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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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주님 성탄 대축일 메시지] 청주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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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교구장 김종강(시몬) 주교는 2025년 주님 성탄 대축일을 맞아 “오늘 구원자 주 그리스도 태어나셨다”(루카 2,11 참조)라는 제목의 메시지를 발표하고, 가난하고 연약한 모습으로 오시는 구세주를 바라보며 우리 곁에 있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안에서 그리스도를 만날 것을 당부했다.

 

 

김 주교는 “하느님의 아드님이 사람이 되신 이 ‘거룩한 밤’은 본래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내린 밤으로, 깊은 어둠은 사회적 약자와 이방인을 향한 차별과 혐오로, 사회적 분열로 모습을 드러낸다”며 “하지만 역설적으로 어둠이 깊고 가득한 밤은 우리를 생명의 길로 인도하는 참된 빛이 드러나는 은총의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참된 빛인 예수 그리스도가 가장 가난하고 연약한 모습으로 온 점과 요셉 성인, 성모 마리아 역시 소외된 이들임을 강조하며, 우리 곁에 있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할 것을 권고했다.

 

 

김 주교는 “생명의 빛으로 오시는 하느님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그리고 가난한 이의 모습으로 찾아오신다”며 “‘마음이 가난한 사람’(마태 5,3)이 되어 구원의 기쁜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가난한 이들을 먼저 돌보시는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기억하며 살아가자”고 요청했다.

 

 

다음은 메시지 전문.

 

 


오늘 구원자 주 그리스도 태어나셨다.”(루카 2,11 참조)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은 구세주의 탄생을 경축하는 주님 탄생 대축일입니다.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아기 예수님께서 베푸시는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 모두에게 충만하길 기원합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이 밤을, 교회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라 노래합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참된 빛이신 그리스도의 탄생으로” 이 밤을 밝혀 거룩하게 하셨기 때문입니다(밤 미사 본기도 참조).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사 9,1)을 위하여 참된 빛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을 가장 먼저 만난 이들, 기쁨 속에서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은총”(티토 2,11)을 사람이 되신 하느님을 통해서 알고 만나게 된 이들을 살펴보며 성탄의 의미를 함께 되새겨 봅시다.

1. “암흑의 땅에 사는 이들에게 빛이 비칩니다.”(이사 9,1)

하느님의 아드님이 사람이 되신 이 “거룩한 밤”, 온 세상은 화려한 장식과 찬란한 조명으로 거리와 집들을 꾸미고 기뻐합니다. 그런데 본래 밤은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가득한 시간입니다. 성경에서 죽음의 세상은 “돌아오지 못하는 곳, 어둠과 암흑의 땅, 칠흑같이 깜깜한 땅”(욥 10,21-22 참조)입니다. 그래서 어둠이 내린 밤은 죽음을 상징하고, 인간을 불안과 두려움에 빠지게 합니다. 어둠 속은 악의 세력이 지배하고(에페 6,12 참조) 죄악이 행해지며(루카 22,53 참조), 악인이 몸을 숨기는(시편 107,10-11 참조) 장소입니다. 이 어둠으로 채워진 밤은 죄의 유혹이 찾아오고 악이 행해지는 시간입니다(느헤 6,10 ; 욥 24,14-18 참조). 또한 밤은 하느님께서 계시지 않는 악인들의 시간이며(요한 9,4 참조), 동시에 하느님 심판이 시작되는 시간(이사 60,2 ; 스바 1,14-16 참조)이기에 공포가 인간을 덮쳐오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둠의 세력이 위세를 떨치는 밤을 싫어합니다. 어둠을 잊고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밝은 조명과 튼튼한 건물로 어둠의 권세를 이기려 애쓰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깊은 어둠이 깃들어 있습니다. 어둠과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높이 쌓아 올린 담장은 이웃에 대한 불신과 고립 같은 더 큰 어둠으로 변해갑니다. 그리고 이 깊은 어둠은 사회적 약자와 이방인을 향한 차별과 혐오로, 사회적 분열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스스로 어둠을 몰아내려고 불을 환하게 밝히지만, 그 노력은 허무와 죽음 앞에서 모두 허사가 되곤 합니다. 그래서 죽음의 불안과 두려움을 피하려고 잘못된 믿음, 거짓된 빛과 위로에 빠져서 더 큰 고통을 겪는 이들도 생겨납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어둠이 깊고 가득한 밤은 우리를 생명의 길로 인도하는 참된 빛이 드러나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오늘 밤, 스스로 어둠을 이길 수 없고 자신을 구원할 수 없는 가련한 인간을 위하여 “한 아기가 태어났고 우리에게 한 아들이 주어졌습니다”(이사 9,5).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은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말씀이시며 구원의 은총을 가져다주시는 참된 빛이십니다. 사랑이신 하느님께서 우리를 두려움에서, 죄에서, 죽음의 권세에서 구원하시기 위하여 생명의 빛으로 오셨습니다. 이 빛의 신비를 깨닫는 것이 성탄의 기쁨을 누리는 것입니다(밤 미사 본기도 참조).

