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가스파르) 시인은 그의 <고마운 돌>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썼다.
“아프리카의 어느 마을에는 강이 하나 흐르고 있는데 수심은 그리 깊지 않지만 물살이 무척이나 센 강이 있는데 사람들은 그 강을 건널 때 무거운 돌을 하나씩 지고 건넌다. 거친 물살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 지금 짊어진 삶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고 느껴질 때 사람들은 무거운 돌을 하나씩 지고 강을 건너면서 어쩌면 그것이 거친 강물에 휩쓸리지 않게 해 줄 고마운 돌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신앙은 한마디로 고마운 돌이다. 신앙은 돌처럼 무겁고 부담스럽지만 위기의 순간에 생명을 주는 고마운 돌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거친 물살들, 예상치 못한 시련과 고통, 좌절과 절망의 순간들이 닥쳐온다. 이때 신앙이라는 고마운 돌은 우리가 그 물살에 휩쓸려 넘어지지 않도록 굳건하게 붙들어 주는 닻이 되어 준다. 특별히 죽음이라는 마지막 순간에, 가장 큰 고통과 위기의 순간에 그 죽음을 편안하게 넘어가게 해 준다. 신앙은 삶 안에서도, 죽음 앞에서도 고마운 돌이고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최고의 귀한 선물이다.
세례식 때 주례 사제는 세례받는 예비 신자들에게 묻는다. “여러분은 교회에 무엇을 청합니까?” 이때 세례받는 예비신자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신앙을 청합니다.” 교회에 돈이나 부귀를 청하는 것이 아니고 권력이나 명예를 청하는 것이 아니고 “신앙을 청합니다”라고 말한다. 육체와 영혼을 지닌 인간으로서 가장 좋은 것, 가장 최고의 것, 가장 귀한 것을 청하는 것이다.
이어 주례사제가 묻는다. “신앙이 여러분에게 무엇을 줍니까?” 이때 세례받는 예비신자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영원한 생명을 줍니다.” 돈과 부귀도 영원한 생명을 주지 못한다. 권력과 명예도 영원한 생명을 주지 못한다. 오로지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는 것은 신앙이다. 신앙만이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고 인간을 참 진리와 참 행복으로 이끌어 준다. 따라서 신앙만큼 좋은 것이 없다. 신앙을 통해 인간은 구원을 받는다. 신앙이 없으면 인간은 구원될 수 없다.
신앙이라는 말은 우리가 가장 흔히 쓰는 말 중 하나이다. 너무나 많이 들어 왔기에 이미 이 의미를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과연 그럴까? 우리는 이 신앙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 신앙이라는 말은 우리가 교회에 입문할 때 첫 번째로 청한 것이고 구원의 절대적인 요소이며 영원한 생명을 주는 것이다.
신앙은 가장 중요하고 귀중한 것이다. 따라서 가톨릭교회가 말하고 있는 ‘신앙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대충 아는 것이 아니라 깊고 정확하게 알아 기쁘고 올바른 신앙생활 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살 때 행복하고 죽을 때 웃으면서 평안히 죽을 수 있도록 일반 가톨릭 신자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신앙에 주파수를 맞춰요’라는 신앙 시리즈를 연재한다.
글 _ 김석태 베드로 신부(주교회의 엠마오연수원장)
로마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기초신학을 전공하고 대전교구 유성본당 주임, 대전 가톨릭대 교수, 정하상교육회관 관장, 법동본당 주임을 거쳐 현재 제주도에 있는 주교회의 엠마오연수원의 연수원장으로 소임하고 있다.