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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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성당 스케치] 로마의 르네상스 성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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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성당 스케치’의 기차가 종착역인 로마 테르미니역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고대의 로마를 품고 있는 현재의 로마는 르네상스 건축의 뿌리이면서 동시에 열매입니다. 도나토 브라만테(1444~1514)가 교황청의 수석 건축가로 임명되고 로마에 건축 공방을 설립하면서, 르네상스 건축은 전성기에 접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공헌 이전에 로마는 르네상스 건축의 근원인 인문주의와 고전주의의 본산지로서 이미 르네상스의 중심이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처음에 브루넬레스키가 피렌체에서 르네상스 건축을 펼칠 때도 그 원동력을 로마에서 얻어 간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르네상스 건축의 중심은 피렌체에서 로마로 옮겨지고 있습니다.



브라만테가 로마에 가기 전 밀라노에 머물던 시기에 그는 화가로 활동했는데, 그의 그림에는 기하학적 공간으로 구성된 건축물들이 배경으로 등장하였습니다. 이렇게 건축에 관심이 컸던 그는 밀라노에 전파된 브루넬레스키와 알베르티의 르네상스 건축 양식을 배우고 건축물 설계에 직접 참여하였습니다. 


그 결과물로 지금도 밀라노에 가면 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데, 앱스를 원근법으로 처리한 ‘산타 마리아 프레소 산 사티로 성당’과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있는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다가 프랑스 왕 루이 12세의 밀라노 공격으로 브라만테는 동경하던 로마로 오게 되었고, 그렇게 로마에 살면서 르네상스 건축의 꿈을 이루어갔습니다.


르네상스의 모태인 로마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가보게 되는 곳이 ‘바티칸 박물관’입니다. 박물관 입구에서 가까운 ‘피나코테카’에는 르네상스 시대와 바로크 시대의 미술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라파엘로 산치오(1483~1520)의 <그리스도의 거룩한 변모>를 중심으로 양옆의 <성모 마리아 대관식>과 <폴리뇨의 성모 마리아> 앞에 머물게 되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성 예로니모>와 카라바조의 <십자가에서 내림>도 좋은 묵상으로 이끌어 줍니다. 이어서 ‘라파엘로의 방’으로 가면 <아테네 학당>과 <성찬례 논쟁> 등의 프레스코화를 만날 수 있고, ‘시스티나 경당’에서는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1475~1564)의 <천지 창조>를 비롯한 일군의 천장화들과 제단화인 <최후의 심판>을 볼 수 있습니다.




바티칸 박물관을 나오면 성 베드로 대성당 파사드를 마주하게 됩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은 브라만테에서 시작하여 라파엘로와 안토니오 다 상갈로 일 조바네(1484~1546)를 거쳐 미켈란젤로에 의해서 중앙집중형 평면과 돔의 설계가 이루어졌고, 카를로 마데르노(1556~1629)에 의해서 옛 대성당의 평면과 결합하여 라틴 크로스의 바실리카 형태로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명실공히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중심인 교황청의 대성당이 되었습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의 파사드와 돔을 뒤로 하고 광장을 가로질러 나와 ‘콘칠리아치오네 길(via)’을 지나면 테베레강이 보이고, ‘빅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다리’를 건너면 ‘빅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거리(corso)’로 이어집니다. 그 강변에는 그야말로 르네상스 시대의 성당과 팔라초와 빌라들이 즐비한데, 먼저 만나는 성당이 브라만테의 ‘산티 첼소 에 줄리아노 성당’이고, 그 옆에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도서관’과 ‘조폐국’을 설계한 자코포 산소비노의 ‘팔라초 조반니 가디’가 있으며, 우측에 안토니오 다 상갈로 일 조바네가 설계하고 자코포 산소비노가 협력한 ‘산 조반니 데이 피오렌티니 성당’이 있습니다.




강변을 조금 더 따라가면 브라만테와 라파엘로가 설계하고 발다사레 페루치(1481~1536)가 완성한 ‘산텔리조 델리 오레피치 성당’이 나오고 안토니오 다 상갈로 일 조바네의 ‘팔라초 파르네세’가 그 자태를 드러내며, 강 건너에 페루치의 ‘빌라 파르네시나’가 보입니다. 


