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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주님 성탄 대축일 담화] 대구대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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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는 2025년 주님 성탄 대축일을 맞아 담화를 발표하고, “성탄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충실함의 표지”라며 “서로를 향한 책임이 회복될 때 성탄의 기쁨은 더욱 밝게 빛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주교는 담화에서 “아기 예수님의 탄생에서 십자가에 이르기까지 예수님의 모든 생애는 하느님의 책임과 성실함으로 가득”하다면서 “수난의 순간, 빌라도의 입에서 흘러나온 ‘보라, 이 사람을’(요한 19,5)이라는 선언은, 역설적이게도 성탄의 완성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이어 조 대주교는 “기쁜 탄생과 십자가의 고통은 서로 떨어져 있는 사건이 아니라, ‘사람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충실하심’이라는 하나의 진리를 두 방식으로 드러내는 한 쌍의 이야기”라며 “성탄은 이 충실한 사랑을 기억하고 묵상하는 날”이라고 밝혔다.

 

 

한편,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언급한 조 대주교는 “젊은이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미래의 자원’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존엄을 지닌 ‘하느님의 자녀’”라며 “그들의 희망을 지켜주고, 상처를 외면하지 않으며,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에게 맡겨진 새로운 육화”라고 전했다.

 

 

다음은 담화 전문.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의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신 이 날, 우리는 성탄이 단순한 탄생의 기념이 아니라, 당신의 숨결로 빚어 주신 인간을 결코 잊지 않으시겠다는 하느님의 약속임을 새롭게 깨닫습니다. 인간이 스스로 존엄을 지켜낼 수 없을 때에도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버려두지 않으시고, 우리가 잃어버린 하느님의 얼굴을 다시 찾아 주시기 위해 인간의 자리를 온전히 받아들이셨습니다. 이 신비 앞에서 우리는 경이로움을 감출 수 없습니다.

오늘의 성탄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향한 충실하심을 잊지 않으셨다는 사실을 밝게 드러내는 축제이며, 다시 하느님의 모상으로 일으켜 세워지는 우리의 고귀한 존재를 기쁨으로 확인하는 잔치입니다. 어둠 속에서 스며드는 한 줄기 빛처럼, 성탄은 인간 안에 남아 있는 하느님의 영광을 다시 깨워 주고, 우리가 그분의 이름으로 불리는 영광을 함께 축하하게 합니다.

하느님의 충실하심은 성탄의 순간에 머물지 않습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에서 십자가에 이르기까지 예수님의 모든 생애는 하느님의 책임과 성실함으로 가득합니다. 수난의 순간, 빌라도의 입에서 흘러나온 “보라, 이 사람을”(요한 19,5)이라는 선언은, 역설적이게도 성탄의 완성을 드러냅니다. 우리가 감당하지 못한 책임을 사람이 되신 하느님께서 끝까지 짊어지셨다는 증언입니다. 기쁜 탄생과 십자가의 고통은 서로 떨어져 있는 사건이 아니라, “사람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충실하심”이라는 하나의 진리를 두 방식으로 드러내는 한 쌍의 이야기입니다. 성탄은 이 충실한 사랑을 기억하고 묵상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성탄의 이 충실함은 오늘의 사회를 향해 조용하지만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많은 모습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자리에서 충실함을 잃은 이들이 그 부족함을 감추기 위해 쉽게 사회를 갈라놓는 말들을 사용합니다. 비난과 혐오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순간 가장 손쉬운 도구가 됩니다. 책임 없는 말 한마디가 공동체 전체를 상처 입히고 서로를 불신하게 합니다. 그러나 성탄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책임은 누군가에게 떠넘기는 의무가 아니라, 서로를 향한 사랑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성탄의 빛은 우리 사회가 다시 책임을 회복하기를 촉구합니다. 위정자들이 먼저 책임을 다할 때 공동체는 바른 방향을 찾습니다. 자신의 말과 선택이 가져올 무게를 성찰하고, 국민을 향한 약속을 진실하게 지키며, 공동체의 상처를 더 이상 분열의 언어로 덮지 않는 것, 이것이 성탄이 들려주는 조용한 요청입니다. 성탄은 우리 모두에게, 특히 사회를 이끄는 이들에게, 책임의 걸음을 다시 시작하라는 새 창조의 초대가 됩니다.

이 책임은 자연스럽게 미래를 향합니다.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는 지금, 우리는 젊은이들을 향한 교회의 사랑과 책임을 더욱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젊은이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미래의 자원’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존엄을 지닌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성탄이 하느님께서 한 시대의 삶 속으로 들어오신 사건이라면, 오늘의 우리는 젊은이들의 삶 속으로 기꺼이 다가가야 합니다. 그들의 희망을 지켜주고, 상처를 외면하지 않으며,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에게 맡겨진 새로운 육화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성탄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충실함의 표지입니다. 이 표지가 가정과 교회, 그리고 사회 속에서 다시 살아나기를 희망합니다. 서로를 향한 책임이 회복될 때 성탄의 기쁨은 더욱 밝게 빛날 것입니다.

주님의 성탄이 여러분의 삶에 깊은 평화와 새로움을 가득 채워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성탄을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025년 성탄절에

교구장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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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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