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희망의 순례자들’ 주제 희년과 함께 전 세계 교회가 기도와 나눔, 쇄신의 여정을 걸어간 해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과 레오 14세 교황의 즉위는 시대의 큰 전환점이 되었고, 교회는 변화 속에서도 정의와 평화, 생명과 연대를 향한 사명을 흔들림 없이 이어갔다. 희년을 기념한 다양한 사목 행사와 함께, 교황청은 여성의 교회 참여, 인공지능 활용, 생명 수호와 교리 정립 등 오늘의 신앙이 직면한 물음에 응답하며, 하느님 백성 모두가 함께 걷는 교회의 길을 새롭게 밝혀갔다.
■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소박했던 작별 인사
프란치스코 교황은 호흡기 질환으로 2월 14일 로마 제멜리병원에 입원해 몇 차례 고비를 넘긴 끝에 3월 23일 퇴원했다. 이후 병세가 호전되는 듯했고 4월 20일 주님 부활 대축일에는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중앙 발코니에서 부활 담화를 발표했다. 하지만 다음 날인 4월 21일 오전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향년 88세로 선종했다. 장례미사는 4월 26일 오전 10시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됐다. 장례미사와 안장 예식은 ‘Franciscus’라는 이름만 새겨 로마 성모대성당에 묻어 달라고 밝힌 유언에 따라 검소하게 치러졌다.
■ 레오 14세 교황 선출…가난한 이 향한 깊은 관심
5월 8일 교황청 시스티나경당에서 열린 콘클라베 네 번째 투표를 통해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출신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새 교황으로 선출됐다. 같은 날 오후 7시경 성 베드로 대성당 중앙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낸 레오 14세 교황은 첫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 로마와 온 세계에)’ 강복을 하며 전 세계에 그리스도의 평화를 빌었다.
레오 14세 교황은 정의와 평화를 추구했던 레오 13세 교황 그리고 시노드적인 교회를 포용하고 가난한 이들과 환경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였던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의 노선을 존중하면서도 전임자들과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월 9일 발표한 첫 권고 「내가 너를 사랑하였다(Dilexi te)」에서 가난한 이들에 대한 깊은 관심을 드러냈고, 즉위 후 첫 해외 사목방문으로 11월 27일부터 12월 2일까지 튀르키예와 레바논을 찾아 니케아공의회 개최 1700주년을 기념하며 교회일치 정신을 강조했다.
■ 다양한 ‘희망의 순례자’와 함께한 희년
‘희망의 순례자들’ 주제 희년 동안 보편교회와 지역교회는 다양한 계층을 위한 희년 행사를 마련했다. 7월 28일에는 전 세계 젊은이 50만 명이 로마에 모여 ‘젊은이들의 희년’에 참여했고, 11월 16일에는 성 베드로 광장에서 ‘가난한 이들의 희년’ 미사가 봉헌됐다. 11월 14일에는 무료 자선병원인 ‘성 마르티노 병원’이 개원했다. 이 밖에도 부제들을 위한 희년(2월 23일), 지체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을 위한 희년(4월 29일), 예술인과 문화세계를 위한 희년(12월 16일) 등 다양한 행사가 이어졌다.
■ 고통받는 세계 위한 연대와 기도
세계 곳곳에서 분쟁과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교회는 약자들과 연대하며 평화를 위한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교황은 6월 14일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상호 절제와 평화적 대화를 촉구했고, 7월 17일에는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유일한 가톨릭 성당인 성가정성당이 피해를 입자 즉각적인 전쟁 중단과 대화를 요청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넘게 계속되는 가운데, 교황청은 양국에 군사행동 중단과 평화 협상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미국 주교회의는 11월 12일 볼티모어에서 열린 추계 정기총회에서 ‘이민자에 관한 특별 사목서한’을 승인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이 교회의 사목적 지원과 자선 활동, 종교의 자유에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구원 주체’…명확한 교회 입장 천명
개별교회의 사목활동과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길잡이가 될 주요 문헌도 발표됐다.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11월 4일 공지 「충실한 백성의 어머니(Mater Populi Fidelis)」를 통해 성모 마리아를 ‘공동구속자(Co-redemptrix)’로 보는 해석을 공식 부인하고, 예수 그리스도만이 구원의 유일한 주체임을 재확인했다.
또한 교황의 지시로 구성된 ‘여성 부제직에 관한 연구위원회’는 12월 4일 종합보고서를 발표해 여성 부제 서품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여성들이 교회 안 다른 분야에서 더 넓게 참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교황청은 인공지능(AI)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활용할 것을 꾸준히 제안했다. 교황은 12월 5일 AI 관련 학술회의 참석자들과 만나 “인간은 능동적 주체로서 인공지능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청 문화교육부 문화부서 차관 폴 티거 주교는 8월 23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유럽가톨릭신학회’ 총회에서 “AI는 만능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교황청립 과학원 역시 3월 20일 기자회견에서 “AI를 선용하기 위한 안전 대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 계속되는 생명 존중과 수호 활동
생명 존중과 수호를 위한 활동도 지속됐다. 교황청 국무원 외무장관 폴 리처드 갤러거 대주교는 9월 23일 유엔에서 “낙태는 여성 권익 증진 수단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으며, 미국의 생명운동 단체들도 낙태 지원 예산 철회에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 웨스트민스터대교구장 빈센트 니콜스 추기경은 4월 6일 의사 조력 자살 합법화 법안에 반대하는 사목서한을 발표했고, 사형 집행 건수가 증가하는 미국에서는 교회 단체를 포함한 50여 개 단체가 12월 3일 ‘미국 사형 폐지를 위한 캠페인’을 조직해 공동 대응에 나섰다.
■ 새 성인들과 첫 여성 장관 탄생
신앙의 모범이 된 성인들도 탄생했다. 밀레니얼 세대 첫 성인으로 시성 전부터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1991~2006)와 피에르 조르조 프라사티(1901~1925)의 시성식이 9월 7일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렸고, 10월 19일에는 ‘아마존 밀림의 선교사’ 마리아 트롱카티 수녀(살레시오회, 1883~1969) 등 복자 7명이 성인품에 올랐다.
또한 교황청 역사상 첫 여성 장관도 탄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월 6일, 이탈리아 출신의 시모나 브람빌라 수녀(꼰솔라따 선교 수녀회)를 축성생활회와 사도생활단부(수도회부) 장관에 임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