다시 빅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거리로 나오면 ‘팔라초 델라 칸첼레리아’가 있고, 맞은 편에 페루치의 마지막 작품인 ‘팔라초 마시모 알레 콜로네’가 곡면의 파사드를 자랑합니다. 거기서 나보나 광장을 가로지르면 브라만테가 로마에서 처음으로 지은 ‘산타 마리아 델라 파체 성당’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보나 광장의 동쪽에 안토니오 다 상갈로 일 조바네의 초기 작품인 ‘팔라초 발다시니’가 있습니다.


그렇게 동쪽으로 이동하면 베네치아 광장에서 포폴로 광장까지 직선으로 이어지는 ‘코르소 길(via)’이 나오는데, 그곳에 안토니오 다 상갈로 일 조바네가 설계하고 역시 산소비노가 마무리한 ‘산 마르첼로 알 코르소 성당’이 있습니다. 베네치아 광장으로 가기 전에 그 반대편인 포롤로 광장에 가면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이 있고, 그 안에 라파엘로가 설계한 ‘키지 경당’이 입구 왼편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 성당에는 카라바조의 <성 베드로의 십자가형>과 <성 바오로의 회심>이 순례자들을 반가이 맞이합니다. 라파엘로가 설계한 ‘빌라 마다마’는 로마 시내 북쪽에 있습니다.



이제 코르소 길을 되돌아 나오면 베네치아 광장을 만나고 그곳에 미켈란젤로가 살았던 집터를 알리는 표지석이 있습니다. 그리고 ‘빅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기념관’의 오른편으로 오르면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캄피돌리오 광장’이 있고, ‘팔라초 세나토리오’와 지금은 미술관으로 사용하는 ‘팔라초 데이 콘세르바토리’와 ‘팔라초 누오보’가 ‘ㄷ’자 형태로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베네치아 광장에서 ‘성모 마리아 대성당’으로 가는 길 우측에 ‘산 피에트로 인 빈콜리 성당’(일명 쇠사슬 성당)이 있는데, 그곳에는 미켈란젤로가 만든 율리오 2세 교황의 무덤과 함께 뿔 달린 <모세상>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 미켈란젤로의 작품으로 로마의 북동쪽 관문인 ‘포르타 피아’가 있습니다.


이제 다시 테베레 강변으로 나오면 고대 로마의 ‘헤라클레스 빅터 신전’을 볼 수 있는데, 브라만테는 그 신전에서 영감을 받아 지금은 자니콜로라고 불리는 몬토리오 언덕에 ‘브라만테의 템피에토’를 세웠습니다. 이는 그가 성 베드로 대성당의 설계를 하기 전인 로마 생활 초기에 ‘산타 마리아 델라 파체 성당’에 이어서 지은 ‘템피에토’(작은 신전)로, 이후 성 베드로 대성당 설계의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브라만테가 설계한 밀라노의 ‘산타 마리아 프레소 산 사티로 성당’을 순례하였을 때의 일입니다. 이 성당은 제단의 뒤편에 길이 있어서 앱스 공간을 제대로 만들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브라만테는 투시도법으로 앱스를 그려 넣어서 앱스가 있는 것처럼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이 성당 순례의 묘미는 눈에 보이는 앱스와 실제의 앱스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성당에 들어가 보니 제단에 접근이 허락되지 않아서 앱스 쪽을 바라보며 주변을 서성거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물건 정리를 하던 관리인이 그 모습을 보았는지 다가와서는 제단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차단줄을 열어주고 설명도 자세히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얘기를 나누다가 알바니아 출신이라는 말에 마더 테레사를 존경한다고 했더니, 성인께서는 항상 자신의 마음속에 계시다며 손으로 심장을 쓸어내렸습니다. 


설명을 다 듣고 가지고 있던 작은 선물을 드리며 “시뇨레, 감사합니다.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라는 인사에, 그는 손사래를 치며 “주님만이 시뇨레십니다”라면서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했습니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지만 그날 그에게서 받은 감동은 조금 지쳤던 순례길을 풍요롭게 해주었습니다. 한 해 동안의 <르네상스 성당 스케치> 지상(紙上) 여정도 신자들 마음에 따뜻하고 풍요로운 신앙 여정의 흔적으로 간직되기를 바랍니다.



글 _ 강한수 가롤로 신부(의정부교구 건축신학연구소 소장)


※ 그동안 ‘르네상스 성당 스케치’를 연재해 주신 강한수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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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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