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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주님 성탄 대축일 사목 서한] 제주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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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는 ‘아기 예수님과 함께하는 성탄’ 제목의 주님 성탄 대축일 사목 서한을 발표하고, “제주 사회가 기후 위기와 개발 갈등이라는 과제 앞에 선 지금, 성탄은 생명을 품고 공동선을 선택하도록 부르는 빛”이라고 밝혔다.

 

 

“성탄은 하느님께서 아기 예수로 오시어 인간의 삶과 고통, 외로움 속에 함께하신 사건이며, 세상이 새롭게 될 수 있다는 희망의 선언”이라고 전한 문 주교는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선언은 고립이나 무관심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연대의 영성으로 우리를 이끈다”고 역설했다. 

 

 

또 “아기 예수님께서 누우셨던 말구유는 단순한 가난의 표징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고 품는 공간이 무엇인가를 묻는 자리이기도 하다”면서 “그래서 하느님의 창조를 보존하고, 제주의 생태적 정체성을 지키며,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터전을 물려주기 위한 판단과 선택들이 이 성탄 안에서 새롭게 다듬어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주교는 “예수님의 탄생은 지친 이들, 가난과 소외 속에 있는 이들에게 새로운 시작과 용기를 준다”고 강조하고 특히 “올해의 사회적 혼란 속에서도 진실과 정의가 드러났듯,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시며 우리를 보호하신다”고 말했다. 이어 “AI 시대의 불안과 고독 속에서 성탄은 기술이 줄 수 없는 사랑과 연대, 임마누엘의 의미를 다시 일깨운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사목 서한 전문.

 

 


아기 예수님과 함께하는 성탄

주님의 거룩한 성탄 대축일을 축하드립니다. 성탄절은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오신 복되고도 기쁜 날입니다. 그분이 사람이 되신 것은 우리와 함께 하시고, 죄 외에는 우리가 체험하는 모든 것을 당신 친히 체험하시기 위해서입니다. 진정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것은 만물이 자기 멋대로 돌아가는 것을 내버려두지 않으시고 몸소 새로운 역사의 길로 이끌어 가신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인간이 자기 지식이나 빈약한 자기 경험에 근거해서 자기 생각대로 살도록 버려두지 않으셨다는 뜻입니다. 

결국 주님의 탄생은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새롭게 될 수 있으며 이제까지 있었던 것과는 아주 다르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주님의 탄생은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이며 새로운 탄생입니다. 한 아기의 탄생은 지쳐버린 우리 삶에 대한 하나의 반향이고 도전입니다. 희망이 없어 보이는 생활 속에 지쳐버린 분들, 일어설 수 없는 가난의 구렁텅이에서 고생하시는 모든 분들, 무자비한 경쟁사회로부터 소외되어 버린 모든 분들에게 주님의 성탄이 새로운 도전의 기회와 축복받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참으로 예수님은 우리 가운데 계신 우리의 도움이시고 하느님 희망을 인간에게 전해주는 분이십니다.

우리는 올해 초부터 계엄과 탄핵, 대선 등 여러 사건을 통하여 분명히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고, 하느님의 위대하심을 체험했습니다. 한동안 우리는 막막한 어둠을 느낀 때가 있었지만, 어둠이 빛을 이길 순 없었습니다. 언제나 진실은 밝혀지고 정의는 승리하는 법입니다. 하느님은 진실하신 분이시며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를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우리 곁에 계시면서 우리가 어려움에 처할 때 감싸주시고 위험에서 우리를 보호해 주시는 고마운 분이십니다.

최근 우리 시대는 AI(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 속에서 인간은 전에 없던 편리함을 누리는 동시에 미래를 알 수 없는 불안 또한 경험하고 있습니다. AI가 발전할수록 우리는 더 많은 정보를 얻지만, 더 깊은 고독의 질문을 떠올리게 됩니다. 나는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가? 나는 어떤 관계 안에서 존재하는가? 누가 나를 사랑하며, 나는 누구를 사랑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들을 계속 던지다 보면 마침내 하느님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질문들은 우리를 성탄의 신비로 이끕니다. 베들레헴의 마구간으로, 우리를 향해 내려오신 하느님의 사랑으로 이끕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갈망에 더 높은 능력이나 기술로 응답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은 한 아기, 연약하고 작은 존재로 오셨습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과 같습니다. “나는 네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를 보러 오지 않았다. 너와 함께 있고, 너를 사랑하기 위해 왔다.” 

AI는 인간의 말을 흉내 낼 수 있지만 우리의 상처를 함께 아파할 수는 없습니다. 데이터를 분석할 수는 있지만 희망을 주거나, 용서하거나, 죽음의 어둠 속에서 손을 잡아 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성탄은 하느님께서 인간의 외로움과 두려움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오신 사건, 즉 임마누엘,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심”의 선언입니다.

지금 제주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기후 위기, 개발 압력,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 등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무거운 숙제를 앞에 놓고 있습니다. 우리의 선택은 제주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성탄의 빛은 우리에게 새로운 시야를 열어줍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선언은 고립이나 무관심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연대의 영성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아기 예수님께서 누우셨던 말구유는 단순한 가난의 표징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고 품는 공간이 무엇인가를 묻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창조를 보존하고, 제주의 생태적 정체성을 지키며,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터전을 물려주기 위한 판단과 선택들이 이 성탄 안에서 새롭게 다듬어지기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께서는 가장 작은 아기의 모습으로 세상에 평화와 새로움을 가져오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주 사회에 주시는 성탄의 은총은 평화 공동체를 향한 우리의 발걸음을 굳건하게 하고, 모든 생명을 품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줄 것입니다. 

오늘도 임마누엘의 주님께서 여러분의 마음에 평화, 가정에는 사랑과 화목, 제주 공동체에는 치유와 희망을 가득히 채워 주시기를 진심으로 기도드립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우리와 함께하시고 우리 모두가 하느님과 함께하는 성탄이 되기를 기원하면서 여러분 한 분 한 분에게 주님의 축복을 보냅니다. 주님 성탄의 기쁨이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기를 빕니다.

2025년 성탄절에

천주교 제주교구 감목 문창우 비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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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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