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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주님 성탄 대축일 메시지] 대전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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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구장 김종수(아우구스티노) 주교는 2025년 주님 성탄 대축일을 맞아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루카 2,10)라는 제목의 메시지를 발표하고, 순교선열들 그리고 마리아와 요셉처럼 겸손한 사람이 되어 서로 사랑할 것을 당부했다.

 

 

김 주교는 “순교자들은 평범한 사람들이었지만 구원의 신비를 알아채고, 지상에서의 생명이 소중하지만 하느님 안에서 아주 작은 것이라는 것도 알게 돼 순교의 길을 갈 수 있었다”며 “하느님의 신비를 알아듣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것은 마리아와 요셉이 먼저 가셨던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모두 순교선열들처럼 그리고 마리아와 요셉처럼 겸손한 사람이 되길 기도한다”며 “겸손한 사람은 하느님의 신비를 만나면 처음 당황하고 두려워하지만, 그 깊이를 알아채고 받아들일 줄 안다”고 설명했다.

 

 

또한 겸손한 마음으로 이웃들을 존중하고 사랑할 것을 요청하며,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향한 기대를 표했다. 김 주교는 “누군가를 사랑하면, 사랑받는 그는 자신 안에 품고 있는 하느님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다”며 “서울 WYD에 우리를 찾아오는 전 세계의 젊은이들도 각자 자신의 하느님 체험과 신비를 품고 올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메시지 전문.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루카 2,10)

+ 찬미 예수님! 태초에 하느님께서 말씀으로 이 세상을 창조하셨습니다. 아담과 하와는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아 에덴동산에서 추방되고 죽음이 그들에게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장차 악의 세력을 물리치고 인간을 구원할 메시아를 약속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때가 차자 세상을 창조하신 말씀이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오셨습니다.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를 의인으로 다시 창조하시기 위해 그분이 오셨습니다. 그분이 예수님이시고 하느님의 아들이십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의 아들이 인간이 되셨다는 이 신비는 사람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신비입니다. 우리는 이 신비를 믿는 사람들이니 참으로 행복합니다. 하느님의 신비는 겸손하고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을 차지합니다. 예수님께서는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 5,3)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늘나라의 신비를 가르치시면서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마태 11,25)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의 탄생 소식을 가장 먼저 들은 사람이 바로 가난하고 철부지처럼 여겨지던 목동들이었습니다. 성모님께서 구유에서 아기 예수님을 낳으셨을 때, 천사들이 들에서 양 떼를 보살피고 있던 목동들에게 나타나 이 기쁜 소식을 알려주었습니다. 천사들이 다가오고 주님의 영광이 둘레를 비추자, 목동들은 몹시 두려워하였습니다. 천사들은 목동들에게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루카 2,10)고 말합니다. 구원자이신 주 그리스도께서 태어나셨다는 이 엄청난 소식을 지위가 높거나 지식이 뛰어난 사람들이 아니라, 철부지 어린이 같은 목동들에게 전한 것입니다. 목동들은 천사가 일러준 대로 베들레헴으로 달려가 구유에 누운 아기를 찾아내고 사람들에게 자기들이 들은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이때 성모님도 목동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기셨다고 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전 세계 그리고 우리나라의 순교 역사를 돌아봅시다. 그분들 가운데 학식이나 신분 혹은 직책이 뛰어난 분들도 많았지만, 우리가 기억하고 지극히 존경하는 순교자들 대부분은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전에 이분들은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도 갖지 못했습니다. 마치 예수님 탄생 때 천사들을 만난 목동들과 비슷한 처지였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은 인간의 지식으로 도달할 수 없는 구원의 신비를 알아챘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어 자유롭고 의로운 사람이 되게 하시려고 얼마나 큰 희생을 하셨는지 알아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믿었습니다. 이 믿음은 하느님이 사람이 되시는 강생의 신비에서 시작하고 부활의 신비에서 완결됩니다. 참된 믿음은 그들에게 새로운 삶을 주었습니다. 엄격한 신분사회에서 양반에서 노비까지 하느님 안에서 한 형제라는 것을 알게 되어 교우촌을 이루고 함께 생활하며 한 상에 같이 밥을 먹었습니다. 이제 그분들은 이 지상에서의 생명이 참으로 소중하지만 그것이 하느님 안에서 아주 작은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어, 순교의 길을 기꺼이 갈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하느님의 신비를 알아듣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것은 성경 안의 많은 의인들과 예수님의 제자들 그리고 마리아와 요셉이 먼저 가셨던 길입니다. 마리아가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잉태한다는 것은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고 그에 따른 두려움도 있었겠지만, 하느님께서 그렇게 인간을 구원하신다는 신비가 마리아와 요셉의 마음을 더 크게 차지했기에 그들은 ‘예’라고 응답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겸손한 사람이 되십시오. 우리 모두 순교선열들처럼 그리고 마리아와 요셉처럼 겸손한 사람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겸손한 사람은 가르치기보다 들으려고 합니다. 겸손한 사람은 이익에 따라 판단하지 않고, 좋은 것을 좋은 것으로 받아들일 줄 압니다. 이러한 사람은 하느님의 신비를 만나면 처음 당황하고 두려워하지만, 그 깊이를 알아채고 받아들일 줄 압니다. 평생 하느님의 뜻을 찾아 연구하고 실천하는 데에 열성을 다했다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정작 하느님의 아들을 십자가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위로 하느님의 신비를 바라보지 않고 세상을 내려다보며 자신들의 위치에 지나친 자부심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 사랑하십시오.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주신 달란트가 서로 다르고 다양한 것처럼, 우리의 이웃 한 사람 한 사람이 고유한 하느님 체험과 신비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웃을 존중하고 사랑할 때 그 사람의 달란트를 나도 공유하게 됩니다. 바오로 사도가 “기뻐하는 이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이들과 함께 우십시오. 서로 뜻을 같이하십시오. 오만한 생각을 버리고 비천한 이들과 어울리십시오. 스스로 슬기롭다고 여기지 마십시오.”(로마 12,15-16)라고 말할 때, 사도는 단순히 복음적인 권고를 한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주신 풍성한 은총을 함께 누리라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하느님을 닮게 창조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면, 사랑받는 그는 자신 안에 품고 있는 하느님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사랑은 우리 자신에게 가장 큰 축복이 됩니다. 풍족하면 풍족한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지금의 여건이 형제자매 여러분이 사랑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2027년 세계청년대회에 우리를 찾아오는 전 세계의 젊은이들도 각자 자신의 하느님 체험과 신비를 품고 올 것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은혜로운 시간이 될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 성탄의 큰 기쁨이 늘 함께하기를 빌며 주님의 강복을 전합니다.

2025년 12월 25일 주님 성탄 대축일에

천주교대전교구장 주교

김종수 아우구스티노


이호재 기자 ho@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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