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성금 전달식에서 성금을 받고 감사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최란주씨. 가톨릭평화신문DB
2013년 6월 30일자에 소개된 이옥수씨(왼쪽)는 독자들의 후원금으로 여관 생활을 청산하고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가톨릭평화신문DB
형태 없는 물이 각기 다른 모양의 그릇에 맞춰 담기듯, 본지 사랑나눔 기획 보도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에 후원자들이 보내준 관심과 기도, 성금도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삶에 꼭 맞게 스며들었다. 그렇게 쌓인 사랑의 무게가 200억 원에 이르렀다.
삶의 나락에서 버티는 이들에게 일어설 용기
남편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섯 살 아들과 집을 나온 한 어머니에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할 보증금이 되어 주었고, 두 아들이 아픈데 밀린 월세까지 감당해야 했던 미용사에게는 숨 돌릴 월세가 되어 주었다. 빚과 통증에 시달리며 폐지를 줍는 60대 남성에게는 다시 살아갈 희망을 건네는 손길이 돼주었다.
사랑은 커져서 국경도 넘었다.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걷지 못하던 네팔 소년에게는 의족이 되어 세상을 향해 다시 한 걸음 내딛게 했고, 빈곤의 대물림 속에서 어린 나이에 결혼해야 했던 라오스 소수민족 여학생들에게는 재봉틀이 되어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유증에 심한 아토피로 밤새 긁적이던 고려인 청년에겐 잃어버린 웃음을 돌려주었고, 시리아 내전 속 배고픔에 울던 영유아들에게는 따뜻한 우유로 전해졌다. 비가 새고 곰팡이가 피어오르던 낡은 수도원에는 새 지붕을 얹어 다시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모든 일이 본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가 맺은 사랑의 열매들이다.
이 모든 변화는 단순히 ‘돈’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다. 사랑이 해낸 일이다.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는 시대마다 드러나는 개인과 사회의 아픔에 동반했고,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마태 7,12)라는 복음 말씀을 본지를 통해 장장 25년간 실천해준 후원자들의 마음들이 기적을 만들어냈다. 삶에 불현듯 닥치는 질병, 화재, 사업부도, 이혼, 교통사고를 막아내지 못하고 삶의 나락에서 버티는 이들에게 다시 일어설 용기를 건넸다.
2022년 4월 당시 보도주간이었던 정수용 신부가 아버지에게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DB
코로나 19에도 꺾이지 않은 나눔 문화
후원자들이 보내준 사랑 담긴 성금은 보도된 대상자 이웃들에게 100 전달됐다. 성금 집계에 따르면, 사랑나눔 캠페인은 2003년 누적 성금 10억 원, 2010년 50억 원, 2018년 100억 원을 돌파했다. 100억 원 돌파는 2000년 캠페인 시작 이후 18년 만에 이룬 성과였다. 이후 더 빠른 7년 만인 2025년 누적 성금 200억 원을 넘기면서 나눔 규모가 두 배로 확대됐다.
연도별 성금액 역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보도 초기인 2000~2001년 약 4억 3818만 원으로 시작해 2004년까지 매년 4억 원대를 유지했다. 이후 2005~2009년에는 매년 5억 원대, 2010년부터는 6억 원대로 올라섰다.
2010년대 후반부터는 연간 8억~13억 원대 성금이 모이며 누적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2020년 이후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후원 참여는 오히려 증가해 2021년에는 13억 원이 넘는 성금이 답지하는 등 나눔 문화의 저력을 보여줬다. 25년 만에 한 해 평균 성금 규모가 약 세 배로 증가한 셈이다.
2007년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무기수 이 베드로씨가 재활작업장에서 5년 반 동안 모아 보내온 23만 원어치의 우표와 편지, 묵주. 가톨릭평화신문DB
조성신 복지기금, 무기수의 우표
암 투병을 하다 세상을 떠난 은행 지점장이었던 고 조성신씨가 자신처럼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써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2007년 11월 유가족이 본사에 찾아와 3억 원을 기탁, 본사는 이 성금을 바탕으로 ‘조성신 복지기금’을 설립해 지금까지 이자 수익금을 꾸준히 어려운 이웃에게 추가로 전달하고 있다.
