각지대 이웃에게 반찬을 나누고 정서적 지지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곳의 활동은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회헌 2조)을 강조하는 수녀회 카리스마에 바탕을 둔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을 토대로 흔들림 없이 사랑을 실천했다. 경제난으로 터전을 잃었을 때는 수녀원 주방, 인근 인천교구 해안성당의 공간을 빌려 활동을 이어갔다.


사랑의 이웃집은 비인가 시설로 운영된다. 정부 지원이 없는 대신, 도움이 필요한 누구나 제한 없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인가 시설은 법령이 정한 대상자만 도울 수 있으며, 복지 활동이나 봉사자 모집에도 까다로운 요건이 따른다. 이러한 제약은 오히려 가장 필요한 이웃을 배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랑의 이웃집은 비인가 시설이라는 선택을 이어가고 있다.


사랑의 이웃집 수녀들과 봉사자 35명은 매주 목요일 반찬을 조리하고 포장해 30여 명의 대상자에게 직접 전달하고 가정을 방문해 안부를 살핀다. 이를 통해 대상자들은 건강한 식생활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 수녀와 봉사자들과의 관계를 통해 고립에서도 점차 벗어나고 있다.


김금분 수녀는 “인가 시설이 갖춰야 할 조건에 신경 쓰다 보면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더 중요한 가치를 놓칠 수 있어 비인가 시설의 한계 안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


11월 27일, 아침부터 내린 비로 한기가 스민 인천 송월동 동화마을. 하지만 사랑의 이웃집 주방은 봉사자들의 열기로 오히려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날 봉사팀은 인천교구 산곡3동본당 신자들. 2019년부터 매주 목요일 오전 미사 후 이곳을 찾아 조리와 포장 봉사를 이어온 꾸준한 팀이다.


“호박죽은 오래 끓여야 맛있지~”


“그렇다고 너무 끓이면 탄 맛 나!”


팀 리더 김귀분(사라) 씨와 볶음요리 담당 양덕진(효임 골룸바) 씨의 정겨운 대화가 주방 분위기를 더욱 훈훈하게 만든다. 봉사자들은 김금분 수녀의 당부대로, 받는 이들이 존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음식 하나에도 세심한 정성을 기울였다.


계란말이는 한 방향으로 가지런히 담고, 돼지불고기 위에는 당근을 곁들여 색을 살렸다. 참깨를 솔솔 뿌린 뒤, 반찬이 섞이지 않도록 랩으로 정성껏 감싸는 모습에서도 그 마음이 전해졌다.


“이건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온기를 나누는 일이라고 믿어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정성을 들이게 돼요.”




산곡3동본당 봉사팀은 이렇게 보이지 않는 가치를 믿으며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왔다. 이정옥(소화 데레사) 씨는 “자선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온기를 주고받는 또 하나의 ‘기도’가 되는 것 같다”며 “우리가 나누는 온기가 이웃에게 전해져 희망이 됨을 실감할 때 오히려 우리가 충만해져 계속 봉사하게 된다”고 전했다.


6년째 사랑의 이웃집 반찬을 받고 있는 백한림(82) 씨는 “수녀님과 봉사자님들의 반찬이 내 몸과 가슴까지 따뜻하게 해 준다”며 깊은 감사를 전했다.


10년 전부터 사랑의 이웃집을 통해 반찬을 받고 있는 독거노인 백한림(82) 씨는 “수녀님과 봉사자님들의 반찬이 내 몸과 가슴까지 따뜻하게 해 준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백 씨는 다리가 불편해 외출이 어렵다. 생활지원사 외엔 찾아오는 이도 드물고, 같은 처지의 이웃들과도 말 나눌 기회가 없다. 그는 “혼자 있으면 자꾸 슬픈 생각이 드는데, 나를 잊지 않고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놓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 천주섭리수녀회는…
천주섭리수녀회는 1851년, 독일의 빌헬름 엠마누엘 본 케틀러 주교가 창설했다. 사회적 약자와 노동자를 위해 헌신하며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그의 영성과, ‘하느님의 섭리에 대한 신뢰와 개방성’(회헌 1조)을 카리스마로 수녀회는 교육과 의료, 가난한 이들을 위한 돌봄 등 시대의 요구에 응답해 왔다. 1960년대 대전교구의 의료 선교 요청에 따라, 수녀회는 교황청 인류복음화성의 승인을 받아 한국에 진출했다. 1995년 한국지부는 성요셉관구(관구장 정창순 스텔라 수녀)로 승격됐다. 현재 수녀회는 교육·의료 활동뿐 아니라 본당과 해외 선교, 정의·평화·창조보전(JPIC) 분야에서도 다양한 사도직을 수행하며 교회 안팎과 연대하고 있다. 김금분 수녀는 “봉사와 사명 실천을 통해 섭리이신 하느님을 세상에 증거하고자 우리 수도자들은 어떤 도전 앞에서도 그분을 신뢰하며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선은 베푸는 것이 아니라 선의의 사람들과 그들 뒤에 계신 주님께서 우리를 통로로 퍼뜨리시는 사랑”이라며 “무관심과 교만으로 서로 갈라졌던 우리도 결국 그 사랑 안에서 하나의 ‘이웃’으로 다시 이어질 수 있음을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후원 계좌 농협 355-0061-6402-93 (재)천주교천주섭리수녀회


※문의 010-9923-3632 사랑의 이웃집 담당 김금분 수녀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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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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