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6일 뇌졸증을 극복한 왼손피아니스트 이훈 씨가 서울성모병원 로비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서울성모병원 제공)
성탄을 앞둔 12월 16일 정오 무렵,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로비에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졌다. 연주를 한 주인공은 9년 전 서울성모병원에서 왼손으로만 첫 공식 독주회를 개최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던 ‘왼손 피아니스트’ 이훈 씨였다.
2012년 미국 신시내티 음대에서 박사학위 과정 중 갑작스러운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이씨는 좌뇌의 약 60가 손상되며 오른쪽 팔다리 마비와 실어증이 찾아왔고, 음악 활동은커녕 일상생활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귀국 후 서울성모병원에서 강도 높은 재활치료를 이어갔고, 2016년 7월 서울성모병원 로비에서 병원과 의료진들의 응원 속에 다시 피아노 앞에 앉을 수 있었다. 자신감을 얻은 이 씨는 이후 롯데콘서트홀 ‘My Left Hand’ 독주회, 포스코재단 초청 의료진 감사음악회, 예술의전당 독주회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이번 공연은 재활 과정을 도와준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병원 의료진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자리이자, 뇌졸중 환자들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상징적 무대였다.
공연을 지켜 본 한필우 물리치료사는 “당시 이훈 피아니스트 물리치료를 담당했다"며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다시 연주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생각한다”며 말했다. 지가은 작업치료사는 “왼손으로 건반을 치는 연습을 하면서 점차 회복해 가는 모습을 보며 저 역시 큰 긍정의 에너지를 받았다”며 “오늘의 공연이 다른 환자분들에게도 희망이 되어,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병원에서 다시 연주회를 열게 되어 감회가 깊고 눈물이 날 것 같다”며 “병원 의료진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재활운동이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묵묵히 이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제가 다시 피아노를 칠 수 있었던 것처럼 건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상도 선임기자 raelly1@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