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0일 수원교구 보좌주교에 임명된 곽진상(제르마노) 주교임명자는 공식 발표 후 수원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를 예방하고 주한 교황대사관에서 순명서약을 하는 등 주교임명자로서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수원교구 보좌주교 임명 발표와 발표 이후 이모저모를 전한다.
10년 5개월 기다림 끝에 교구가 받은 큰 ‘성탄 선물’
“하느님 아버지께서 이번 성탄을 더욱 큰 기쁨 속에 맞이할 수 있도록 수원교구에 크나큰 성탄 선물을 안겨 주셨습니다.”
12월 20일 곽진상 주교임명자가 본당 주임으로 사목해 온 수원교구 서판교성당. 이날 오후 8시 열린 주교 임명 발표식에서 수원교구 총대리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는 새 주교 임명은 교구가 받은 ‘성탄 선물’이라며 곽 주교임명자와 교구민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문 주교는 “오늘 새 주교임명자를 맞이함으로써 교구의 복음화 사명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됐다”며 “새 주교님께서 교회와 교구민을 위해 기쁘고 보람 있게 헌신하는 성인 주교님이 되시도록 기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용훈 주교도 이날 ‘곽진상 제르마노 보좌주교 임명에 즈음하며 수원교구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에게 보내는 교구장 서한’을 발표하고, “이번 보좌주교 임명은 문희종 요한 세례자 주교님 임명 이후 약 10년 5개월 만에 맞는 큰 경사”라면서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풍성한 사목적 결실을 거두고 계신 주교임명자께서 우리 교구와 보편교회를 위해 맡겨진 성교회의 소임을 성실하게 수행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기쁨을 전했다.
곽 주교임명자는 “저를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늘 곰곰이 생각하면서 살 것”이라며 “교구장 주교님과 총대리 주교님의 뜻을 받들고 성심을 다해 협력하겠다”고 앞으로의 다짐을 밝혔다.
22일 수원교구청 방문, 23일에는 주한 교황대사관 찾아 신앙선서·충성서약
곽 주교임명자는 12월 22일 수원교구청을 찾아 이용훈 주교를 예방하며, 주교 임명 이후 일정을 시작했다. 교구청 사제단과 직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교구청에 입장한 곽 주교임명자는 마중 나온 이 주교와 포옹하며 주교 임명의 기쁨을 함께했다.
이 주교는 “주교 직무에 부담이 크겠지만, 주님께서 일할 수 있는 만큼 맡겨주시니까 그만한 은총도 다 주시리라 믿는다”며 라니에로 깐따라메사 추기경의 책 「그리스도 안에서」와 「주교 예절서」를 선물했다.
곽 주교임명자는 이어 교구 구성 평화의 모후관으로 이동해 수원교구 3대 교구장 최덕기(바오로) 주교를 예방하고 인사를 전했다.
다음 날인 12월 23일에는 주한 교황대사관을 찾아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 앞에서 신앙선서와 충성서약을 했으며,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과 만나 환담했다.
“빛나는 별 같은 분”…아쉬움 뒤로 하며 석별의 정 나눠
주교 임명 발표 소식을 접한 서판교본당 신자들은 환호와 박수로 축하했다. 한편으로 많은 신자는 정들었던 주임신부를 떠나보내야 하는 석별의 아쉬움에 눈물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김순자(안젤라·서판교본당) 씨는 “곽 신부님과 함께하는 신앙 여정이 너무 감사하고 벅찼는데 더 큰 일을 위해 떠나신다고 하니 눈물이 난다”면서 “신자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시려고 노력하신 빛나는 별 같은 분”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에서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정든 신자 한 사람, 한 사람과 인사를 나눈 곽 주교임명자는 “그동안 감사했다”며 “축하보다는 기도를 청한다”고 당부했다. 신자들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미사를 봉헌하며 본당 주임으로서의 소임을 마친 곽 주교임명자는 1월 2일 서판교성당을 떠나 주교 서품을 준비하는 피정에 들어가게 된다.
조성근(베드로) 본당 총회장은 “모든 신자가 마음을 모아 새 주교임명자를 위해 기도를 많이 해야겠다고 느낀다”면서 “신자들, 특히 힘든 처지에 있는 이들을 사랑으로 어루만져 주시고 좋은 강론으로 구원의 길로 인도하셨듯이, 성령의 지혜와 기쁨 안에서 주교직을 잘 수행하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순명하는 것이 신앙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곽진상 주교임명자는 주한 교황대사관에서 수원교구 보좌주교 임명 계획을 처음 접했을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곽 주교임명자는 “잠시 묵상 중에 경당에 계신 십자가의 예수 그리스도께서 ‘너는 나의 십자가를 이렇게 같이 져줄 수 있겠니’라고 말씀해 오셨다”며 “나 자신이 부족하고 그에 합당하지 않은 죄인이라는 의식이 있었지만 기도하며 순명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2006년부터 2022년까지 수원가톨릭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총장도 역임한 곽 주교임명자는 “대학교에서 오랫동안 학생들과 생활하고, 대학 운영에도 참여하면서 무엇보다 사제들을 잘 알게 된 것 같다”며 “이 값진 경험이 앞으로 사제들과의 원활한 소통과 주교로서의 사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교구가 강조하는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한 사제들의 역할에 주목했다. 곽 주교임명자는 “먼저 사제부터, 또 주교부터 시노달리타스로 쇄신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시노달리타스적 교회가 무엇이며, 어떻게 이뤄나가는 것인지 신학교 때부터 의식을 가져야 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회 대표 신학자이기도 한 곽 주교임명자는 앞으로 신학을 사목에 접목해 가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그는 “신학은 근본적으로 사목적”이라며 “신학은 사목의 방향과 목적, 실천 방법이 교회 가르침에 부합하는지, 복음적인지를 식별하는 기준이기 때문에 신학과 사목은 별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곽 주교임명자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두고 있는 한국교회 젊은이들에게도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WYD가 젊은이들의 신앙이 다시 불타오르는 중요한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교회가 청년들을 돕고 싶어 한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1997년 파리 WYD에 참가했을 때 축사에서 자면서도 값진 보람을 느꼈다”며 “신심 깊은 교구 신자님들의 열정이 가득하기에 가이드라인만 구체적으로 정해진다면 WYD를 성공적으로 치를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곽 주교임명자는 보좌주교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밝혔다. 그는 “교황님과 교회의 뜻을 따를 것”이라며 “보좌주교로서 교구장님의 사목을 돕고 협력하는 일이 우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제들과 신자들이 ‘하느님께서 지금 이 자리, 우리와 함께 계시며 일하고 계신다’는 것을 체험하고 함께 나누며 살아가기를 희망합니다. 저 역시 그 길을 함께 걸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