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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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계획 안에 있는 인간사랑-몸 신학 교리] 선의 승리로 확신에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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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부 ‘그리스도교적 혼인’의 마지막 주제는, 성(性)과 거룩함의 가장 심오한 통합이라고 할 수 있는 토빗기에 따른 분석이다. 토빗기는 지나칠 만큼 표현이 절제되고 소박한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토빗기는 “사랑은 죽음처럼 강하고”(아가 8,6)가 어떤 것인지, 어떻게 죽음의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지를 토비야와 사라의 사랑을 통해 증거한다.


토비야와 사라의 혼인은 유배지에서 이방인의 풍습을 따르는 이스라엘 민족들에게 혼인에 관한 하느님의 계획을 다시 일깨운 중요한 내용이다. 교리서의 묵상 초점은 토비야와 사라가 어떻게 부부로 변화해 가는가에 맞춰져 있으며, 진리에 따라 ‘몸의 언어’를 읽는다면 그 언어는 교회 전례의 표현이 되고, 혼인 성사의 표징을 구성한다는 가르침이 담겨 있다.


토비야가 사라와 혼인하기 전 사라는 이미 7명의 남자와 혼인을 했고, 예비 신랑들은 첫날밤 신방에서 마귀의 작용에 의해 모두 죽는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토비야가 라파엘 천사의 권유로 사라와 혼인하려 했을 때, 그를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한 힘은 무엇일까? 사라 또한 지금까지 겪은 일과 그로 인해 퍼진 온갖 소문들, 아버지마저 신랑의 무덤을 파고 있는(토빗 8,9-12 참조) 상황 속에서 다시 혼인해야 한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두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들의 혼인은 첫 순간부터 삶과 죽음의 시험에 직면했다. 아가서의 ‘죽음처럼 강한 사랑’이 실제 시험의 성격으로 주어진 것이다. 삶과 죽음의 시험이, 결합된 자신들의 한계가 겪어야 하는 비참한 상황이 그들을 침묵하게 만들고 생명의 주관자에게 무릎 꿇고 기도하게 했다. 기쁨과 설렘에 젖어야 할 신랑 신부는 죽음의 위협을 기도로 견디어 내는 과정을 통해 죽음보다 강하고 깊은 사랑으로 성장했다.


일곱 남자가 부부 일치를 경험하는 첫날밤을 치르기도 전에 죽었다는 것은 남자가 남편이란 신분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마귀의 유혹에 자신을 빼앗겼음을 말한다. 마귀의 유혹이란 ‘한 몸’을 이루는 혼인의 거룩함 앞에서 인간의 탐욕이 자신의 배우자를 욕망의 대상으로, 또 존재가 아닌 소유로 바라보는, 사랑을 왜곡시켜 혼인을 거룩하지 못하게 하는 것들이다. 토비야도 이런 유혹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었을 것이다.


“부모가 방에서 나가 문을 닫자 토비야는 침상에서 일어나… “여보, 일어나구려. 우리 주님께 기도하며….””(토빗 8,4 참조) 첫날밤 신랑 신부가 누워 있는데도 부모가 있었다는 것은 떠나지 않았음을 말한다.(창세 2,24 참조) ‘한 몸’은 떠나야 함을 전제로 한다. 자녀 편에서는 부모로부터 떠나야 하고, 부모 편에서는 자녀를 보내야 한다. 서로 협력하는 부부관계로 성장 변화하는 능력은 이 ‘떠남’에 있고, 부모와 자녀의 관계보다 더 강할 때 성숙한 삶의 단계를 실현할 수 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그들의 기도(토빗 8,5-7 참조)를 ‘혼인 신경’이라 말한다. 개인 기도이지만 주관적이지 않고 보편적이다. 찬미와 감사의 기도가 선행하고, 간청의 기도로 이어진다. 인간 실존 자체가 지닌 진리의 심오함과 중대함이 충만한 객관화된 언어이며, 성과 거룩함의 가장 심오한 통합이 이루어진 기도다. 신앙을 가지고 신경을 바치는 것은 그리스도와 교회의 혼인적 일치의 ‘위대한 신비’ 안에 들어가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계획하신 ‘위대한 신비’에 따라 살 때, 혼인 결합 자체는 심오한 기도일 뿐만 아니라 생명과 사랑을 선물로 내어주신 하느님께 드리는 감사의 행위로서 성체적이다.



글 _ 김혜숙 막시마(그리스도 왕직 재속 선교사회)


※ 그동안 ‘하느님 계획 안에 있는 인간사랑 - 몸 신학 교리’를 집필해 주신 김혜숙 선교사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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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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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사탕2025. 12. 17

시편 88장 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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