2. 아기 예수님을 만난 이들 - 마리아와 요셉 그리고 목자들

참된 빛으로 오시는 “구원자”는 화려한 궁궐에서 막강한 권력을 지닌 모습으로 태어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가장 가난하고 연약한 모습으로,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오십니다(루카 2,11-12 참조). 이 구원의 빛을 가장 먼저 만난 분은 성모 마리아이십니다. 동정 마리아께서는 자신을 “주님의 종”으로 여기시고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셨습니다(루카 1,38 참조). 이로써 성모님은 태중에 빛으로 오시는 구세주 예수님을 잉태하셨습니다. 그리고 기쁨 속에서 가난한 이와 비천한 이를 살피시는 하느님을 찬미하며, 주님의 구원을 노래하셨습니다(루카 1,46-53 참조). 예수님의 양부인 요셉 성인과 성모님은 사람이 되신 하느님을 가장 먼저 품에 안으신 분들입니다. 아기 예수님의 부모는 어두운 밤의 위험에서 아기를 편안하고 따뜻하게 지켜줄 자리도 얻지 못하는 소외된 이들입니다(루카 2,6 참조). 이들은 아기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하며 “산비둘기 한 쌍이나 집비둘기 두 마리”를 바친 가난한 이들입니다(레위 12,8 ; 루카 2,24 참조).

또한 천사들로부터 구원의 기쁜 소식을 가장 먼저 들은 이들은 “들에 살면서 밤에도 양 떼를 지키는 목자들”이었습니다(루카 2,8-12 참조). 어둠 속에서 위험과 추위, 배고픔과 노동의 고단함을 견뎌야 하는 가난한 이들, 누구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 소외된 이들인 목자들에게 복음이 가장 먼저 선포됩니다. 이처럼 참된 빛, 생명의 빛으로 오시는 하느님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그리고 가난한 이의 모습으로 찾아오십니다. 하느님이시며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유하시면서도 우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셨고, 우리가 그 가난으로 부유하게 되도록 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2고린 8,9 참조).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거룩한 이 밤, 성모 마리아와 함께 아기 예수님을 바라봅시다. “주님의 말씀이 이루어지리라”(루카 1,45)라는 믿음으로 구세주를 낳으신 어머니의 행복을 함께 나눕시다. 그리고 우리 안에 태어나신 구세주를 기쁨으로 맞아들입시다. 요셉 성인과 함께 구유를 바라봅시다. 가난하고 연약한 모습으로 오시는 구세주를 바라보며, 우리 곁에 있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안에서 그리스도를 만납시다. 그리고 목자들과 함께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봅시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마태 5,3)이 되어 구원의 기쁜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가난한 이들을 먼저 돌보시는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기억하며 살아갑시다.

“지극히 놓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 2,14)

2025년 12월 25일

주님 성탄 대축일

청주교구장 김종강 시몬 주교


이호재 기자 ho@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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