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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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결산-사회사목] 희망의 순례자들 생명·평화·정의 수호에 앞장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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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위한 40일 기도’ 한국 본부가 9월 24일 서울 명동대성당 들머리에서 낙태 반대와 생명수호 팻말을 든 채 기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국 교회는 정기 희년 주제 ‘희망의 순례자들’에 걸맞게 올 한 해에도 우리 사회의 희망과 미래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쳤다. 특히 정부와 국회가 낙태 합법화를 추진하려 하자 ‘가장 약한 생명’인 태아 보호에 앞장섰다. 또 거리로 나서 시민들과 ‘공동의 집 지구를 지키자’고 외치며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행동을 촉구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국면에도 교회는 꾸준히 목소리를 냈다. 정치인들에게는 존중과 경청을 통한 상생의 정치를, 시민들에게는 공동선 실현에 헌신할 지도자 선출을 당부했다. 광복과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을 기념해 미국·일본 교회와 ‘세계 평화’와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협력도 다짐했다.



한국 주교단, ‘무제한 낙태 허용법’ 강력히 반대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교회는 꾸준히 죽음의 문화에 맞서왔다. 그러나 낙태죄가 개정 시한(2020년 12월 31일)을 5년이나 넘긴 지금까지 입법 공백 상태라 혼란은 극심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수와 관계없이 만삭까지 ‘무제한’ 낙태를 허용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7월 국회에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이수진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개정안으로, 수술이 아닌 약물에 의한 낙태를 가능케 하고, 건강보험 급여까지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한국 주교단은 7월 23일 성명을 발표하며 개정안 입법 추진 반대를 천명했다. 또 모자보건법 개악 시도 저지를 위한 신자들의 협력도 요청했다. 주교단은 “생명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에 정면으로 위배되며, 태아 생명을 도외시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여성의 자기 결정권은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그 권리가 태아의 생명권보다 우위에 놓일 수는 없다”고 역설했다. 서울대교구 총대리 겸 가톨릭생명윤리자문위원장 구요비 주교도 8월 17일 모자보건법 개정 반대 특별 메시지를 냈다.



문창우 주교, 국회 방문해 모자보건법 개정안 반대 의견 전달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 위원장 문창우 주교는 8월 26일 가톨릭 생명윤리 전문 사제들과 국회를 방문, 보건복지위원장 박주민(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모자보건법 개정안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문 주교는 9월 12일에는 남인순·이수진 의원도 만났다.

그러나 9월 16일, 이번엔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낙태 합법화’와 ‘낙태약 도입’을 포함한 123대 국정과제를 확정했다. 문 주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교회가 우려하는 낙태 전면 허용 입장을 정부가 견지한다면 교회는 강도 높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낙태죄 후속 입법을 하지 않는 국회를 대상으로 입법부작위 위헌확인을 요청하는 헌법 소원 청구 건도 헌법재판소에 의해 정식으로 심판에 넘겨졌다. 아내의 상의 없는 낙태 수술로 둘째 아이를 잃은 박 프란치스코(가명, 44)씨가 10월 청구했으며,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선언 후 6년 만에 낙태죄 사안이 헌재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교회 가르침에 따른 생명 확산 노력도 이어갔다.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중앙의료원(CMC)은 난임 부부를 돕고자 11월 3일 5개 직할 병원(서울·여의도·의정부·부천·은평성모병원)에 나프로임신센터를 확대 개소했다. 나프로임신법은 인위적 시술이 아닌 여성의 고유한 가임력을 회복해 자연임신을 유도하는 치료법이다.

 
여성 수도자들이 9월 27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927 기후정의행진’에 동참해 기후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찬미받으소서」 10주년, 새만금 신공항 건설 멈춰 서다

“온갖 생명의 집으로 비옥하던 새만금 갯벌은 죽어가고 있습니다.” 5월 30일 전주교구 치명자산 성지 평화의전당에서 ‘새만금 지킴이’ 문규현(전주교구) 신부가 한 말이다. 주교회의와 전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가 주최한 ‘기후위기 시대 새만금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묻다’ 심포지엄에서다. 올해 반포 10주년을 맞은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통합생태론적 관점으로 새만금 사업 문제를 성찰한 자리다.

9월 11일 다행히도 서울행정법원은 새만금 신공항 건설 기본계획 취소 판결을 내렸다. 대한민국 사법 역사상 드물게 ‘생명의 편’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가톨릭기후행동 고문 강우일 주교는 9월 27일 종교·시민단체가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진행한 ‘927 기후정의행진’에서 “사법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판결”이라며 “모든 평화주의자의 헌신으로 법조인들의 사고를 바꿔놓았다”고 평가했다.

「찬미받으소서」 10주년을 맞아 교회 내에서 다채로운 활동이 이어졌다. 가톨릭기후행동은 쇄신과 반성을 통한 재도약을 다짐했고, 평신도 생태 사도직 단체 ‘하늘땅물벗’은 인천교구에서 첫 교구 대회를 열었다. 마찬가지로 10돌이 된 국제 가톨릭 연대기구 ‘찬미받으소서 운동’도 한국 교회에 응원을 전했다.



탄핵·조기 대선?법치 존중과 공동선 실천할 지도자 선출 당부

2024년 12월 3일 ‘계엄의 밤’으로부터 4개월.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8인 전원 일치된 선고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됐다. 그리고 6월 3일 조기 대선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한국 교회는 탄핵과 대선 정국에서 신자와 국민들에게 법치 존중과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4월 1일 입장문을 통해 “헌법재판소가 어떤 판결을 내리든, 국민 모두가 그 결정을 존중하고 따름으로써 우리나라가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하며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과 일본 교회 주교들이 11월 17일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의 마루나미 해안에서 1941년 강제동원된 조선인 136명과 일본인 노동자 47명이 수몰된 조세이 해저 탄광의 환풍구를 바라보며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광복과 제2차 세계대전 종전·원자폭탄 투하 80주년

2025년은 일본 히로시마·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광복 80주년을 맞았다. 한국과 미국·일본 가톨릭교회 주교들은 8월 5~6일 일본 히로시마교구에 모여 원폭 피해자의 넋을 위로하고, 항구적인 세계 평화를 기원했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해 협력을 다짐하는 한·미·일 공동 성명도 발표했다.

한일 주교들은 11월 18~20일 제27회 한일주교교류모임으로 히로시마교구에서 다시 만나 화해와 연대의 시간을 가졌다. 양국 주교들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된 조선인 136명의 목숨을 앗아간 조세이(長生) 해저 탄광 수몰사고 현장을 찾아 희생자를 위해 기도했다. 이후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는 12월 11일 조세이 탄광 희생자 유해 발굴·반환 사업을 위해 1000만 엔(약 9458만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남북 평화와 가난한 이들을 위한 노력

남북 관계는 경색 상태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그럼에도 교회는 평화를 염원하는 이들을 한자리에 모아 평화의 장인으로 거듭날 실천 방안을 모색했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11월 14일 명동대성당 문화관에서 연 제10회 한반도평화나눔포럼에서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간절히 염원해온 ‘토요기도회’도 6월 21일 의정부교구 파주 참회와속죄의성당에서 제500차를 맞았다. 2013년 시작한 이래 12년 만이다.

한국 교회 대표 사회복지 기구인 한국 카리타스는 창립 50돌을 맞아 더 많은 가난한 이에게 희망을 선포하는 여정에 나설 것을 다짐했다. 1975년 ‘인성회’로 시작된 한국 카리타스는 6월 18~20일 서울 명동 일대에서 설립 50주년 기념 미사와 행사를 거행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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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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