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눌수록 커지는 사랑으로 기적을”
2024년 12월 8일부터 2025년 11월 30일까지 본지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에 소개된 사연은 총 18건. 독자들에게 나눔의 기적을 청하며 소개된 사연에는 독자들의 십시일반 정성이 쌓이고 쌓여 희망이 됐다. 현재 모금이 진행 중인 베트남 이주노동자 응웬 티 트엉 씨 사연(11월 30일자)을 포함해 독자들이 보내주신 성금은 총 7억8145만5615원에 이른다. 1년간 이뤄진 독자들의 사랑 나눔은 우리 사회 그늘진 곳에서 절망 속에 살아가던 이들에게 생명의 숨을 불어넣었고, 단절된 일상을 다시 잇는 버팀목이 됐다. 나눌수록 커진 사랑의 힘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삶의 문턱에 선 아기들…부모에게 찾아온 기적
독자들이 함께 모은 정성은 생애 가장 이른 시기에 삶의 위기를 마주한 아기들에게 새로운 출발을 선사했다.
태국 출신 파닛(37) 씨 부부의 미숙아(2024년 12월 8일자)와, 베트남 출신 누엔타홍다오(35) 씨의 아기 누엔득만 군(1월 19일자)은 각종 합병증을 이겨내고 여느 아이들처럼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초극소 저체중아로 태어난 몽골인 아기 재원이(4월 13일자)는 심장 판막 이상 진단을 받았으나 자연적으로 막히며 현재 수술 없이 건강한 상태다. “일반 아이들보다 더 잘 성장하고 있다”는 의사 소견이 있었다. 임신중독증으로 고통받았던 재원이 엄마 하즈드마(28) 씨도 꾸준한 진료로 회복 중이다.
홀로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겪던 이웃들도 힘을 얻었다. 조현병과 심각한 기저 질환을 앓음에도 사실상 무국적 상태로 공공복지 혜택과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던 유채운(마르티모)·교영의 씨(2월 9일자)는 생활에 안정을 되찾았다. 두 사람을 보호하는 노숙인 요양시설 서울특별시립 은평의마을 관계자는 “후원자들의 사랑은 벼랑 끝에 서 있던 분들께 ‘다시 살아도 되겠다’는 희망을 심어주셨다”고 감사를 표했다.
고아 지적장애인 한현식(아우구스티노·46·인천교구 부천 소사본당) 씨(3월 2일자)는 4월과 8월 만성 치주염과 골격성 부정교합 수술을 받은 뒤 꾸준히 치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대장암과 위암 합병증으로 고통을 겪던 김기완 씨(10월 19일자)는 성금으로 부채를 일부 청산하고, 형편상 미뤄뒀던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김 씨는 “외식 한번 함께 못했던 아들과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다”며 “병이 더 나으면 다른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을 주는 삶을 살겠다”고 전했다.
산업 재해와 간세포암종으로 투병하던 이주노동자 오마르(가명·53) 씨(11월 9일자)도 항암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건강을 되찾는 대로 가족들을 위해 다시 일터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절망 끝에서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온 가족이 지적장애로 생활고를 겪는 중 화재 피해를 본 공충구 씨 가족(1월 1일자)은 보금자리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 공 씨 가족을 돕는 수원교구 평택 안중본당 아산만구역 이남원(베로니카) 구역장은 “이들이 여전히 장애 연금으로 근근이 생활해 당장 집을 구할 수는 없지만,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뇌출혈 수술 치료비를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던 베트남인 보반또안 씨(3월 23일자)는 수술 부위에 통증이 여전히 남아있다. 그럼에도 간간이 식당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도움이 없었다면 고향의 가족들이 더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박준채(베드로·58) 씨와 그의 지체 장애 가족들(5월 4일자)도 희망을 향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아내 공춘심 씨는 여전히 거동이 불편하지만 배변·배뇨 관리가 안정됐고, 막내아들 박종대(요한·22) 씨는 장애인보호작업장과 음악학원을 오가며 유튜버 활동도 계속하고 있다.
미용실 천장을 뜯어 만든 한 평 남짓한 방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만성질환에 힘겨워했던 한성민(가명·51) 씨(6월 15일자)는 여전히 새벽 배달과 미용 일을 병행하고 있지만, 성금 덕분에 올해 10월 방 두 칸짜리 집으로 이사했다. 그는 “누군가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견디는 데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해외에서 상세 불명 뇌내출혈로 반신불수가 돼 귀국한 신현주(52) 씨(9월 7일자)는 수술을 마치고 요양병원에서 재활 중이다. 출퇴근하며 언니를 돌보고 있는 여동생 신선민(51) 씨는 “독자들의 사랑과 기도로 수술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잠시라도 쉬어갈 ‘그늘’이 되어 준 나눔
회복이 쉽지 않은 병마와 싸우면서도 독자들의 성금 덕분에 잠시 숨을 고르고 희망을 찾은 이들도 있다.
혈소판 감소증과 대장암을 앓던 한혜정(미카엘라·61·청주교구 대소본당) 씨(5월 25일자)는 약 부작용으로 부종이 심해 비장 절제 수술을 고민하고 있다. 한 씨는 “그래도 전보다 건강해져 다시 주일미사에 참례할 수 있게 됐고, 모두의 기도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희귀 난치성 뇌전증과 합병증으로 위기를 반복해 온 임태양(14) 군(7월 27일자)은 보도 후 급한 고비는 넘겼지만, 간의 섬유화가 진행되고 있어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뇌와 심장에 이상이 있던 아버지 임지민(마르치아노) 씨도 건강이 악화돼 검사를 앞두고 있다. 임 군의 어머니 권윤혜(38) 씨는 “우선 태양이에게 시작한 약물 치료가 효과가 있기를 바랄 뿐”이라며 “그래도 우리 가족이 잠시나마 기대어 쉴 수 있게 해주신 모든 분의 사랑을 기억하겠다”며 눈물 흘렸다.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김대건(대건 안드레아·40) 씨(9월 28일자)는 전세 자금을 해결해 안정된 거처를 마련했지만, 두 번째 골수 이식 이후 재발 소식을 전해왔다. 추가 이식이나 고강도 항암 치료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김 씨는 “가장 큰 걱정이던 집 문제를 덜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기적을 바라며 받은 사랑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반신 장애 극복에도 불의의 암으로 고통받은 이용우 씨(7월 6일자)는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상태가 갑자기 악화돼 안타깝게도 7월 10일 선종했다. 딸 이아영 씨는 “아버지를 위해 독자 여러분께서 너무도 많은 기도와 도움을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며 “생전 성실하게 삶을 살아오신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남은 가족들이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