2007년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무기수 이 베드로씨가 재활작업장에서 5년 반 동안 모은 23만 원어치의 우표를 보내왔다. 본사는 이 우표를 독자 경매에 부쳤고, 수원교구 왕림본당이 액면가의 52배인 1200여만 원에 낙찰받았다. 본당은 낙찰대금 전액을 무기수의 뜻에 따라 중풍으로 쓰러져 홀로 어린 아들을 돌보던 이옥순씨에게 통 큰 기부를 했다.
후원자들이 전한 마음은 성금에만 그치지 않았다. 주소를 수소문해 반찬과 의류·생필품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고, 가톨릭평화신문 미주지사에서 보내오는 성금 또한 국내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25년 동안 이어진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코너에는 도움을 청한 이들과 손길을 보탠 후원자들의 이야기가 켜켜이 미담으로 쌓였다. 본당과 지역 사회, 사회복지 현장을 누비는 빈첸시오회 회원과 본당 사회사목분과 회원 등은 어려운 이웃을 발굴하고 찾아내 주는 후견인들이다. 사랑의 그물망은 촘촘하고 넓게 펼쳐져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는 든든한 지지대가 돼줬다.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코너 대상자를 추천하려면 주거 상황과 경제적 생활 여건 등을 기록한 추천서를 가톨릭평화신문 공용 이메일(pbcpeace@hanmail.net)로 보내면 된다. 추천서는 교회 기관·단체장 또는 성직자·수도자가 후견인으로 서명한 것이어야 한다. 문의: 02-2270-2503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누적 성금 200억
제140차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성금전달식 참석자들이 12일 서울 cpbc 본사 성당에서 누적 성금 200억 돌파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누적 성금 200억 원 돌파를 기념하는 성금전달식이 12일 서울 중구 cpbc 본사 성당에서 거행됐다.
이날 제140차 성금 전달식에는 본지 1830호(10월 19일 자)부터 1836호(11월 30일 자)에 사연이 실린 7명에게 1억 6403만 749원이 전달되면서 처음 특집 기사로 시작했던 608호(2000년 12월 24일자)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이후 25년 만에 누적 성금 200억을 돌파해 사연이 소개된 이웃에게 총 200억 5120만 6553원을 전달한 뜻깊은 경사를 맞았다.
이날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누적 성금 200억 돌파 기념미사로 함께 봉헌됐다. cpbc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 사장 조정래 신부가 주례하고, cpbc 주간 조승현 신부와, 나눔 보도로 꾸준히 인연을 맺어오고 있는 한국희망재단 이사장 서북원(수원교구 상현동본당 주임) 신부, 이주노동자지원센터 김포이웃살이 의료·복지 담당 오현철(예수회) 신부, 교황청재단 가톨릭 사목 원조기구 고통받는 교회 돕기 ACN 한국지부장 박기석 신부가 공동집전했다.
이날 독자들의 사랑을 전달받은 이들도 성금 200억 원 돌파를 함께 놀라워하며, 도움을 받게 된 데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1830호(10월 19일자)에 사연이 소개된 박선옥(레아, 60)씨는 “많은 분의 도움을 기억하면서 앞으로도 힘을 내겠다”고 말했다.
1833호(11월 9일자) 신문을 통해 골육종으로 한쪽 다리를 잘라낸 후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알타나이양도 함께 자리했다. 후견인 오현철 신부는 “독자들이 보내준 성금으로 알타나이양이 세상을 향해 나아갈 ‘새 신발’을 전해주겠다”고 밝혔다.
ACN 한국지부장 박기석 신부는 “전 세계 어려운 교회를 돕는 저희 사연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해주신 분들 덕분에 박해받는 그리스도인들이 힘을 얻어 다시 무너진 교회를 짓고 있다”고 전했다.
cpbc 사장 조정래 신부는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코너를 통해 앞으로도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려는 아름다운 마음이 잘 전해지길 희망한다”고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