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의 빌딩 숲 사이를 걷다 보면, 갑자기 웅장하고 경건한 건물이 눈앞에 나타나 보행자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19세기에 세워진 성 패트릭 대성당이다. 이처럼 사막 같은 도심 속에서 생명수를 만난 듯한 경험을 주는 성당이 우리 곁에도 있다. 2021년 수원디자인대상을 받은 제1대리구 광교1동성당(주임 서상진 바오로 신부)이다. 수원 광교신도시 중심에 자리한 성당은 ‘하느님이 사람들 가운데 오셨다’는 의미의 ‘임마누엘’을 실현하는 공간이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
백화점, 아울렛, 병원, 지하철역 등 편의시설로 둘러싸인 도심에 위치한 광교1동성당은 고전적 건축양식으로 눈길을 끈다. 아치와 돔, 붉은 벽돌로 이뤄진 이 건물은 현대적 빌딩과 아파트 사이에서 오히려 돋보인다. 경제성과 효율성만을 따지지 않고, 정서적 환기라는 공공적 가치를 담아낸 건축물로서,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성당은 공원으로 둘러싸여 있어, 비교적 낮은 건물임에도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좁은 부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한 평면 설계와 더불어, 내부 안쪽에 조성된 성모 광장은 개방감과 접근성을 높였다. 광장은 지역 주민들과 함께 사용하는 열린 공간으로, 모임과 휴식을 위한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광장 한편 성모 동상에는 루르드 성모상이 모셔져 있으며, 그 곁에는 신자들이 봉헌한 20여 개의 컵 초가 밝게 빛나고 있다. 본당 주보 성인인 ‘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신자들의 깊은 신심이 느껴진다. 광장 가장자리에 놓인 구유는 3차원의 나무 외양간 안에 2차원으로 표현된 인물과 동물 그림 패널이 배치되어 독특한 입체감을 준다. 몇 차원인지도 모를 높은 곳에서 낮은 세상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듯해, 보는 이로 하여금 감사와 경건함 속에 기도를 드리게 한다.
거룩함의 무게가 느껴지는 곳
성당 1층에는 벽이 없는 개방형 카페가 있다. 신자들이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대화하며 공동체의 온기를 나누는 공간이다. 카페 유리 벽면에는 ‘가나의 혼인 잔치’를 표현한 대형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다. 최복순 수녀(안젤라·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의 작품으로, 성전이 아닌 일상 공간에서도 신앙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한다.
2층 로비와 대성전 내부에서는 다양한 색감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순례자를 맞이한다. 그림은 성화 못지않은 섬세한 선과 채색으로 표현돼 있다. 대성전 왼쪽 창은 초록색과 파란색으로 성령의 ‘바람’을, 오른쪽 창은 보라와 붉은색으로 마치 성령의 ‘불’을 상징하는 듯하다. 성모님의 칠고칠락을 묘사한 스테인드글라스와 바로 위 십자가의 길 14처가 서로 대비되거나 일치하며, 고통에 대한 묵상을 더욱 깊게 이끈다.
기둥 없는 대성전 구조와 제대 위 돔 천장은 특유의 공간감을 선사한다. 냉난방, 결로, 환기, 음향까지 세심하게 고려한 돔 구조는 고요한 공기 속에서 거룩함의 무게를 실어주며 자연스레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제단 위 감실은 주황과 노란빛 십자가와 둥근 성체로 표현돼 따뜻한 분위기를 낸다.
봉헌에 맞갖은 공동체의 장으로
광교1동성당은 2019년 2월 기공식 후 약 21개월간의 공사를 거쳐 2020년 11월 입당 미사를 봉헌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이중의 고비를 극복하고 이뤄낸 결실이다. 당시 본당 총회장이었던 김성균(안드레아) 씨는 “막막했던 상황 속에서도 하느님의 전능하심을 믿고 나아가자 성전 신축이라는 소망이 이루어졌다”고 회고했다.
본당 신자들은 새 성당 신축을 위해 크고 작은 정성을 봉헌해 왔다. 현재는 성경에 나오는 과부의 헌금처럼 ‘교무금 납부율 50 이상 봉헌 참여’ 등을 통해 하늘의 재물 쌓기 운동을 전개 중이다. 공동체의 영적 기초도 튼튼히 다지고 있다. 신자들은 ‘소공동체 참여를 통한 참된 신앙의 삶 봉헌’, ‘공동체 성화를 위한 밤 9시 주모경 기도 봉헌’을 통해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아주실 성당의 봉헌식을 준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