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종교구장 서상범(티토) 주교는 2025년 주님 성탄 대축일을 맞아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루카 2,14) 제목의 메시지를 발표했다.
서상범 주교는 “우리나라 영토, 영해, 영공은 물론 해외 파병지에서도 각자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모든 장병들에게 성탄 인사를 전한다”며 “성가정의 원형인 예수, 마리아, 요셉 가정이 수많은 불행한 사건에도 불구하고 성가정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언제나 하느님을 중심에 모시고 그분의 부르심에 충실히 응답하며 살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 주교는 이어 “우리도 언제나 하느님을 가운데에 모시고 의지하며 살아갈 때, 어떤 풍파와 시련이 닥치더라도 하느님만이 주실 수 있는 참 행복 안에서 평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음을 기억하자”며 교구가 2026년 ‘작은 가정교회를 이루는 혼인성사의 해’ 여정을 걷기로 한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서 주교는 마지막으로 “다사다난했던 1년 간 국토방위의 임무에 충실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헌신한 장병 여러분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 이 밤 구유 앞에서 아기 예수님 탄생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며 “세상을 비추는 참빛이신 예수님을 따라, 그분께서 보여 주신 겸손과 사랑의 삶을 우리의 일상에서 오롯이 살아가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메시지 전문.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루카 2,14)
사랑하는 군종교구민 여러분, 그리고 우리나라 영토, 영해, 영공은 물론 해외 파병지에서도 각자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모든 장병들에게 성탄 인사를 전합니다. 고요하고 거룩한 이 밤,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세상 한가운데에,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찾아오셨습니다. 이 역설적인 사건은 당신의 모습대로 창조하신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신 하느님의 큰 신비입니다.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이사 9,1)
성탄 대축일 밤 미사의 복음에는 예수님의 탄생 소식을 처음 들었던 이들이 등장합니다. 들에 살면서 밤에도 양 떼를 지키는 목자들이었습니다. 구세주 탄생이라는 놀라운 소식을 제일 먼저 들은 이들이 성전의 사제들도 아니고, 유명한 예언자나 율법교사도 아닌, 이름도 모르는 목자들이라는 점에서 하느님 사랑의 보편성을 떠올려 봅니다. ‘보편적’이란 말은 우리 천주교의 본래 이름, 가톨릭(catholic)의 뜻이기도 합니다. 사람을 그 무엇으로도 차별하지 않고 존재 자체로 소중하게 대하며 사랑하는 것은 가톨릭의 근본정신이며, 아울러 이는 오늘날에도 모든 이들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덕목이기도 합니다.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루카 2,10)
목자들은 놀라운 소식을 듣고 두려워했지만 그 두려움은 곧 기쁨이 되었고, 자신들이 듣고 본 모든 것에 대해 하느님을 찬양하고 찬미하며 돌아갔습니다.(루카 2,20 참고) 그런데 구세주의 탄생이 모두에게 기쁨이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을 경쟁자의 등장으로 착각한 헤로데는 탄생 소식을 들었을 때 깜짝 놀란 것은 물론, 심지어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를 모조리 죽이는 큰 잘못을 저지릅니다.(마태 2장 참고) 헤로데가 이런 행동을 한 이유는 예수님의 탄생을 왕권에 대한 위협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고 거룩한 것이 있더라도 내 안에 욕심이 가득하다면 결코 온전히 내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성탄이 나에게 진정 큰 기쁨이 되려면 내 욕심을 내려놓고, 겸손한 마음으로 아기 예수님을 맞아야 합니다. 우리는 4주간의 대림 시기 동안 고해성사 및 자선 실천 등으로 성탄을 성실히 준비했으니, 이제는 성탄의 기쁨을 가정과 군에서, 사랑과 평화를 담은 말과 행동으로 나누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작은 가정교회’를 이루는 혼인성사의 해”
2026년 우리 군종교구는 혼인성사의 신비를 묵상하는 여정을 걷습니다. 혼인성사를 통해 한 남자와 한 여자는 둘이 한 몸이 되고 성가정으로 거듭납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성가정의 원형은 예수, 마리아, 요셉의 가정입니다. 예수님과 마리아, 요셉이 이루셨던 가정은 어떤 면에서는 불행한 조건들을 참 많이 지니고 있었습니다. 마리아는 요셉과 결혼하기 전에 예수님을 잉태하였고, 그 아기가 태어난 뒤에는 머물 곳이 마땅하지 않아 구유에 눕혀야 했으며, 헤로데를 피해 이집트로 피신하기도 했을 뿐만 아니라, 마침내는 아들의 십자가의 죽음을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이토록 수많은 불행한 사건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 가정이 성가정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언제나 하느님을 중심에 모시고 그분의 부르심에 충실히 응답하며 살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언제나 하느님을 가운데에 모시고 의지하며 살아갈 때, 어떤 풍파와 시련이 닥치더라도 하느님만이 주실 수 있는 참 행복 안에서 평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음을 기억합시다.
사랑하는 군종교구민과 국군장병 여러분!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지난 1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와중에도 국토방위의 임무에 충실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헌신한 장병 여러분이 있었기에 오늘 이 밤 구유 앞에서 아기 예수님 탄생의 기쁨을 누리고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비추는 참빛이신 예수님을 따라, 그분께서 보여 주신 겸손과 사랑의 삶을 우리의 일상에서 오롯이 살아가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아기 예수님의 은총이 가정과 부대에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2025년 주님 성탄 대축일에
천주교 군종교구장 서상범 티토 주교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