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부교구장 손희송(베네딕토) 주교는 2025년 주님 성탄 대축일을 맞아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 제목의 메시지를 발표했다.
손희송 주교는 “예수님은 우리 구원을 위해 큰 뜻을 품고 오셔서 짐승이 사는 마구간도 마다하지 않으셨다”며 “탐욕과 미움, 낙담과 절망과 같은 감정과 생각들로 자주 얼룩지고 더러워져 마구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우리 마음에도 예수님은 기꺼이 오신다”고 말했다.
손 주교는 이어 “예수님이 구유에 눕혀지셨다는 것은 그분이 ‘먹히러 오신 존재’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며 “예수님은 생명의 빵으로서 우리를 위해 자신을 온전해 내어주시고, 당신 말씀으로, 당신의 몸인 성체로 우리를 영적으로 양육하고 길러주신다”고 설명했다. 또 “예수님을 마음에 모신 사람은 그분 말씀과 성체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과 위로, 용기와 희망을 얻는다”고 덧붙였다.
손 주교는 마지막으로 “우리가 예수님을 마음에 모시고 살면,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홀로 내버려두지 않으시고, 우리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이 마음 안에 깊이 뿌리 내리게 될 것”이라며 “진정한 성탄은 예수님께서 내 마음 안에 태어나시는 날, 예수님께서 내 마음에 오셔서 내 마음의 주인이 되시는 날에 이뤄진다”고 했다.
다음은 메시지 전문.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요한 1,14)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그리고 사제, 수도자 여러분!
올해도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그분이 주시는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가득하기를 빕니다. 무엇보다도 어렵고 힘겹게 사는 이들, 고통과 환난 중에 있는 이들에게 그분 친히 위로와 힘이 되어주시고 희망의 빛을 비춰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하느님은 한결같은 사랑으로 우리 곁을 지켜주시는 분입니다. 그분은 좀 더 우리 가까이 계시고자 당신의 아드님을 세상에 보내셨습니다.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아드님은 우리 가운데 사시면서 우리를 구원의 길로 인도해 주십니다. 그래서 요한복음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
● 예수님은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인간 구원이라는 큰 뜻을 품고 세상에 오셨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고, 그분의 백성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습니다’(요한 1,10-11 참조). 그래서 예수님은 사람이 사는 집을 찾지 못해 짐승이 사는 마구간에서 태어나셨습니다. 마구간은 어두컴컴하고 짐승들의 오물로 더럽혀진 곳입니다. 예수님은 우리 구원을 위해 그런 어둡고 더러운 곳도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우리 마음도 마구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탐욕과 미움, 낙담과 절망과 같은 감정과 생각들로 자주 우리 마음이 얼룩지고 더러워지기 때문입니다.
이천 년 전에 마구간에서 태어나셨던 예수님은 마구간과 같은 우리 마음에도 기꺼이 오십니다. 어둠을 밝혀주시고 더러움을 씻어주시고자 오시는 것입니다. 그분은 우리 마음의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묵시 3,20) 계십니다. 그분께 우리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드리도록 합시다. 그분이 우리 마음 안에 들어오셔서 당신 은총의 빛으로 어두운 감정과 생각을 몰아내시고 희망과 용기 그리고 이해와 포용이 자리 잡게 해주시기를 청합시다.
● 예수님은 마구간에 태어나시어 구유에 눕혀지셨습니다. 구유는 소와 말 같은 짐승의 먹이통입니다. 예수님이 구유에 눕혀지셨다는 것은 그분이 ‘먹히러 오신 존재’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예수님은 생명의 빵으로서 우리를 위해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십니다. 그분은 당신 말씀으로, 당신의 몸인 성체로 우리를 영적으로 양육하고 길러주십니다.
예수님을 마음에 모신 사람은 그분 말씀과 성체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과 위로, 용기와 희망을 얻습니다. 또한 그런 사람은 이웃을 위해 자신을 쪼개줄 줄 압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당신에게 많은 걸 받았음을 깨닫고 감사하면서 가진 바를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도록 이끌어주시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내어주시어, 선행에 열성을 기울이는 당신 소유의 백성이 되게 하셨습니다”(티토 2,14). 우리가 선행에 열성을 기울여서 빵을 쪼개는 일을 부지런히 한다면, 세상에는 다툼이 차차 잦아들고 평화와 기쁨이 서서히 들어서게 될 것입니다.
● 예수님은 사람이 사는 집을 찾지 못해 짐승이 사는 마구간에서 태어나 구유에 눕혀지셨습니다. 세상 한구석 외진 곳에서,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외톨이’처럼 태어나신 것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당신 아드님을 홀로 내버려두지 않으셨습니다. 베들레헴 하늘에서는 수많은 천사가 나타나 그분의 탄생을 알리면서 찬미의 노래를 불렀고, 들판에서 양 떼를 지키던 목자들이 천사의 전갈을 받고 예수님을 찾아와 경배하였습니다(루카 1,8-20 참조).
우리도 예수님을 마음에 모시고 살면,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홀로 내버려두지 않으십니다. 예수님이 그러셨듯이 하느님을 생각과 삶의 중심에 두고 그분의 뜻을 실천하고자 노력한다면, 우리에게도 하느님의 위로와 기쁨을 전해주는 천사들이 나타나고, 마음과 힘을 보태주는 목동들이 찾아올 것입니다. 예수님을 구세주로 믿고 따르는 신앙인은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예수님을 우리 마음 안에 모시고 살면, 자신이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이 마음 안에 깊이 뿌리 내리게 될 것입니다.
‘베들레헴에서 예수님이 수백 번 수천 번 거듭 태어나셔도 내 마음에 태어나시지 않으면, 성탄이 왔다고 할 수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진정한 성탄절은 달력에 ‘성탄절’이라고 적힌 날이 아닙니다. 진정한 성탄은 예수님께서 내 마음 안에 태어나시는 날, 예수님께서 내 마음에 오셔서 내 마음의 주인이 되시는 날에 이루어집니다.
바로 오늘이 여러분 모두에게 진정한 성탄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안에 오신 구세주 예수님의 은총으로 우리가 변화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래서 우리를 통해 그분의 빛과 사랑이 우리 가정에, 이웃에게, 세상에 퍼져나가기를 기원합니다.
2025년 주님 성탄 대축일에
천주교 의정부교구장 손희송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